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천천히
그리다
쓰다
'그림 그리고 글을 쓴다.'라는 문장만 보면 우아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영감이 떠오를 때 붓을 들고 캔버스에 채색하는 예술가의 모습도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러나 그림 그리는 사람인 나는 우아하지 않다. 우아하고 싶어서, 정확히 말하면 인간답게 살고 싶어 그림을 그리고 있다. 표현 욕구가 있는 사람이다.
세상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표현만 하는 것은 지속해서 그림 그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가족, 친구, 타인이 봐줄 때 그림에 힘이 생겼고 그 힘 덕분에 다음날도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살 수 있었다. 인정 욕구였다. 타인이 봐주기 원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타인이 봐줄 만한 그림인가?
첫 번째로 그림의 완성도와 메시지가 분명한지 살펴보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무언가를 그림에 담지 않으면서 타인이 봐주길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타인의 마음에 닿는다는 것은 인간의 욕망 중 하나인 소유욕과 만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그림이 판매로 이어질 수 있는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았다. 타인의 만족과 닿지 않고 있음을 자신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과연 타인이 갖고 싶어 하는 그림인지 말이다. 결론은 '부족하다.'였다.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전공을 살려 디자인과 접목해서 그림을 편집했다. 편집 디자인 수업을 받던 대학 시절을 떠올리며 폰트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과정은 신선함과 설렘을 안겨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디자인과 접목하는 작업을 하고 나니, 타이포 공부가 다시 하고 싶어졌다. 타이포그래피의 매력에 빠져 지내던 옛 시절을 떠올리며 관련 아이디어를 찾고 자료를 수집했다
그림도 상품이고 그 상품을 팔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답 없는 길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나만의 속도로 감성과 이성이 이끄는 대로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산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