전업주부의 부캐 만들기
몽상하기를 좋아하는 나
예전엔 쓸데없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데 언젠가부터는 드라마든 웹소설이든 시나리오 작가든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가 죽어도 나의 흔적 하나쯤은 남길 수 있는 그런 삶을 막연하게 꿈꾸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키우며 삶의 돌파구를 찾던 중 나는 이 일이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되기를 바라게 되었고 아이들을 키우고 살림하는 주부에겐 늘 생각할 시간도, 나만의 시간도 부족했기에 불만족스러운 생활을 이어갈수록 웹소설을 써보고 싶은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용기를 주는 결정적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갤럽 강점 검사였다.
잘하는 일이라고는 딱히 없고 단점 투성이라고만 느끼던 난 이 검사를 하면 나도 모르는 내 강점을 발견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으로 유료이긴 하지만 바로 검사를 하게 되었고 이 검사를 하고 난 후 나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는데, 이유인즉슨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단점이 아니라 나의 최대 강점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드라마를 볼 때면 왜 별거 아닌 이야기에 맨날 질질 짤까, 나는 왜 이렇게 쓸데없이 감성이 풍부한 거지?
또 나는 왜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해서 늘 피곤하게 살까.
단점이라고 느꼈던 것들이 감성이 풍부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마치 내 감정처럼 공감하여 말하지 않아도 타인을 공감해줄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생각들을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쌓는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미래지향적 분석적 사고가 뛰어나 이쪽으로 강점을 살리면 나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내게 가장 큰 강점이 사람들에 대한 공감능력이라면 비록 내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필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꾸준히 글을 쓰면서, 작가가 되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공감 가는 이야기들을 써 내려간다면 누구보다 더 재밌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언젠간 부자가 되면 그때나 편하게 앉아서 글을 쓰는 작가가 되야지라고 생각해왔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면 시간 쪼개서 하는 일인데 하고 싶은 일을 굳이 미룰 필요가 있나 싶었고
또 요즘같이 자신의 직장 외에 부캐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나 자신도 살림만 하는 주부 말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낼만한 숨구멍 하나 정도는 갖고 싶었다. 무엇보다 외국인과 결혼하여 외국생활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내게 글을 쓰는 취미는 어쩌면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도 같았다.
처음엔 시나리오 작가와 드라마 작가 중에 고민을 하다가 시나리오 대본도 다운로드하여 읽어보고 이것저것 알아보았는데 내겐 웹소설이 딱인 듯했다.
웹소설은 네이버 웹소설이나 문피아 조아라 등 여러 플랫폼들이 있어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나 글을 써서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없으면서도 돈 한 푼 안 들이고 나의 취미활동을 할 수 있어 좋았고, 감독이나 pd의 간섭 없이 어느 정도 트렌드만 따라간다면 내가 쓰고 싶은 장르의 글을 마음껏 써도 눈치 볼 사람이 없다는 것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드라마와 영화를 볼 때 내가 상상했던 이야기가 그대로 나와버리면 뒷이야기가 너무 뻔한 거 아니냐며 저런 이야기는 나도 쓰겠다고 큰소리를 쳐왔었는데 그런 내가 웹소설을 공부하게 되면서
지금껏 써왔던 나의 글을 도저히 올릴 수가 없게 되었다.
웹소설 작가가 되겠다 마음먹기 전에도 나는 평소에 길을 걷다 몽상하며 문득 재밌는 이야기가 생각나면 스토리가 왠지 모르게 아까워 곧장 노트북을 켜 메모장에 적어놓았었는데 웹소설을 써보자고 결심하고 웹소설 작가가 쓴 작법서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내가 쓴 글들은 엉망진창 내놓을 수도 없는 이야기들이었던 것이다. 공부를 하다 보니
캐릭터의 중요성, 시놉시스 그리고 구조도를 짜는 것 등 알아야 할 것도 많았고 장르마다 올리는 플랫폼들도 달랐으며 무엇보다 시장성이 중요하기에 트렌드 분석을 하는 것도 중요했어서 쉬워 보이는 웹소설도 절대 쉬운 게 아님을 깨닫게 되었고 이런 웹소설을 그냥 쓰면 절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공부를 먼저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책부터 읽게 되었는데
한 권 읽다 모르겠어서 두권읽고, 두권읽으니 더 모르겠다는 생각에 세 권을 읽게 되고ㅇ, 그러다 스무 권 가까이 되는 작법서와 웹소설 작가들이 쓴 책을 사게 되면서 유료 강의까지 결제하며 반년이 지나가도록 웹소설 한 편 제대로 써 보지 못한 채 6개월이 흘러버렸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내게 이런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웹소설도 안으면서 웹소설 작가가 되고 싶다고?
