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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리따 Feb 21. 2023

한결같은 사람

어제 딸아이와 겨울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밤에 잠자러 가기 전 책을 읽어주고 있는데 첫째가 가지고 온 책은 스티커를 붙이는 활용북이 별도로 있었어요. 그래서 스티커도 같이 가지고 오라고 했죠. 첫째 아이 책을 다 읽어주고 나니 둘째도 같은 전집에서 책을 고릅니다. 아직 글밥이 많기에 다른 책을 권했어요. 스티커를 붙이고 싶다고 하네요. 낮에 안 보는 책을 정리했었는데, 중고 사이트에 올려놓은 책이 생각났습니다. 팔지 않고 둘째와 같이 해보기로 했어요. 


겨울의 식물에 관해 배웠어요. 그림책이 아니라 지식을 놀이처럼 습득하게 하는 책이었지요. 상록수, 낙엽수, 겨울눈, 겨울에 피는 꽃에 대해 나오더군요. 딸아이는 스티커도 붙이고 이름도 적었어요. 


오늘 아침 등원시키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나무에 눈이 가더군요. 어제 그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날이 좀 더 따뜻해졌을 때 눈에 들어왔을 겁니다. 나뭇가지 끝에 눈이 생겼는지 봤어요. 새 잎이 나올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하원할 때는 같이 나무를 보고 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제 책에서 봤으니까 직접 보며 이야기를 나누면 더 기억에 남잖아요. 문득 상록수와 낙엽수가 떠오릅니다. 늘 푸른 나무, 가을이나 겨울에 잎이 떨어지는 나무. '한결같은' '꾸준' '변함없는' 이런 단어와 저의 모습이 겹쳐지더군요. 


글을 쓰고 다이어리에 기록하기 전, 저는 마음대로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게 생겨 시작하면 끝까지 가보지 못했어요. 조금 하다가 안 되거나,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그만두기 일쑤였지요. 낙엽수는 겨울을 잘 보내기 위해서 잎을 떨어뜨리지만 저는 안 된다는 이유로 의지를 꺾었습니다. 포기했지요. 하나만 봐도 알지 않습니까. 이것도 못 해내는데 다른 일도 잘 될 리 없습니다. 그런 날을 보내며 자신감이 사라졌어요. 자존감은 낮아졌고요. 엄마, 전업주부라는 이유가 아니었던 거 같아요. 내 태도가 그런 나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21년 1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쓰면서 글 대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을 만큼, 내가 하는 행동을 글에 담았습니다. 가끔씩 좀 더 잘 살고 싶을 때는 질문을 했어요. 제가 바뀌어야 하니까 저한테 그렇게 살 수 있겠냐고 물어본 거죠. 혼자 쓰는 일기에서도 저의 다짐을 적을 때는 꼭 물어봤어요. 


21년 연말쯤에는 글쓰기 수업과 다이어리 쓰기를 시작했어요. 꾸준하게 수업 듣기와 글쓰기, 다이어리 기록을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예전에는 목표가 멀고 높아 조금만 하다 포기했는데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일 년도 되지 않아 저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는 걸 스스로 느끼고 있어요. 그렇다고 매번 하루를 쌓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새벽기상, 글쓰기, 독서, 운동을 목표한 대로 정해진 양이나 시간만큼 해내지 못하는 날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달라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포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늦게 일어나면 각 과정마다 최소한의 일만 합니다. 


산을 보면 상록수와 낙엽수가 같이 있습니다. 소나무처럼 사계절 내내 푸른 나무만, 은행나무처럼 잎을 떨어뜨리는 나무만 있지 않아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내가 있고 또 어떤 날은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포기하는 내가 아니라 꾸준한 사람이 되기 위해 마음을 잡습니다. 그렇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쌓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목표는 한결같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단번에 매일 할 수 없다는 거 잘 압니다. 욕심내지 않고 또박또박 살아가려 합니다. 지금 365일 중 200일은 계획대로 일어나지 못해 최소한의 일만 처리하고 있다면 180일, 150일, 100일, 70일, 30일로 줄여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세 가지를 할 계획입니다. 


첫째, 몸을 살피는 일입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새벽이어서 4시 3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있어요. 알람을 듣고 일어나기 위해서는 일찍 자야 합니다. 일주일 내내 비슷한 패턴이면 더 좋겠지요. 잠과 운동으로 기본 체력을 만들고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그냥 넘기지 않기로 합니다. 


둘째, 적절한 피드백입니다. 계획대로 시간을 보냈을 때도 그렇지 못했을 때도 그 원인을 분석해야 합니다. 한 가지 이유만 있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하루를 잘 만들어갔을 때는 다음 날도 그렇게 보내기 위해서 이유를 따져보고 오늘과 같은 하루를 보내기 위해 노력해야겠지요. 계획이 아니라 내 마음대로 보낸 하루라면 '왜'에 대한 질문이 필수입니다. 잘한 점은 칭찬도 하고요, 못한 일은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하기. 지금보다 세밀하게 파악해야겠습니다. 


셋째, 보상을 쌓아나가려고 합니다. 사람은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움직이지 않을까요. 지금 당장의 재미와 편함도 보상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되고 싶은 모습이 보상이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운동하지 않고 쉬기(지금의 보상) 대신 10kg 살 빼기를 위한 운동(미래의 보상)을 해야겠지요. 미래를 위해 움직이기가 쉽지만은 않은데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방법은 누적일을 적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기록하지 않았는데요, 미래의 보상을 지금 느끼게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방법입니다.


이 세 가지 방법을 통해서 그저 제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그런 사람이 되려 합니다. 안 할 핑계 찾지 않고 할 방법을 모색할 거고요. 그렇게 쌓은 하루하루가 모여 365일 푸른 날을 만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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