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백하 Mar 01. 2023

콜센터 직원에게 콜센터 직원이

콜센터 일을 하던 중 나에게 콜센터 직원이 전화를 걸었다.

콜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전화를 걸 때마다 받는 상대가 날 세운 말투는 아니기를 바란다. 아직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굳이 보이지 않는 모르는 상대에게 기분이 나쁘도록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바람 덕분일지, 혹은 그저 내가 먼저 친절을 담은 목소리와 말투로 전화를 걸었기 때문일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친절한 만큼 나에게 친절했다. 


어제는 여러 번 시간 약속을 어기고, 말투조차 상당히 공격적이었던 사람을 상대했다. 그 사람에게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젊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예의가 바를 것이라는 생각이 고정관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그때 나에게도 02로 시작하는 나에게 잘 오지 않는 전화가 왔다. 카드사의 직원이라 밝힌 전화 속 목소리는 내가 발급한 카드 이야기를 시작으로 갑작스럽게 보험 이야기를 꺼냈다. 태생이 의심이 많고 나의 이익이 된다는 말을 들으면 계산을 하게 되는 나에게 카드사의 보험 이야기는 나의 관심보다 의심을 먼저 틔웠다. 그렇게 나는 그가 말을 하는 도중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전의 나였다면 그저 스팸 전화의 불편함을 토로하며 다른 보험에 대한 생각을 잠깐 하며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거는 내가 나에게 걸려온 전화에는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그저 “죄송합니다. 저는 괜찮아요.”라는 그 말 한마디조차 건네지 못하고 끊어버린 것이 상대에게는 열심히 일을 하던 순간에 겪는 불쾌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똑같은 상황이었을 때 그랬으니까. 나는 알면서도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참 많은 종류의 일이 있고, 그중 사람들이 귀찮아하거나 좋지 않게 바라보는 직업 중 몇 가지를 경험했다. 촬영일을 하는 것도, 콜센터에서 일을 하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그저 방해만 되는 귀찮은 존재로 보일 것이다.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내가 결국 스스로 선택한 업무로 인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었을 때 일에 대한 고민과 후회가 몰려온다.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님에도 피해를 주게 되었을 때는 정말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하게 든다. 그러다가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거나 “고생 많으셨습니다.” 같은 말을 들으면 그 짧은 한 마디가 고민이 뭐였는지 잊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의 말이라는 것이 참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업무의 경험이다. 그 힘을 함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씁쓸함만큼 그 와중에도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는 사람들의 감사함이 더 달콤하고 고마운 요즘이다.

작가의 이전글 장례식장과 납골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