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주변사람, 일, 부모님 그리고 마지막에 내가 보였다.
(글을 쓰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 Soppy - 우리는 달력을 샀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다. 그녀와 이별 후, 나의 삶은 눈물로 마를 날이 없었다. 나의 감정은 폭풍 속에서 어디로 갈지 모르는 작은 배와 같았다. 감정의 파도가 일렁이면 쉽게 요동치고 중심을 잡지 못했다. 너무도 나약했고, 무기력했다.
이별 후, 나의 일상은 서서히 무너져 갔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녀 덕분에 지금까지 잘 지냈던 것 같다)
무기력함이 나의 일상에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기 싫어졌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부담되었다. 아니, 모든 관계가 두려워졌다. 그리고 점점 가게 문을 여는 날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집에만 있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일상, 인간관계, 직장으로부터 회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무기력하고 나약하고 비겁한 사람이 되어갔다. 책임을 다해야하는 일들과 관계에서 나는 최선을 다해 노를 젓지 않았다. 작은 배에서 내리지도, 방향을 이끌지도 못한 채 감정의 파도가 치는 방향대로 흘러만 갔다.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어머니셨다.
신기하게도 어머니는 내 목소리만 듣고도 무슨 일 생겼다는 걸 직감하셨다. 여자친구와 이별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어머니는 어쩔 줄 몰라 하셨다. 나를 위로해 주려고 애쓰시는 어머니 목소리에 눈물이 쏟아졌다.
부모님께서 흘리신 땀방울로 인해 내가 존재했고, 그 땀방울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하고 서울로 왔는데... 지금은 내 감정에 빠져서 땀방울이 아닌, 눈물만 쏟고 있는 사람이 되어있다. 부모님께 너무 죄송스러웠다.
그녀라는 큰 조각이 빠지자, 나의 삶에 남은 퍼즐 조각이 많지 않음을 알았다. 남은 퍼즐 조각을 보니 너무 초라했다. 그녀라는 큰 퍼즐 조각이 나의 많은 부분을 채워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 인생을 더욱 풍족하게 했고, 고독하지 않게 했고, 나의 힘든 20대를 넉넉하게 채워준 그녀의 한 조각에 늘 감사하다.
나약함과 무기력함만이 가득한 일상, 정말 무서운 건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들도 적응이 된다는 것이다. 상황과 문제로 생긴 부정적인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부정적인 사람 자체가 되어갔다.
늪에 빠진 것처럼 나의 감정에 내가 빠져서 나는 없고 막연하게 흐르는 부정적인 감정이 전부인 사람이 되어갔다. 단단한 사람이 되기를 늘 바랐지만, 깨져버린 나의 이성의 물잔에는 감정이 끝없이 세어 흘렀다. 나는 아무런 성장을 하지 않았다. 인간관계를 끝없이 회피하는 비겁한 사람이었고, 나의 감정조차 조절하지 못하는 나약한 사람이었다.
두려웠다. 무너져 가는 내가, 바뀌지 않는 상황이, 늙어가는 부모님이, 잊혀져가는 내 가게가, 그리고 내일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으로 다시 글을 써본다. 무너진 나를 적어보려고 한다. 나의 고민을, 나의 눈물을,
나의 미소를, 나의 발걸음을, 나의 한 접시를, 나의 삶을... 이제는 회피하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기를 바란다.
이별과 함께 보이는 것들, 천천히 다시 회복시키자
그리고 내가 나를 조금만 더 귀하게 여기자.
느리지만, 이제는 노를 젓는다.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