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오래 살았어도 새로운 곳을 가면 무척이나 신나 하고 신기해하는 우즈베크 남편.
지난주 우리는 멀지 않은 곳의 한옥카페에 다녀왔는데 한국 생활에 가끔 놀라거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일 없이 한국이 내 것인 냥 남편에게 한국자랑에 우쭐거리기도 했는데
절약이 벤 우즈베크 남편인지라 밖에 나가면 본인에게 물 한잔 사 먹는 것도 허용하지 않지만 가족에게 쓰는 돈은 아끼지 않는 우즈베크 남편은 웬만한 밥값만큼 나오는 이런 카페도 가족들이 좋아하니 남편도 부담 없이 즐기는 듯 보였다.
나는 이런 남편에 유흥생활 일체 없이 평소 문화생활과는 거리를 쌓고 사는 우리 부부에게 이 정도 커피값은 충분히 괜찮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우리 부부는 커피를 너무 좋아해 커피가 주는 행복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우즈베크 남편이 가장 맛있어하는 아메리카노를 꼽자면 매일같이 집에서 운동할 때 함께 먹는 아메리카노일 테고, 나는 육퇴(육아퇴근) 후 책상에 앉아 마시는 아메리카노가 아닐까 싶다. 우리에게 커피는 어디 제품 커피인지보다 언제 어떻게 마시는 커피인지가 더 맛을 결정하는 듯한데 지친 하루 피곤해서 아이들과 함께 누워 자고 싶을 때가 많지만 미리 사둔 냉동실의 커피가 나를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내가 책상에 앉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되어 밤 열 시에 마시는 커피는 목욕탕에서 나올 때 먹는 바나나우유라든가 요즘같이 더울 때 집에서 얼음 가득 넣은 탄산수를 벌컥벌컥 마시는 개운함과 행복을 가져다준다.
이런 걸 잘 알아서인지 우즈베크 남편은 부부싸움 후 화해의 치트키로도 커피를 써먹곤 하는데, 부부싸움을 하고 나면 재활용을 하러 집밖으로 나가는 습관을 가진 남편이 들어올 때는 한손에 커피를 사들고 들어와 커피를 내밀면 내게 휴식을 취하라는 것인가 하는 마음이 들어 화가 금방 풀리기도 했다.
그렇게 처음엔 별생각 없이 받아 마신 커피가 어느 순간부터는 커피가 화해의 뜻임을 알게 되어 말하지 않아도 커피가 서로의 화해의 도구가 되어버리린것 같다.
이런 커피일지라도 우리가 남발하며 마시진 않는 이유는 남편은 건강과 절약의 이유일테고 나는 일상에서의 작은 보상이라는 생각에 하루 한번 정도만 마시니 감사하며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우리에게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커피는 언제부터 좋아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전 우즈베키스탄에 갔을 때의 커피가 떠올랐다
평소엔 마실일 없는 믹스커피를 우즈베크 가족들이 좋아한다기에 잔뜩 사가지고 갔는데 카페를 찾아볼 수 없는 시댁에에서 아쉬운 대로 이거라도 마셔야지 하며 하나씩 먹다가 혼자 거덜을 낸 적이 있는데 그것도 아쉬워 언제 한번 날 잡고 우즈베크의 수도인 타슈켄트에서 우즈베크 남편과 카페 투어를 하기도 했다.
우즈베크 남편만 믿고 돌아다니다 보니 우즈베키스탄 생활을 할땐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니는 일은 없었는데 카페투어 만큼은 실패 없는 맛집에 가고 싶어 러시아 사람이 운영한다는 고급 레스토랑부터 한국인이 자주 간다는 카페, 별점 높은 카페들을 여기저기 방문해 보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대 실망.
내가 커피전문가는 아니지만 아메리카노를 무척 좋아해서 즐겨마시던 나로서는 너무 밍밍하고 탄맛이 나는 검은 물 느낌이었다.
어째 한국 커피와 이렇듯 맛이 차이가 나는 걸까, 우즈베키스탄 사람들 입맛이 이런 건지 사람들이 커피를 못 만드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이렇게 만드는 건지..
우즈베키스탄에서 커피가격은 결코 저렴하지도 않기에 기분이 상해버려 다시는 카페에 가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어느 날 우즈베크 최고급 아파트 네스트원 모델하우스에 갔을 때 옆 테이블에 바리스타가 만들었을 법한 나뭇잎 라떼아트를 발견하고 커피를 마실 거냐는 직원에 망설임 없이 대답하고 커피를 받았지만 역시나 큰 기대와 함께 돌아온 실망감이란.
맛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마셨던 커피와 사뭇 다를게 없었다.
(우즈베키스탄은 다 맛이 똑같구나)
나중에 우즈베크 생활을 하게 되면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고 원 없이 커피도 마시고 커피도 팔고.
커피 장사하면 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