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눈치 보이는 문화는 어쩔 수 없지만
코로나 확진자 증가 속도는 줄었지만 여전히 국가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내가 다니는 회사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사무실에 머무는 인원을 줄이기 위해 팀의 상황에 따라 순환제 재택근무를 하라는 지침이 나왔다.
팀장이 메신저로 팀원들에게 알렸다.
"재택근무 공지합니다. 개인의 업무 상황을 고려하여 주 1회 이상 재택근무 일정을 짜 주시기 바랍니다. 팀의 스터디가 있는 금요일은 제외하고 월~목 중 하루에 3명 이내로 재택근무를 신청해 주세요. 재택근무 가능 기간은 우선 다음 주까지 입니다."
팀에서 재택근무 일정을 공유할 구글 시트가 만들어졌고 각자 접속하여 재택근무 희망 날짜에 이름을 기입하기 시작했다. 팀장을 제외하고 나를 포함한 팀원 5명이 전원 희망일자를 적고 나니 결과는..
나 : 이번 주 3회, 다음 주 2회 (더 신청하고 싶었지만 오프라인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 외 팀원들 : 2주 동안 1회~3회
팀장 : 0회
일정표를 보고 퍼뜩 든 생각.
'어, 내가 제일 많이 신청했네?'
퇴근하면서 살짝 눈치가 보였다. 월요일 저녁 팀장에게 '먼저 가보겠다'는 인사를 하자 팀장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대답을 했다.
금요일에 봐요.
아니, 나는 계속 온라인으로 접속할 거라서 메신저든 화상회의든 매일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굳이 금요일에 보자는 말을 왜 붙이는 건지?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에서 유연근무제나 재택근무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회사도 IT 엔지니어들에게만 적용하던 재택근무를 이번 기회에 전 직원으로 대상을 확대하여 적용하고 있다. 많은 워킹맘들에게 재택근무는 기회가 될 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다.
기회 : 재택근무로 인해서 가족들과(특히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부모에게 하루하루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행복해하는 것은 아이도 마찬가지다.
위기 : 재택근무라고 해서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다 보니 어느 하나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혹시라도 평소보다 업무 처리 양이나 질이 저하되면 재택근무하면서 육아하느라 일 못했다는 인식을 주게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마음에 스트레스도 쌓인다.
워킹맘뿐만 아니라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온라인으로 항상 접속 가능한 상태여야 한다는 것은 꽤나 큰 스트레스이고 강박이다. 사무실에서는 잠깐씩 자리를 비우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재택근무 중에 메신저에 자리비움 상태가 뜨거나 누군가의 메시지에 바로 답변하지 않으면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인식을 주게 될까 봐 두렵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마음 놓고 볼 일 보는 것도 불안하다는..)
재택근무가 모두에게 유용한 근무형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항상 정해진 근무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야 한다'라는 오프라인적 사고방식이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메신저로 말을 걸면 즉시 대답해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던가, 시간마다 어떤 일을 했는지 보고를 한다던가 하는 것은 재택근무의 효율을 높이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필요한 미팅이 있다면 사전에 시간을 정해서 화상미팅을 하면 되는 것이고, 급한 일이 있으면 메신저보다는 전화를 하면 된다. 문자로 이루어지는 소통보다는 음성이나 화상으로 이루어지는 소통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덧붙여서 워킹맘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중에 너무 육아와 집안일에 매몰되지 않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한 몇 가지 Tip을 적어보려 한다.
1. 기상 및 취침 시간은 평소(회사에 출근할 때)와 동일하게 한다.
처음 재택근무를 할 때는 출근시간 10분 전에 일어나서 부스스한 얼굴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매일 늦게 일어났더니 밤에 잠에 오지 않아 아이를 재우고 스마트폰을 하거나 재택야근을 하게 됐고, 전체적인 생활의 밸런스가 흐트러졌다. 재택근무 이후에 정상 출근을 하게 되더라도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평소와 기상, 취침 시간을 유사하게 맞추는 것이 좋다.
2.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운동을 한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평소보다 활동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점심시간에도 사무실 밖에 잠깐씩 나가는 것을 고려하면 하루에 걷는 양이 상당한데 종일 집에 있으면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활동량이 적어 불어나는 체중에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 있다.
회사에 출근할 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면 그만큼의 여유 시간이 생긴다. 이 시간을 활용해 운동을 하면 재택근무를 하는 중에도 활동량을 유지할 수 있다. 집 밖에 나갈 수 있다면 운동장이나 공원에서 걷고 뛰는 운동을,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실내 자전거나 스트레칭을 하면 된다.
3. 점심시간에는 아이와 함께 집 밖으로 나간다.
점심시간에는 잠시나마 컴퓨터 앞을 떠날 수 있어서 나는 이때 마스크를 쓰고 아이와 함께 집 앞 공원이나 단지 내의 놀이터로 향했다. 너무 집안에만 있으면 아이도 나도 답답하고 예민해지기 쉬운데 잠시나마 함께 봄햇살과 따뜻한 산들바람을 느낄 수 있으니 기분전환이 됐다.
재택근무를 할 때 하루에 일정 시간 이상 햇빛을 받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종일 집안에만 있으면 씻는 것도 게을리하게 되고 옷을 갈아입지도 않지만 잠시 동안이라도 외출을 위해서 나갈 수 있을 정도만큼은 매무새를 단정하게 하게 된다.
4. 식사는 간단하게, 배달도 좋다.
집에 있다 보면 역시나 삼시세끼 차려 먹는 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된다. 회사에 가면 단 돈 몇천원으로 남이 차려 준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재택근무 중에는 식사를 직접 준비하는 것도 시간을 많이 뺏는다.
아침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을 준비하고, 점심에 배달을 시키면 보통 저녁까지 먹을 수 있는 양을 주문한다. 그렇게 하면 음식 준비, 상차림, 설거지 등의 뒤처리까지 많은 집안일을 줄일 수 있다.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에는 가능한 집안일을 줄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