웹소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맞긴 맞나?
의문과 의심이 들면서 나의 시간을 잡아먹으며 고뇌하게 될 때 더 이상의의 고민을 멈추고
일단 쓰자.라는 결심을 하였다.
무작정 한번 써보고 반응을 보자는 생각에 글을 쓰고 있는데 초보는 또 20화까지는 연재해 봐야 글의 사이즈를 알 수 있다는 전업작가님들의 말에 나는 요즘 비축분을 쌓으며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웹소설 작가 지망생인 나의 문제라면 첫 작품부터 잘 쓰려는 욕심에 시작에 힘을 팍 주고 나니 어느 순간 웹소설을 읽는 시간보다 웹소설을 글로 배우는 시간이 늘어났고 정신 차리고 쓰자 생각하면 처음에 쓰기 위해 캐릭터를 짜야했고, 그렇다면 캐릭터를 또 공부해야 했고 결국 웹소설을 쓰는 일은 안드로 매다로 가버리는 상황이 돼버리며 웹소설이 점점 어렵고 낯설게 느껴져 버렸다.
시간이 지나고 깨달은 건 그러므로 이럴 때일수록 공부는 잠시 접어두고 글을 쓰고 싶다는 본질을 기억하여 일단 글부터 써보고 평가받으면서 성장해 나가야 된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얼마 전부터 웹소설을 쓰면서 요즘 내가 느끼는 건 웹소설을 보는 것과 직접 쓰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라는 걸 몸소 느끼며, 필력도 아주 많이 부족하고 웹소설 생태계에 대해 이해도도 부족하다는 걸 알고 갈길이 멀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래도 다행인 건 머릿속의 상상하던 나의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쓸 수 있고 작품을 만들어나간다는 생각을 하면 아직까진 글을 쓰는 게 신나고 재밌어 한번 메모장을 켜놓으면 두 시간은 쭉 써 내려가는 요즘이다.
너무나 좋았던 건 살림과 육아를 하다 보면 점점 사람들과의 만남도 멀어지고 집에만 있는 집순이가 되어 무기력하고 갑자기 우울하기도 한 날들이 많은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도 내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다. 그리고 곧 있으면 우리 가족은 외국에 나가 생활하게 되는데 현지 생활의 외로움 속에서도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나는 두렵지 않을 것 같다.
해외여행을 하며 영감을 얻고 언제 어디서나 노트북을 켜고 웹소설을 쓰는 내 모습,
언젠가 큰 집을 짓고 나만의 서재도 만들어 매일 웹소설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는 하루를 상상을 하면
웹소설을 쓰는 행위 자체가 내겐 너무 멋진 꿈이다.
부자가 되면. 성공하면. 시간이 많아지면.이라는 이유를 대면서 언젠가로 미루었던 나의 꿈이었지만
왜 순서가 그렇게 되지?
라는 의문이 든 어느 날 나는 그냥 순서를 바꾸어버렸고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로망과도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 나는 웹소설을 쓰기로 했다.
하다가 재미없거나 안 맞으면 또 그만둘지도 모른다.
20대 때는 돈만 생각하며 흥미도 없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꿈도 없이 시간을 보냈지만 엄마가 된 나는 이제라도 하고 싶은 일도 하나씩 해보고 좋아하는 일도 찾아서 그것들이 내 삶의 원동력이 되길 바라고, 아이들 교육에 매달려 아이들을 쫒았다니는 엄마가 되기보다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는 멋진 엄마로 살아내고 싶은 마음이다.
나이 오십이 될 때까지도 웹소설을 재밌게 써 내려가며 내게 친구 같은 웹소설 쓰기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