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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Mar 14. 2024

야알못을 울리는 드라마  
'스토브 리그'  


내 주특기중 하나가 '뒷북치기'다. 그중 하나가 남들 다 본 드라마, 다시보기인데 요즘은 때지난 야구 드라마 때문에 매일 울고 웃는다.


2020년 백상예술대상 극본상을 받은 드라마로, 2019-2020년 방영된 드라마, 스토브리그. 정확히 4년 전 드라마다. 그런 드라마를 지금에 와서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감독, 작가, 배우분들에겐 쑥쓰럽지만 어쨌거나 나는 2024년에서야 처음 본 드라마니까, 내가 느낀 감흥은 기록해야 직성이 풀리는 '기록강박'성향이 있으니까, 짤막하게나마 감상평을 남기려고 브런치에 들어왔다.


공교로울것 까지야 없지만, 보통 다음과 같은 문장을 쓸때 '공교롭게도'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니까

(어쨌거나 공교롭게도) 최근에 재미있게 본 드라마 두편이 모두 야구와 관련된 작품이었다. 하나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이었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이 드라마, <스토브리그>였는데 '슬빵'도 재미있었지만

스토브리그는 거의 매회 대본에 대해, 캐스팅에 대해, 에피소드 구성에 대해 감탄의 감탄을 할수밖에 없었다.


어렸을때, 그러니까 스무살 초반에는 박민규 작가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고 '한번 진짜로 야구팬이 되어보고야말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 교양수업 중에서 '야구관람평' 레포트를 제출해야 하는 과제를 위해 친구들 다 몰고 야구장에도 갔었는데 4회말쯤 야구장을 박차고 나오면서 생각했다. '아! 나는 야구랑 친해지기는 어렵겠구나' 대신 농구랑은 죽이 잘 맞았다. TG 삼보때문에 원주를 얼마나 자주갔었는지.. 친했던 친구가 '보스턴 레드삭스'의 열성팬이었는데, 이 친구는 TG삼보 전창진 감독 팬이기도 해서 그친구 덕분에 원주로 농구를 보러 자주 갔었다. 애석하게도 지금은  그 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는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사실 우리들 삶을 개별적으로 들여다보면 어느 삶하나 드라마같지않고 영화같지않고 소설같지 않은 삶이 없는 것 같다. 어쨌거나 문득 그 친구 생각이 났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친구는 여전히 야구를 좋아할까.....한국 야구는 시시하게 생각했으니까 이 드라마도 보지 않았으려나.


서울에 정착하여 24년 가까이 사는 동안, 나의 거처는 늘 '종합운동장'부근이었다.

야구는 볼 줄몰라도, 야구 좋아하는 친구들과 그냥 야구장에서 맥주와 치킨먹는걸 좋아하는 친구들과 때로는 썸남과, 자주 야구장엘 갔었다. '금사빠'에 '쉽사빠'인 내가 좀처럼 야구에 빠져들지 못한것이 여전히 이해가 안되지만 무튼 지금껏 야구는 내게 곁을 주지 않았다. 내가 곁을 안준건지도 모르겠지만. 서두가 길었지만 그러니까 나는 여전히'야알못'신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그런 야알못이 본 야구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어땠냐면,



일단, 캐스팅이 미쳤다

'캐스팅 정말 잘됐다'라는 영화나 드라마를 심심찮게 보지만 이 드라마를 보면서 진짜, 이렇게까지 '캐스팅을 잘 할 수 있나'이런 생각이 매화 에피소드를 보면서 들었다. 연기들도 다들 왜그렇게 잘하는지.


군대기피/귀화문제로 욕먹는 야구선수 길창주(로버트길)역의 이용주 배우

운영팀장 이세영역의 박은빈 배우, 팀원 한재희역의 조병규 배우

스카웃팀원 양원섭역의 윤병희 배우

드림즈 투스 강두기역의 하도권 배우, 장진우역의 홍기준 배우, 유민호역의 채종협 배우

전략팀 팀장 유경택역의 김도현 배우와 전략팀 팀원 백영수 (윤선우 배우)

수석코치 이철민 역의 김민상 배우


언급하지 안은 역할도 '미스캐스팅'이라고 생각한 인물이 단 하나도 없었다.

