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누군가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또 누군가는 마지막 여정을 준비한다.
인생은 때로 익숙함을 떠나 새로운 가능성에 마음을 열어야 할 때가 온다. 헤드헌터로서 나의 역할은 그런 순간마다 용기를 북돋아 주고, 그들이 선택한 길이 옳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길이 멀어 보일 때에도, 선택의 무게가 클 때에도, 그들의 여정을 응원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하는 일의 사명이 아닐까.
오늘 번개 가능해요?
출근길에 받은 메세지였다. 9년정도 함께 일했던 외국계 기업 HR이었는데 그녀의 문자를 받자마자 캘린더를 살펴봤다. 내일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찰나의 순간 고민했지만, 함께일하는 동안 한번도 이런 연락을 하신 분이 아니라 무리가 되지 않는선에서 뵙기로 했다. 약속장소(삼성동 피맥집 '폴리스')를 정하고, 18시 30분으로 시간을 정한뒤 메세지를 보냈다.
[Text]
떠나시면 안되는데..
왜 슬픈예감은 틀린적이 없는걸까.
전혀 다른 industry에서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기획하는 일에 도전하기로 결정한 그녀는, 새로운 회사로 조인을 앞두고 몇가지 묻고 싶은게 있다고 했다. 헤드헌터로서 이번 이직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보통 20여년 내외 HR 들의 연봉수준이 어떠한지 오랜만의 이직에 관해 궁금한 것이 많았다.
내 답변을 듣기전에 그녀는 먼저 이렇게 첨언했다.
"여기 그대로 남아있다 한들 길이 보이는가? 행복하고 만족스러운가? 스스로 물어봤다. 아니었다. 내 나이 벌써 50이다. 마지막 이직이다 생각하고 결정했다. 어느순간 연차도 높아지고 그에 따라 연봉도 높아지면서 고려할 만한 기회가 별로 없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의 offer는 설레임과 기대를 주었고, 낯설고 새로운 분야에서 새챕터를 그려나가도 좋겠다, 는 생각을 했다"
"헤드헌터로써 이번 결정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지금 조직에서 충분한 시간 프로세스 정립하고, 기획하고, 해야할일들 다하지 않았나. 충분히 잘하셨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더욱더 이번결정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이다. 잘하셨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배를 만든 목적은 그게 아니듯이 저는 자신만의 여정을 떠나는 모든분들의 도전을 언제나 지지한다. 나라도 그 제안, '수락했을'것 같다. 행여 이 선택이 잘못됐다 판단되면 다시 돌이킬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때가 오면 내가 잘 돕겠다"
그녀는 내 답변을 듣고 본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하이파이브를 건넸다. 차도녀 캐릭터인 그분과 생애 첫 하이파이브였다.
10년정도 알고 지내던 자동차부품사 대표님의 채용건도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후보자가 희망하는 연봉과 그 숫자에 대해 글로벌 승인을 받은 후 입사일을 조정하는 단계였는데 오늘 승인도 났고, 조인하게 되는 날짜도 모두 확정되었다. 휴! 이 대표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2016년 처음 인연이 되어 해마다 연초나 연말이 되면 만나는 멤버가 될 정도로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새우감바스와 파스타도 맛있게 만들어준적 있고, 각각의 음식마다 페어링되는 술을 기가막히게 잘 알고 소개하는 분이기도 한데 무엇보다 중요한건 모두의 귀감이 될만한 인성과 실력을 갖춘 분이라는 점이다.
64년생인 이 대표님은 정말 마지막 커리어 여정을 잘 마칠 곳을 찾고 있었다. 그간의 경력과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그런 유연성 갖춘 곳. 나또한 그의 마지막 커리어 여정에 그런 회사를 소개해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그런데, 그 바람은 어늘 늦은 여름, 아주 우연히 이루어졌다.
오늘 만난 HR 에게도 64년생 대표님 케이스를 설명하면서 혹시 경력이 꼬이더라도 잘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헤드헌터라고해서 지금 당장 그 후보자에게 suitable한 회사를 right time에 준비해뒀다 내놓는것처럼 짜잔~하고 내놓을 순 없다. 그러나 진정으로 바라는 일들은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분들이 필요한 곳들은 늘 준비되어 있기에 너무 두려워하지말고, 불안해하지말고 결정한 그방향대로 직진해도 된다.
p.s 내일 또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도와주기 위해 오늘은 일단 자야겠다.
눈이 자꾸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