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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수진 Mar 11. 2022

가벼운 책임감

그림값

그리다


가볍게 그리다 ⓒ 방수진. 2022.



턱~툭~ 그리다 ⓒ 방수진. 2022.




쓰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나에게서 온 것이었고 책임 또한 반드시 나에게 돌아왔다. 나이는 책임을 회피할 수 없게 했고 어떻게 책임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했다. 무겁다고 하면 무겁고 가볍다고 하면 가벼울 수 있는 문제들이었지만 당시에는 모든 이유가 무겁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에는 책임감의 무게를 느끼지 못했다. 공부해야 한다는 것 빼고는 책임져야 하는 무언가가 없었다. 어른들이 공부가 제일 쉽다고 했던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무거운 생각과 감정을 소유한 사람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상대방의 감정에 쉽게 몰입되기 때문이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거리를 유지하다 보니 나만의 시간이 생겼고 여유를 즐기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림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절박함, 선생님이나 교수님께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었다. 그런데 생각이 달라졌다. 그림 재료는 내가 벌어서 사고 싶었다.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닌, 그림 재료를 사야 한다는 가벼운 책임감이 생겼다. 아직 사야 할 그림 재료가 없기에 마음대로 그림 그리고 글을 쓰고 있다. 


외주를 통해 돈을 벌고 있지만 주기적이지 않았고 금액이 많지 않았다. 일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가볍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 가벼운 그림이 더 매력적이었다. 무겁게 캔버스를 꽉 채운 그림은 고구마 백만 개를 먹은 것 같았다. 현실도 답답한데 그림까지 답답하게 그리고 싶지 않았다. 가벼운 책임감을 갖고 가볍게 그림을 그리는 지금이 행복했다.


행복은 작은 것의 총합이었다. 매일 조금씩 느끼는 행복 덕분에 주머니는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부유했다. 가벼운 책임감 덕분에 그림에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산책하다


잔잔한 인생이고 싶다 ⓒ 방수진. 2022.



산책의 가벼움이 삶의 무게를 덜어준다 ⓒ 방수진. 2022.



남은 인생길을 천천히 걸어본다. 이전보다 가볍게 ⓒ 방수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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