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이사 온 지 일 년 하고도 삼 개월이 되었습니다. 겨울은 두 번 보냈고요. 겨울에 이사를 와서 강원도 원주, 치악산의 단풍을 오랫동안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어제 치악산을 멀리서 본 적이 있었는데 '다시 봄이 오는구나' 싶었어요. 상록수 나무는 더 푸르게 보이더라고요. 첫 번째 겨울은 많이 춥지 않아서 몰랐는데요, 이번 겨울은 '역시 강원도구나!' 했던 순간들이 있었어요.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생각이 나지 않으니 대구 사람이 살아본 강원도 원주의 겨울에 대해 적어보려고 해요. 지금까지 일곱 가지를 노트에 적었는데요, 글을 쓰다 보면 또 생각이 날 수 있을 거 같기도 하네요. 하나씩 시작해 볼게요.
하나, 눈이 많이 옵니다. 강원도니까요. 대구에 계속 살았으면 눈을 볼 때마다 "우와! 눈이다!!!" 하며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겠죠. 대구는 일 년에 한 번도 올까 말까 해요. 일부러 눈을 보러 찾아가야 하기도 합니다. 밤 새벽에 눈이 오면 출근 시간은 배 이상이 걸립니다. 저도 이번 겨울에 처음 눈을 보고는 아이들과 나가서 놀았어요. 밖에 나와 노는 사람은 저희밖에 없더군요. 다들 어렸을 때부터 적응한 건지, 추워서 안 나오는 건지, 다른 일정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 눈이 올 때도 저희는 나가서 놀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생각보다 많이 없었어요. 눈이 오면 바로 제설 차량이 운행합니다. 몇 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십 분 이동하는 동안 세 대를 봤어요. 저희 집 인근에서 만요. 원주 전체를 생각해 보면 꽤 있을 거 같아요. 덕분에 도로에 눈이 쌓이는 일은 없습니다. 인도는 얼어서 조심조심 다녀야 하지만 도로는 제법 괜찮아요. 부모님들께서 강원도에 눈이 많이 내렸다는 뉴스를 접하시고는 차 조심하라고 하시는데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이사 오기 전 유치원 설명을 들으려고 몇 군데 갔었는데요, 한 원장님은 제가 대구에서 왔다고 하니까 특별히 준비해야 할 게 있다고 하셨어요. 스노우 타이어 및 체인입니다. 가을이 되면 타이어를 바꾼다 하셨어요. 체인도 차에 가지고 다니고요. 대구에서는 글쎄요, 그렇게까지 할 일이 없거든요. 차도 사륜으로 구매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차를 타고 스무 시간 가까이 가야 하는 곳도 아니고 대구에서 강원도 원주인데, 이렇게까지 삶의 방식이 차이가 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그래서 스노우 타이어와 체인을 샀냐고요? 한 번 겪어보기로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제설 차량이 항상 다니니 스노우 타이어의 필요성을 굳이 못 느끼겠더라고요. 체인은 있으면 좋은데 눈이 많이 오면, 무릎까지 쌓일 정도로 오면 저희는 나가지 않기 때문에 체인도 사지 않았어요. 원주는 강원도이긴 하지만 태백산맥 근처가 아니라 경기도와 가까운 쪽이다 보니 눈이 양도 다르더라고요. 원주도 눈이 많이 오는데, 동쪽으로 가니 풍경이 또 달라지더라고요. 그래도 혹시나 이 글을 보시고 '필요 없으니 사지 말자' '안 사도 되겠다'가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 구매해 두시길 바랄게요.
둘, 빨래는 산이 됩니다. 하고 싶은 날 할 수 없어요. 삼한사온, 삼한사미라고도 하는데요. 사의 시작일과 끝나는 날에는 무조건 빨래합니다. 쌓아놓은 덕에 입을 옷이 없어서 날이 따뜻해지면 빨래를 해야 하고요, 쌓이면 언제 또 돌릴 수 있을지 모르니 추워지기 전에 또 세탁기를 돌립니다. 어쩔 때는 하루에 세 번 작동시키기도 해요. 건조기가 있어서 언제 마를지 걱정은 안 해도 되지만, 수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날이 따뜻해지면, 낮 기온이 영하 삼 도 정도만 되어도 돌립니다.
