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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in Aug 02. 2022

우즈베크 남편의 한턱

요리를 잘 못하는 나는 우즈베크에 오기 전부터 음식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걱정을 했는데

며느리가 돼서 시어머님이 해주는 음식만 받아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요리도 못하는 내가 재료도 없는 우즈베크에서 한국음식을 어떤 걸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어머님이 음식을 하면 옆에서 배운다고 해도 빵가게 일로 바쁜 어머님이 음식까지 하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인건비가 싼 우즈베크에서 우리가 있는 3개월만이라도 음식을 해주는 분을 고용하고 싶다고 샤로프든 에게 이야기해봤지만 남편은 남이 우리 집에 와서 음식을 해주는 것을 탐탁지 않아했고 결국 아무 방법도 찾지 못한 채 우즈베크에 오게 되었다.

우즈베크에서의 생활은 내가 생각했던 대로 어머님은 가게일로 바쁘셨고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음식도 없었지만 음식에 대한 고민은 쓸데없는 것이었음을 금세 깨닫게 되었는데, 여기저기서 가족들이 파티를 하면 음식들을 얻어먹을 수도 있고 식구들이 맛있는 음식을 하면 많이 했다며 음식을 들고 집으로 오는 가족들도 많아 밥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많았다.

샤로프든 은 걱정 많은 나를 걱정인형이라고 부르는데 이번에도 난 괜한 걱정을 하면서 일어나지 않은 일에 스트레스를 받은걸 후회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다행히 밥걱정 없이 지내고 있는 와중 오늘은 어머님께서 밖에 나가 데이트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들어오라고 이야기하셨고 이참에 음식을 매번 해주고 신경 써줬던 식구들을 모두 불러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자고 이야기했다.

작년에 우즈베크에 가서 너무 좋았다고 꼭 데려가고 싶었던 곳이라며 우즈베크에 온 첫날 샤로프든 이 데려갔던 식당.

안에 큰 공원이 있고 놀이기구가 있어 야외에서 멋진 식사도 하고 산책도 하며 무엇보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전 세계에서 자라는 특이종의 많은 나무들이 이곳에 심어져 있다고 했다.

우즈벡의 날씨는 더운 여름엔 40도가 넘지만 건조한 날씨덕에 밤엔 무척 시원하다.  / 우즈벡에서 많이 볼수있는 분수대

지난번에 왔을 때는 40도가 넘는 더위에도 멋진 운치를 놓치기 싫어 야외에서 살을 태워가며 음식을 먹었었는데 이번에는 밤에 오니 너무 시원하고 좋았다.


월요일이었던 오늘은 평일인 데다 식구들에게 갑자기 연락을 해서 못 온 가족들이 대부분이었고 이모네 가족만 모였는데도 아이들 포함해서 열두명이나 모였다.

우즈베크에 오면 좋은 점 하나, 음식 물가가 저렴하다.

식구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할 때 가격을 신경 쓰지 않고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우즈베크이다.

 

무조건 손으로 작성하는 빌지.동그라미가 많아 보이지만 4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이날 열두명 이서 먹고 싶은 거 다 시키고 디저트에 케밥 포장에 하고 10% tex까지 합쳐도 한국돈 4만 원이 채 나오지 않았다.

우즈베크에서 4만 원은 하루 일당보다 많은 돈이지만 한국에서는 열두명의 가족이 이런 분위기 좋은 곳에서 외식을 한다는 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기에 우리는 우즈베크에서 식사 대접하는 게 무척이나 신나는 일이었다.

샤슬릭-숯불향이 가득한 소고기 / 양고기 음식
나의 최애 메뉴인 국물이 없는 라그만으로 샤로프든 에게 무엇을 먹을 건지 묻지도 말고 무조건 식당에 가면 이걸 시키라고 이야기한 그 메뉴.
부드러운 소고기와 배추 파프리카 등이 들어있는데 빵(넌)을 국물에 적셔 먹기도 하고 고기와 야채를 함께 먹으면 집 나간 입맛도 돌아오는 그런 맛이다.

여러 종류의 샐러드가 있지만 샤슬릭 고기를 먹을 때 주로 함께 먹는 샐러드이다.

국물이 있는 라그만으로 이건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맵지 않은 라면 요리?!

우즈베크의 주식인 넌(빵) / 자전거 뒤 위자에 포장도 없이 싣고 배달 오는 걸 보고 내 눈을 의심했지만 이곳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눈치. 위생에 있어 항상 아쉬운 마음
이곳 아이들은 초콜릿이 항상 식탁 위에 올려져 있어도 신경 쓰지 않는데 한국에서 온 우리 아이들만 먹지 말라고 쫒았다니며 말려서 그런 것인지 초코만 보면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고 찾

음식을 맛있게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 보니 놀이기구들이 있었고 아이들이 무척이나 재밌어했는데 이곳의 입장료는 따로 없으며 하나 탈 때마다 한국돈 500원이었다. 열 살이 넘는 조카는 탈 생각도 하지 않고 동생들만 돌보았는데 얼마나 예절교육을 잘 받았는지  항상 조카들을 보면 너무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분명 타고 싶었을 텐데 말 한마디 안 하는 조카들을 보고 시누이 어머님까지 모두 태워주고 싶었던 나는 아이들만 태워주는 눈치 없는 샤로프든을 뒤로하고 내가 타보고 싶다며 가족을 바이킹에 태웠고 모두들 얼마나 좋아하던지 순수한 어린아이들 같았다.


저녁도 맛있게 먹고 놀이기구도 신나게 타고 사진도 찍고 집으로 가는데 작은 승용차 택시에 아이 가지 일곱 명이 탑승을 했고 고이고이 접어 택시에 타는 이런 경험도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일상이 되었다.

(이런 우즈베크 생활이 처음에는 신기하고 가끔 불편하기도 했는데 한국에 돌아가면 감사함을 알게 해 주어 이제는 이런 모든 것들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지낼 때는 아파트 대출금 갚느라 저축하느라 온갖 이유들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절약을 하고 저축을 하는데 이곳에 오니 돈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고 뭔가 다 잊고 편안한 마음으로 가볍게 지내는 느낌이 든다.

물론 한국에서 번 돈으로 생활을 하는 것이지만 우즈베크에서의 생활은 돈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환경도 사람의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이곳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뭔지는 알까. 가끔 이런 생각이 들 정도이다.

다들 별일 아닌 일에도 놀라고 즐거워하고 신나 하는데 이곳에 있으면 돈에 대한, 그리고 삶에 대한 치열했던 나의 마음은 사라지고 오늘 하루도 안녕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이곳 사람들은 파티를 하고 가족들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각자가 생계를 위해 치열하게 살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사람들 만큼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즈베크 음식도 우즈베크 남편과 5년 넘게 살다 보니 이제는 외국 음식 같지 않고 다른 맛의 한국음식처럼 입에 너무도 잘 맞고 느끼한 음식도 한국음식과 곁들여 먹어가며 나만의 입맛에 맞게 먹으니 한국음식보다 더 맛있을 때도 많다. (그래도 우즈베크 생활하면서 그리운 음식을 꼽자면 회가 무지 먹고 싶다.) 고기보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바다가 없는 우즈베크 생활이 아쉬울 때가 많다.

어쨌든 두 번째 우즈베크 생활인만큼 우즈베크 생활도 문화도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맞춰가며 나도 모르게 우즈베크이라는 나라에 스며들어가고 있는 듯한데 한 가지 궁금한 건

남편인 샤로프든 과는 언제쯤 스며들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잘 살 수 있을까

이건 항상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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