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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하 Jul 15. 2022

우리는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저녁의 구애>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무언가 잃을 게 있다는 생각의 함정을 피할 수 있다당신은 잃을 게 없으니 가 슴이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을 이유도 없다.’라는 명언이 있다스티브 잡스가 남긴 말이다그리고 필자는 이 말이 <저녁의 구애>를 정확하게 관통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우리가 겪은 수많은 선택과 그로 인한 후회는 놓침에서 오기 때문이다그렇다면 그 놓침은 왜 일어날까왜 그러한 선택을 했을까아마 그것이 최선이 아니라고최고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최고와 최선의 기준은 항상 변한다어제의 후회가 더 이상 오늘의 후회 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우리는 선택을 이어간다.


소설은 오래전 은인의 장례 화환 주문을 받는 으로부터 시작한다그 주문을 수락한 이후그 화환은 더 이상 파는 물건이 아닌 조의를 담아 보내는 의 물건이 되었다여자와의 약속을 미뤄왔음에도 또다시 미룰 수밖에 없 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그는 그렇게 사랑과 잠시 멀어지고 죽음과 가까운 곳으로 향했다. 380km나 떨어진 곳에 도착한 뒤, ‘은 화환을 전달하기도 전에 이 도시가 죽음을 대하는 법을 곳곳에서 떠올린다그 뒤 어른의 죽음과 불타는 트럭이 코 앞에 닿은 뒤에야 비로소 여자에게 사랑을 표현하며 마무리된다소설은 죽음과 가까워지는 삶의 과정을 화환을 가지고 달려가는 을 통해 함축적으로 보여준다그리고 그 과정에서 의 선택들을 바라보며 여운을 남긴다.
죽음이 주는 순간의 차분함과 고요함은 당사자에게만 해당된다그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수많은 감정 이 휘몰아치는 상태에 빠진다어른의 죽음을 기다리는 ’ 또한 마찬가지였다주문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예상하 지 못했던 감정의 변화를 겪게 되면서 오래전 인연을 통해 오래된 기억까지 돌아보게 되었다그 과정에서 여자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떠올리는 것은 이전까지의 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기회였다이런 상황에서 약간은 뜬금없게도 느껴지는 의 후회는 정신없게 보이지만 그래서 더 진심처럼 느껴진다내용의 비중은 죽음에 대응 하는 사람들과 의 사랑에 대한 태도가 절반씩 보인다초반에는 모든 것이 차갑게 느껴진다마치 후회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하다하지만 소설의 후반에는 해가 지고 있음에도 기를 느낄 수 있게 변화한다의 아니게 여 자는 의 은 불이 어 을 내고 있다그렇게 소설의 도가 변하며 의 변화가 어떤 향으로 나아 지 시한다.


흔히 말하는 주마이 스치는 경험은 아주 선명하게 이뤄진다고 한다그래서 죽음의 순간은 가까스로 다 고 해도 게 잊히지 않는다. ‘에게 불타는 트럭과 장례장의 간판 은 주마이었다그리고 그 무나도 선명하게 기억될 순간에 그의 최고의 선택은 사랑을 표현하는 일이었다어떤 후회도 고도 없을 기억으로 남기고 었던 의 무의이 내린 선택이었다그의 선택을 통해 작가는 자에게 선택과 후회에 대한 은 고을 하게 만과 시에 잠시 멈춰 지금까지의 선택을 죽음 전에 저 돌이켜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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