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 지미 페이지 따라하기 / Mr. Jimmy
온라인 영화 매거진 '씨네리와인드'
(www.cine-rewind.com)
동경하는 인물이 되기 위해 35년간 완벽히 모방하며 모든 인생을 투자한 자가 있다. 바로 아키오 사쿠라이(Akio Sakurai)가 그 주인공이다. 아키오는 1970년대를 주름잡던 전설적인 하드록 밴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특히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 (Jimmy Page)의 퍼포먼스를 본 후 지미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 하에 기타를 잡게 된다. 그의 막연한 동경은 꿈에 대한 답으로 이어져 그가 사용하는 기타, 사운드, 톤, 스타일 등 지미 페이지의 모든 요소를 자신에게 그대로 재현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키오의 꿈은 실현 불가능하다. 그저 레드 제플린의 과거를 재창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뿐 지미 페이지로서 새로운 미래를 창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아키오는 지미 페이지의 수준에 조금이나마 도달하겠다는 목표로 30년이라는 시간을 지탱한다. 영화 ‘지미 페이지 따라하기’는 아키오 사쿠라이가 실제 지미 페이지가 되기 위해 보이는 광적인 집착과 모방 그리고 완벽한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영화이다. 특히 아키오 사쿠라이의 연주를 통해 청각, 시각적 쾌감이 극대화되어 레드 제플린의 위대함을 체험할 수 있다.
아키오 사쿠라이는 30년간 도쿄의 작은 클럽에서 레드 제플린의 모든 셋리스트를 연습, 연구하며 지미 페이지의 형태를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연주한다. 매일 레드 제플린의 라이브 영상을 보며 그의 연주, 스타일을 분석한다. 의류수선 가게에 방문하여 지미 페이지의 영상과 사진을 같이 보며 지미 페이지가 입은 의상을 완벽히 재현한다. 기장, 재질, 패턴의 위치 등 지미 페이지의 모든 외형을 모방한다. 특히 가장 중요한 사운드의 경우 지미 페이지가 실제 사용한 기타와 더불어 그가 세상에 전달했던 모든 사운드를 재현하기 위해 항상 연구하며 전문가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아키오의 꿈에 대한 열정과 외침은 실제 지미 페이지에게까지 도달하게 된다. 지미 페이지는 아키오의 공연에 직접 방문하여 그의 연주를 감상한 후 아키오를 극찬한다. 동경하는 이와 마주한 후 그는 진정한 지미 페이지가 되기로 마음먹고 키모노 영업, 가족을 뒤로하고 LA로 떠나 레드 제플린의 레드 제파게인(Led Zepagain)의 기타리스트에 입단하여 활동한다. 더 이상 그는 아키오 사쿠라이가 아니다. ‘지미’ 사쿠라이로 재탄생했다.
지미 사쿠라이가 지미 페이지의 모든 점을 모방한다고 해서 지미 페이지의 수준에 도달하려는 포부를 가지지는 않는다. 단지 본인이 레드 제플린 혹은 지미 페이지를 보며 느낀 감정과 감흥을 관객들에게 조금이나마 전달하기를 소망할 뿐이다.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자본으로 철저히 계급이 나뉘고 돈이 없을 시 사회적으로 갖은 멸시와 핍박을 받게 된다. 상류층은 모든 부를 독점하며 미디어를 통해 존경의 대상이 되는 반면 다른 이들은 항상 현실과 타협해야하며 생계유지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만 한다. 꿈을 쫒던 이들이 특정 나이에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게 될 시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계에도 큰 위협이 가해져 결국 현실과 타협하고 꿈을 포기한다. 즉, 자본주의 사회가 많은 이들의 꿈을 옭아맨다. 하지만 지미 사쿠라이는 현대사회 주류 가치에 역행하며 지미 페이지로서의 완성된 모습에 도전한다. 지미 사쿠라이의 열정 속 가족의 지지는 단단한 토대이다. 만약 부인이 남편의 도전보다 생계유지를 원했다면 미국으로 떠나지 못했을 확률이 농후하다. 지미 사쿠라이의 열정만큼 부인의 지지와 응원의 가치는 꿈을 위해 도약할 수 있는 날개가 되었다.
