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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나 Jun 16. 2020

시간거지 워킹맘도 하루 만보 걸을 수 있다

지난 3월 생일선물로 남편에게 애플워치를 받았다. 원래는 D사의 수십만 원짜리 고데기(?)를 사달라고 했었는데 무슨 고데기가 그렇게 비쌀 수 있냐면서 그런 것은 선물로 사줄 수 없다고 단칼에 거절하던 남편이었다. 그런데 애플워치를 사달라고 하니 바로 다음 날 로켓배송으로 아침 7시에 문 앞에 애플워치가 도착해 있었다.


내 생일 선물인데도 남편의 취향대로 주문하는 건가?

남편은 생일선물을 주면서 마치 광고멘트라도 하는 듯 말했다.

"그 고데기는 헤어스타일을 좀 바꿔주는 정도겠지만, 이 시계는 삶을 바꿔줄 거야."


호언장담을 하는 그의 말에 콧방귀를 뀌었지만 어쨌든 받은 선물이니 착용하고 생활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시계 하나 새로 샀을 뿐인데 벌서 3개월째 나는 매일 평균 만 보 이상을 걷고 있다. 남편의 말대로 정말 삶이 바뀌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단지 애플워치만의 힘은 아니었다. 평소 운동량이 너무나도 부족한 나의 저질체력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려 보기 위해서 한 결심의 시작이 바로 애플워치였던 것이지 시계를 샀다고 해서 갑자기 없던 운동 생각이 든 것은 아니다.


그래도 애플워치는 나의 결심에 조금 더 불을 지펴주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었다. 거추장스러운 핸드폰을 들지 않고 가벼운 시계만 착용하고 있어도 실시간으로 나의 움직임이 기록되는 것은 활동량을 늘리는데 꽤 효과적인 방법이 되었다. 매일 숫자로 나의 걸음 수와 소모한 에너지를 체크하면서 평소보다 활동량이 적으면 다음 날 더 움직이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2020년 3월부터 시작한 하루 평균 만보 걷기는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워킹맘으로 생활하면서 매일 반보를 걷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조금 부지런을 떨면서 어느 정도 루틴을 만들고 나니 만보를 걷는 것이 엄청나게 힘든 것만은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평소보다 아침 기상 시간을 당겼다. 이전에는 7시 30분에 일어났었는데 6시 50분에 일어나서 40분 정도 집 앞 공원에서 걷기 운동을 한다.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퇴근을 하고 점심을 먹은 후 시간이 나면 회사 근처를 산책했다.


아침 걷기 : 5천보

대중교통 출퇴근 : 3천보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회사 및 일상생활 : 3천보


이렇게 하면 1만보는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다. 종종 늦잠을 자서 아침운동을 못 하는 날에는 점심을 간단히 먹고 산책 시간을 늘린다. 회사에서 교육이 있어 강의라도 하는 날이면 1만 5천보 정도 달성하는 날도 심심찮게  있다.


변수는 비가 오는 날인데 대중교통 출퇴근과 일상생활만으로도 5천보 정도가 달성되기 때문에 나머지는 실내에서 평소보다 조금 더 자주, 바쁘게 움직여준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회사와 연결된 대형마트로 가서 쇼핑을 하듯이 둘러보면서 부족한 걸음 수를 조금이라도 더 채우려고 한다.


주말에는 매일 1시간 이상 걷기 운동을 하고 아이와 함께 집 앞 공원이나 놀이터 등으로 산책도 자주 나간다. 이러다 보니 휴일인 어린이날에는 2만보를 달성하기도 했다.


조금 들쭉날쭉하지만... 걸음 수가 부족하면 다음 날 더 많이 걸으려고 노력한다.


걷기 운동의 효과


만보를 걷는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살이 빠진 것은 아니다. 체중은 큰 변동 없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주말마다 음주와 폭식을 하고, 평소에도 밥씸으로 사는 나의 식습관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요즘처럼 확찐자(?)가 늘어나는 시기인데도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다.


확실히 달라진 점은 있다면 잠을 잘 자게 되었다. 원래 잠드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새벽에 깨면 다시 잠을 못 자는 날이 많았는데 만보 걷기를 한 뒤로는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 그래서인지 아침 기상 시간이 빨라졌는데도 그다지 힘들지 않다.


그리고 걸음이 엄청나게 빨라졌다. 안 그래도 빠른 걸음은 요즘 더 빨라져서 동료들은 나를 "국가대표 경보 선수"로 인정해 주고 있다. 나를 따라서 걷다 보면 내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게 돼서 덩달아 걸음이 빨라진다고 한다. 걸음이 빨라질수록 만보를 걷는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도 줄어들어 걷는 일이 더욱 수월해진다. 게다가 걸으면 걸을수록 걷는 체력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하루 2만보를 걸은 날에도 힘들지 않았고 이런 상태로 시간만 있으면 3만보도 걸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체력도 더 좋아지고 생각도 더 긍정적인 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나 아침에 상쾌한 공기를 맞으면서 걷는 것은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을 업 시키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평소에는 잠이 덜 깬 듯이 굉장히 피곤한 표정으로 출근했는데 걷기 운동을 한 후에 샤워를 하고 출근을 하면 몸도 정신도 하루를 활기 있게 보낼 준비가 된다. 아침 걷기를 거르고 출근한 날이면 하루 종일 몸도 더 쳐지고 체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효과는 평생 운동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고 헬스장에 기부를 일삼았던 나에게 운동의 루틴이 생긴 것이다. 걸을수록 체력이 향상되고 매월 조금씩 평균 걸음 수가 증가하고 있다. 6월부터는 날이 더워서 점심시간에 걷는 것이 조금 힘들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침과 저녁 시간을 활용해서 걷기 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걷는 시간이 나의 일상에 가장 큰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활동이기에 나는 걷기 운동을 하는 시간이 참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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