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여름, 부상을 안고 고시엔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어떻게 되었나
2014 일본프로야구 신인선수 선택 회의에서 소프트뱅크는 모리오카대부속고의 마쓰모토 유키를 1라운드에서 단독 지명했다. 재능이나 고교야구에서 올린 실적면에서나 마쓰모토의 지명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마쓰모토 유키는 2학년 여름부터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의 팔꿈치 부상을 안고 있었다. 심지어 드래프트 당시엔 공을 내려놓고 부상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상태였다.
3학년 여름 마쓰모토는 염증이 있는 팔꿈치를 가지고 팀을 여름 고시엔으로 이끌었다. 게다가 여름 고시엔 초전에서는 최대 격전지 카나가와를 뚫고 올라온 전통의 강호 토카이대부속사가미고를 상대로 홀로 던지며 팀을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
불행 중 다행(?)이었던 건 두 번째 경기에서 전국 톱클래스로 평가받던 쓰루가케히 타선을 만난 것이었다. 팔꿈치 상태는 이미 경기전 불펜 피칭도 소화할 수 없었을 정도였다. 최고 150km/h를 던지던 마쓰모토의 팔은 130km/h의 구속을 내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런 팔을 가지고 마운드에 올랐으니 쓰루가케히 강타선에 난타당하는 것이 당연했다. 결국 3회를 채 버티지 못하고 9점을 내준 채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 에이스가 잡힌 모리오카대부속고의 여름은 거기까지 였다. 그렇게 마쓰모토 유키도 멈춰 설 수 있었다.
더 망가질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다르게 말해 이미 고장 난 선수였다. 그런 선수를 1차에서 단독 지명하고 심지어 투수로 쓰겠다고도 밝혔으니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릴 법도 했다.
신인 선택 회의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소프트뱅크 오 사다하루 회장은 “팔꿈치 문제가 있지만 시간을 갖고 조바심 내지 않겠다. 현대의 의학은 발전하고 있다. 반드시 본래의 투구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후 마쓰모토 유키가 돌아오기까지 -팬들에게-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리며 그해 지명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녀석은 지금 마운드에 올라 최고 152km/h의 속구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아직 숫자와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일이 남아있지만 적어도 기대만큼의 퍼포먼스는 회복한 상태다.
마쓰모토가 돌아오는 시간까지 시달려야 했던 토호쿠 지역 담당 사쿠야마 카즈히데 스카우트는 “많은 말을 들었습니다. 고장 난 투수를 1순위로 지명했다고 말이죠. 하지만 지금 이쪽(야구계)에선 ‘팔꿈치 부상은 회복할 수 있다’가 정설이 되고 있으니까요”라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사실 국내 프로야구를 보다 가끔 답답한 소리를 듣게 되는 순간 있다. 바로 일찍 부상으로 이탈하는 유망주들을 보며 프로야구 감독이 고교야구 혹사 문제를 거론할 때다. 프로선수가 당한 부상의 책임을 왜 아마야구로 돌리는 것인지.
고교야구에서 투수들이 혹사당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니다. 선수를 지명한 순간부터 책임지고 관리해서 써내야 하는 책임은 프로야구팀의 몫이라는 얘기다.
팟캐스트 [김정준의 야구수다]를 듣다 “의학이 발전하면서 ‘다치면 다시 고쳐 쓰지 뭐’라는 현장의 생각이 늘고 있다”는 뉘앙스의 동아일보 황규인 기자 멘트를 듣고 2014년 오 사다하루 회장의 인터뷰가 떠올라 짧은 글로 옮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