지미 사쿠라이는 단순히 레드 제플린을 흉내 내는 데에 의의를 두지 않는다. 완벽한 묘사를 통해 레드 제플린의 수준에 조금이나마 도달하기를 소망한다. 해당 과정에서 레드 제파게인의 멤버들과의 갈등이 초래된다. 일정수준의 명성과 팬을 얻은 멤버들은 수익 창출을 위해 기존의 스킬, 셋리스트를 유지하며 많은 공연을 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미 사쿠라이에게 최우선의 가치는 공연의 횟수, 수익이 아닌 완벽한 공연이다. 그의 철학은 제플린의 음악이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1969, 1971, 1973, 1979의 셋리스트의 차이점을 분석하여 거듭되는 발전된 요소를 재현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결국 가치관의 차이로 지미 사쿠라이는 레드 제파게인에서 탈퇴하고 자신의 철학을 이해하고 원하는 수준의 모방과 연주를 수행할 멤버들을 모집하여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완벽한 공연을 추구한다. 이때 지미 사쿠라이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전화 한통이 온다.
1980년 알콜중독으로 레드 제플린의 드러머인 전설 존 본햄(John Bonham)이 사망하게 되고 10년간 단 한번의 멤버교체 없이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던 레드 제플린의 다른 멤버들은 망설임없이 해체를 선언하게 되었다. 이후 존 본햄의 아들 제이슨 본햄(Jason Bonham)은 레드 제플린을 기리고자 레드 제플린의 퍼포먼스를 완벽히 재현할 멤버를 모집하게 되고 지미 사쿠라이가 지미 페이지의 역할로 낙점한다. 도쿄의 작은 클럽에서만 공연하던 그가 미국, 오세아니아 투어를 하며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진정한 밴드의 주체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주어진 상황에 종속되기보다 자신이 꿈꾸고 있는 비전을 가지고 행동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영화 상영 이후 진행된 Q&A에서 피터 마이클 다우드 (Peter Michael Dowd) 감독과 음향감독은 확실한 비전을 바탕으로 꿈을 쫒는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피터 다우드 감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꿈과 현실을 타협해야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오로지 지미 페이지가 되기 위한 욕망을 추구하여 성과를 창출하는 사쿠라이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나는 질문에 열린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지미 사쿠라이와 제프는 레드 제플린에 광적인 집착과 욕망을 투여하는 데 이러한 점이 그들의 특징이자 멋임을 강조했다. 사쿠라이의 행보는 누군가의 관점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관점에는 부정으로 비춰질 수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아내를 일본에 두고 본인의 꿈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행보는 보편적인 가정의 가장과는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다우드 감독은 뚜렷한 비전과 열정을 가진 자의 열정을 프레임에 담고자 하는 열망이 크다고 했다. 다우드는 일본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하는 초기에 만난 사쿠라이는 누구보다도 레드 제플린에 미쳐있고 완벽한 연주를 선보여 그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했으며, 해당 영화 전에는 나이든 자의 보디빌더에 대한 영화를 제작했다고 답했다. 영화를 제작하며 많은 재산을 투자했다고 답한 그는 지미 사쿠라이, 보디빌더만큼이나 꿈에 대한 비전과 열정이 명확했고, 이 열정은 ‘지미 페이지 따라하기’라는 훌륭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현대사회는 대입, 취업 등 각 나이별로 사회에서 요구하는 틀이 정해져있고 이에 구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타인과 비교당하며 치열한 경쟁 속의 삶을 영위한다. 그래서 취업을 해야하는 이유, 주어진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 여유도 없이 기계적인 삶을 살고 있다. ‘지미 페이지 따라하기’는 현대사회에 큰 메시지를 준다. 무모할 정도로 지미 사쿠라이가 용감하게 꿈을 쫒을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욕망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답을 얻었기 때문이다. 자본의 노예가 되어가는 상황 속에서 최우선의 가치를 돈이 아닌 꿈에 맞추는 사쿠라이의 용기와 강단은 그의 삶을 더욱 가치있게 만든다. 레드 제플린의 향기와 더불어 기계화된 일상에 긍정적 자극을 부여하는 ‘지미 페이지’는 8월 10,11에 걸쳐 제 1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글 / 씨네리와인드 오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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