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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하 Jul 15. 2022

변하지 않은 것

최인호 단편소설 <타인의 방>


 <타인의 방>은 1971년에 발표된 최인호의 단편소설이다줄거리는 대략 이렇다집으로 돌아온 는 아무도 열어주지 않는 문을 막연한 기다림 끝에 제 손으로 연 뒤일이 있어 잠깐 떠났다는 아내의 쪽지를 발견한다그 뒤 는 혼자 집을 거닐며 다른 사물에 대해 의식하고고찰하게 되던 중 몸이 굳어간다그 뒤 아내가 다시 돌아왔다 가 새롭게 쪽지를 남기며다시 집을 떠난다.


 이 소설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집 안의 사물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장면일 것이다작가는 사물들이 각 자의 생명력을 발산하는 것처럼 표현한다그리고 그 표현들은 음침하기도노골적이기도 하며 신기함과 찝찝함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마치 밤에 보이지 않는 모기 소리가 귀를 날카롭게 스쳐 지나가듯 잠을 이루기 힘들게 만드 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독자들에게 준다그저 티스푼이나 거울전구 소켓일지도 모르는 것을 하나의 자아로 표현 하는 것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의 방에 들어가 있는 어느 누구든손쉽게 정신이상이 오거나 엄청난 깨달음 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마치 영화 <샤이닝>에서 주인공 잭 니콜슨이 한 건물 안에서 생활 하면서 점점 변화해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비록 소설의 느낌은 전혀 다르지만 한 사람이 외로움을 극 도로 느끼면 주변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라는 질문의 답으로 비슷한 결의 답을 내놓고 있는 듯하다하지만 이 러한 느낌은 혼자이기에 체감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모기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리는 것 또한 적막이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이 작품은 모순적이게도 시끄럽고 정신없는 사물들의 존재 속에서 를 감싸고 있는 적막 을 느낄 수 있다소설을 읽는 순간에도 조용한 곳에 있다면 마치 벽 너머로 어떤 소리라도 들릴 것 같은 예감이 들 기도 한다최인호의 살아있는 표현들이 만들어내는 공감혹은 교감일지도 모른다.


 외로움과 고독은 통증인지 아지로 구분된다외로움은 통증이다자신이 혼자 있기를 하지 않음에도 이뤄 지고그로 인해 자신이 고받는 것이 외로움이다. ‘의 집은 아파트대한민국의 은 에서 5000만 명의 사 람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인 아파트가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되사람이 지하에 들어가서 평 생을 살아갈 수는 없기에리는 으로부터 더 높아지는 을 선택했그렇게 사람들은 같은 에서 점점 각자 의 다른 으로 옮겨갔이제 문을 해 코 앞에 있는 풍경을 의 이에서 라보거나집에 자동가 들 어오는지 볼 수 없게 되. ‘’ 또한 이제 자신의 으로 힘게 올라 그곳에서 의 온기와 멀진 로 추운 밤을 보내야 한다이러한 공간의 구분으로부터 현대의 외로움을 시작된다.


 ‘가 힘게 현문 에 도착했을 때이미 견기 힘들어진 외로움을 집 내부의 사람으로부터 해소하고 싶 었을 것이다그러나 굳게 혀 있는 문에 더욱 강하게 고독을 길 갈구한다의 시이나 자신의 평판까지 도 아곳하지 않을 정도로 외로움의 공는 하다따뜻한 음식과 깔끔한 집이 아내의 부재로부터 나온다고 해서 이 소설을 단순히 가부장적인 주인공이라고 표현하기는 어. ‘에게 더욱 한 것은 아내의 존재로부터 무 의식처럼 느껴졌던 외로움의 이제 그 을 찾지 한 인간이 느낄 두움이 그의 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


 그가 집 안에서 아내가 남긴 것 중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울에 어있는 아내가 던 껌뿐이다그 을 자신의 에 으며 음을 지던 것은 잠시나마 다른 존재를 체감기 때문이다그렇게 외로움을 어날 때 즈 음 집 안의 사물들이 움직임을 느끼기 시작한다집 안의 수은 물건들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상에서 도 나 체로 돌아다니는 것은 편안함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 것이다그가 다른 존재의 질과 의미를 떠올리고자신도 그 와 다르지 않음을 인식기 때문에 나온 동일 것이다.


 단어가 어하게 느지는 경우가 있다이를 슈탈트 붕괴 현상이라고 부른다만에 집으로 돌아와 아 내조차 없는 집 안에서 가 느끼는 이상한 분기도 이 현상과 비슷하다고 보인다외로움이 만든 어함과 공포 가 자신의 집을 어하게 만들고집 안의 모든 사물들이 제각기 살아 숨 쉬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살아난 모 든 것들과 맞닿은 뒤 는 분명 공를 어놓을 것이다외로움 또한 조은 덜 을지도 모르.


 주인공의 몸이 굳다가 두움을 내을 때생한 듯하다는 표현은 너무나도 설적으로 보인다. ‘’ 라는 1에서 어떠한 것이라는 3으로 바뀐 것이다그리하여 주인공이 마침내 아내가 아하는 하나의 물 건이 되을 때소설의 제인 <타인의 방>의 의미가 완성된다이 소설에서 장인물의 이이나 특징을 드러내 지 않고직 라고 가장 간결한 표현을 인 이유 또한 마가지일 것이다. <타인의 방>은 점점 더 좁아지는 것 들을 외로움이라는 주제를 해 보여주고 있다공간관계자유 등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점점 더 작아지거 나 아지고 있다그로 인해 영역 또한 아지며 한 사람만을 한 공간에 더 자주 서게 되고그것은 외로움을 더 강화하고 있다소설에 장하지는 않지만 인터넷이 발달한 시기다고 한들 가 느끼는 외로움은 달랠 수 없 을 것이다장 자신이 소유한 공간마저도 공이 느지는 상에서 먼 거리의 정체도 모를 누가는 오히려 움만 가중시킬 뿐이다그래서 이 작품이 71년도에 나온 것을 나는 다으로 여하지만 대로 인터넷이 발달음에도 느지는 소외와 고독을 정말 잘 표현해내지 않라는 기대도 내심 하게 된다.


 소설의 끝에 결국 마저도 아내에게는 다에 옮겨지는 물건으로 취급된다외로움은 사람에게서 가장 크게 느지지만 더 크게 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사람이 도구로 취급되는 현대 사에서 물건이 된다는 것은 이미 그리 어려운 개념이 아니라고 인식되기 때문이다런 관점에서 라보는 이 소설은 비록 후련한 해결이나 답은 보여주지 않는다하지만 현대인의 소외를 섬세하게 표현함으로써 그 자체로 공감을 하게 만든다.


 <타인의 방>은 2021년 현재 발표된 지 50년이 되하지만 이 작품은 70년대에 인 은 작품들에서 히 느지는 현재의 미한 일치를 찾아보기 어. 50년의 세월이 러도 현대인의 외로움은 변하지 않다는 사을 깨게 한다히 도시에서의 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소설을 을지도 모른다이 미 자신의 하루를 끝마치는 퇴근의 과정에서 경험했던 일일 수도 있다그만큼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현감과 표현의 생동감은 력하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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