셋, 수도와 연관이 있는데요, 동파방지하기 위해 물을 틀어놓습니다. 캠핑 장박 할 때 이런 글을 봤어요. 개수대가 야외에 있으니 밤에 설거지 끝난 후에는 꼭 물을 흘려보내달라고요. 이사 온 첫 해에는 따듯한 편이라서 몰랐는데 이번 겨울에는 한파주의보가 내릴 때마다 아파트에서 방송이 나왔어요. 아침저녁으로 두 번이요. 보일러는 외출 말고 시간이나 온도로 틀어놓고, 수도꼭지도 틀어놔 달라고요. 혹시 몰라 저희도 바깥쪽 수도꼭지는 물이 똑똑 떨어지게끔 해놨어요.
넷, 야채 씻을 때 내 손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딸아이는 시금치를 좋아해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가 제철이기도 하니 마트에서 재료를 사 반찬을 만들어 줍니다. 한 단 사면 적어서 기본 두 단을 사요. 문제는 씻을 때입니다. 물을 수시로 틀었다 잠급니다. 대구는 여름에 차가운 물을 틀어도 미지근한 물이 나오거든요. 운문댐의 물을 사용하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뜨뜻미지근하죠. 강원도의 겨울은 미지근한 물을 틀어 놓으면 차가운 물이 나와요. 저는 혹시 몰라 차가운 쪽으로 물을 틀고 야채를 씻는데요, 손이 빨개집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살이 터있어요. 장갑 꼭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물이 차가워서 좋은 때도 있어요. 여름에 비빔국수 해 먹을 때입니다. 대구에서는 미리 얼음을 준비하지 않으면, 냉수가 나오는 정수기가 없으면 대략 난감입니다. 찬 물에 씻어야 하는데 시간이 꽤 지나야 차가운 물이 나와요. 원주는 여름에도 차가운 물이 나오니 얼음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아니면 조금만 준비하면 됩니다. 여름에 샤워할 때도 좋아요. 대구 친구들이 여름에 놀러 온 적이 있었는데 바로 차가운 물이 나와서 '아, 원주구나!' 했답니다.
다섯, 창문을 못 열어요. 대구에 있을 때는 상상할 수도 없었어요. 미세먼지가 안 좋아서 안 연 날은 있지만 창문을 못 연 날은 없거든요. 햇 볕이 안 들어오는 쪽이라 해도 문은 열렸습니다. 재작년 겨울이 유독 따듯한 편이었다고는 하나 가끔씩 날씨가 추울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때 창문이 열리지 않더라고요. 얼어서요. 저희 집은 포베이 형태에 남서향입니다. 안방 드레스룸, 팬트리, 주방의 창문은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요. 바깥쪽 창문을 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억지로 열려고 하지 않아요. 삼한사온의 따뜻한 날이 되어도 잘 열리지 않아요. 그럼 그냥 둡니다. 전체적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그때 부드럽게 열어요.
여섯, 개화 시기가 늦어요. 대구에 사는 사람들이 봄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꽃이 폈다고요. 서울에 사는 사람도 얼마 후 비슷한 사진을 보내왔어요. 작년 삼 월에는 아이를 데리러 가는 일이 많아 나무를 많이 봤는데요 사진을 받을 때마다 나무를 쳐다봤어요. 작은 잎 하나도 나지 않았어요. 대구보다 한 이 주 정도 늦다 생각하면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대구에 사는 지인이 올해 꽃구경을 못 갔다고 하면 원주에 오라고 합니다. 지금 오면 볼 수 있으니까요.
일곱, 학교마다 다르긴 하지만 여름 방학보다는 겨울 방학이 긴 편입니다. 날씨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재단에 소속되어 있어서 같은 재단 안에서 선생님의 전출입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이동을 고려하여 겨울 방학을 길게 두는 거 같아요. 주위 다른 학교도 겨울 방학이 더 길더라고요. 대구에 사는 엄마들을 보면 설 지나서 개학하고 봄 방학도 가졌다고 하는데 여긴 봄방학 없이 바로 개학인 곳도 더러 있었습니다. 두 달 정도 되기 때문에 뭔가 하고 싶다는 엄마는 겨울 방학 전에는 미루지 말고 꼭 해야 합니다. 저는 미용실을 미루다가, 아무 생각 없이 보내다가 개학하고 바로 다녀왔어요.
처음 보낸 겨울과 이번 겨울은 달랐어요. 다음 겨울은 또 어떨지 몰라 비교하기 위해서도 남겨봤습니다. 혹시 또 대구에 가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어 마지막 겨울이 될 수도 있으니 그간 경험했던 일, 신선했던 일, 대구와 다른 점에 대해 써보자 싶었어요.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생각나지가 않으니까요. 떠올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요. 종합해서 써보든, 매일 하나의 일에 대해서 써보든 '쓰기'로 남겨야 하는 이유일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