식상하지 않은 인물들이라는 점도 꽤, 마음에 들었고.


둘, 따뜻하다

14화에서 스카우트팀 팀장과, 운영팀이었지만 지금은 스카우트팀이된 재희와 대학야구를 보러 가서 나눈 대화를 보면서 또 눈물샘이 터졌다.

대학야구 선수들을 프로팀으로 스카우트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닌데, 이유는 4년뒤 졸업후 old해진다는것과 대학생이다보니 공부와 병행하면서 연습시간이 부족하다는 장벽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럼에도 프로구단에서 대학야구 선수들 경기를 보러 온 이유는 '즉시전력감'으로 사용할 인재가 있을까, 하는 기대였다. 스카우트 팀장으로서의 목표는 지금 당장 즉시전력감으로 사용하고 말 패가 아니라, 향후 두고두고 키울 인재를 발굴하는것인데, 현재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운영팀장과 단장이 '우승을 위해 마음이 조급해 보인다'는 것을 느끼고 본인이 추구하는 목표와는 다르지만 대학야구, 고교야구 가릴 것 없이 단장과 운영팀장이 원하는 목표에 발맞추기 위한 <즉시전력감>을 찾아나서려는 스카우트 팀장의 충성어린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 요즘 직장에도 그렇게 일하는 직원이 있을까?

나는 과연 그런 직원일까? 나도 충분히 충성심있고 신뢰할만하고 열정적이지만 양원섭 스카우트 팀장에 비해서는 새발의 피일 뿐이다.

(매회마다 감동적인 모먼트가 있었는데 막상 글로 쓰려니 또 생각이 안난다. 빈약한 기억력…)


셋, 보다보면 어느새 드림즈팬클럽이 되어 ‘드림즈’가 가을야구할 수 있기를 기도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우리의 드림즈가!!

(4년전 드라마 결론 이야기 하는게 스포는 아니라믿지만 나처럼 이 드라마를 지금 시작한 분들에게는 미안한 감이 없지않다...ㅎㅎ)


넷, 꿈을 품게 해준다

4년째 최하위 약체팀이지만 '잘하면 우승할수도 있겠다'는 꿈을 품을 수 있게 백승수 단장이 이 꼴찌팀을 리드한다. 야박하기 그지없고 드림즈 해체가 목적인 구단주 대행 백경민 사장이 어쩌면 ‘드림즈’해체를 무산시킬지도 모른단 꿈을 품도록 이신화 작가가 곳곳에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광고도 미진하고 전략분석도 스카우팅도 보도기사도 대충대충 형식적으로 했던 프런트가 열정을 회복하기 시작하면서 드림즈 프런트뿐만 아니라 모든게 달라졌다. 선수들 갈등, 기량을회복, 멘탈 관리,  감독과 코치진의 단합까지. 결국 스스로 열정을 태우고 싶게 만들고 모두에게 꿈을 꾸게 해주고 그걸 이루도록 과정을 만들어준  건 백승수 단장의 리더십이었는데,

그 핵심은, 매순간 정면돌파, 올바른 방법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불의에 맞선 용기였다. 미친 전략은 base로 깔아두었고. 백단장은 언제라도 자신이 가진 지위와 자리를 내놓겠다는 각오로 누구앞에서도 꿀릴 것 없이 당당하게 소신껏 사람들을 대했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올바른 소신은 사람들로 하여금 열정을 불태웠고 다시 꿈을 꾸게 했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도록 도왔다. 


가슴에 뜨거운 꿈을 품고사는 직장인 제니퍼씨에게도 많은 울림을 준 드라마였고, 백단장의 리더십이었다.

한번 태어났으면 백단장처럼은 확실하게 일해야지, 않나싶다. 

백단장같은 사람이 그의 소신을 펼쳐도 문제없을수있도록 드라마같은 안전지대가 21세기 대한민국에는 없다고 느껴지지만, 그러니까 이번 2024 총선에 각자 투표들 잘 하시기를, 당부하고싶다.

갑툭 총선이지만..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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