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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세젤이맘 Jul 20. 2022

우리가 직장생활을 즐기는 법

어느 특별한 사무실 이야기



나는 한 사무실의 팀장이다.

사무실 직원들은 총 11명인데 남자 직원 6명에 여자 직원 5명이다. 대부분 30~40대 초반, 한 명을 제외하고 다 결혼을 했다. 아이들 나잇대도 비슷해 관심거리, 얘깃거리, 생활패턴도 비슷하다.


대부분 아직 어린아이들을 키우고 있어 직장생활과 취미생활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 역시 배드민턴, 탁구, 필라테스, 수영 등 안 해 본 운동은 없지만 제대로 배운 운동은 없다.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일하랴 애 키우랴 살림하랴, 운동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고, 무언가를 배우고 싶은데 기회가 없었다.


회사에 제대로 된 여직원 휴게실조차 없다. 직업 특성상 서로 싸우고, 때리고, 협박하고, 던지고, 학대하는... 누군가는 세상에 태어나 한 번도 겪지 않아도 될 일을 매일 수십 건씩 마주하는 일이라 업무 자체가 즐겁지 않다. 쏟아지는 업무 압박과 상사 스트레스까지, 답답하고 우울한 직장생활에서 운동이나 취미생활이 가능하다면 조금은 숨통이 트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직장에서 취미생활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 우리가 회사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생각났다. 여직원들의 경우 출근 전과 퇴근 후에는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바로 점심시간.

회사에서 유일하게 자유시간이 허락된 1시간, 이 시간을 이용해 직원들이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점심도 먹어야 하고, 학원까지의 이동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1시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그때 한 여직원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런앤런 배달강좌'라는 게 있는데 직장에서 5명 이상 강좌 신청을 하면 강사가 회사로 방문해 강습을 해준다고 했다. 물론 수강료는 공짜, 지자체에서 부담한다.


와, 이렇게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고?


바로 '런앤런 배달강좌' 프로그램을 알아봤다.

요가, 필라테스, 캘리그래피, 탁구, 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고 직장 내에서 5명 이상 신청을 하면 매달 추첨을 통해 수강 여부가 결정됐다.


직원들 반응은 매우 좋았다.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무슨 과목을 신청할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침 우리 사무실 바로 앞에 체력단련실이 있었고 탁구대가 2대가 있었다. 탁구반 그리고 몸치 탈출반, 2개의 강좌를 신청해 보기로 했다.


중복 수강은 안되니 누가 어떤 과목을 신청할지 의논하는 과정도 재밌었다. 여직원 2명이 몸치 탈출을 적극 희망했고 5명을 채우기 위해 남자 직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몇몇 다른 부서 직원들에게 런앤런 배달강좌를 소개하니 역시, 격하게 호응하며 탁구반 5명, 몸치 탈출반 5명은 금세 모아졌다.


배달강좌 추첨 날이 되었다.

두근두근, 다행히 탁구반, 몸치 탈출반 모두 선정되었고 다음 달부터 바로 시작된다고 했다.  


탁구강습을 받기 위해 탁구공 300개를 주문하고 라켓도 주문했다.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이 되면 우리 사무실 직원들은 운동복을 갈아입고 탁구 라켓을 든다. 레슨은 한 사람 씩 받기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은 통~ 통~ 핑퐁게임 같은 명랑 탁구대회를 즐긴다. 지자체에서 지원되는 공짜 수업이라는 사실은 뭔가 거창한 혜택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더 좋아진다.  


여직원 4명과 남직원 1명으로 구성된 몸치 탈출반은 딱 초등학교 학예회 수준의 율동을 한 동작 한 동작 씩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쭈뼛거리던 직원들이 팔, 다리를 쭉쭉 뻗어가며 웨이브도 서슴지 않는다. 신나는 음악에 몸을 맡긴 직원들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이다.


" 와~ 직장이 이런 맛이 있어야지 진짜 너무 좋다"

" 아~ 오랜만에 팔다리 좀 찢었더니 아고아고.. 죽겠네 죽겠어"

" 뭔가 새로 배운다는 사실이.. 너무 좋네요"

" 옛날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요"


탁구를 치고 춤을 추는 것,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동료들의 모습이 새로웠고, 모두 즐거워했다.


적당이 가까운 사이.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를 나타내기 딱 좋은 말이다. 아무리 오랫동안 같이 근무했다고 해도 직장 내에서 막역한 사이가 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긴장의 연속, 기간 내 처리라는 압박, 불편한 상사, 동료들과 경쟁... 꽉 막히고 답답한 직장생활 중 일주일에 딱 한 시간, 온몸의 근육을 이완시키고 땀을 흘린다.


우리는 워라벨의 중간쯤, 그 어딘가에서 잠깐의 '쉼'을 통해 직장생활을 즐기고 있다.


조만간 탁구 리그전을 추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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