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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리따 Mar 16. 2023

일상과 글쓰기_닮다

아홉 살 아들과 일곱 살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가족 네 명이 나가면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대부분 딸을 보고 하는 말인데요, 

"어머, 눈이 참 예쁘다. 쌍꺼풀이 어쩜 이렇게 진하니?"

여기에 '네 눈이 부럽다.' 또는 저희를 보면서 '돈 굳어서 좋겠다.'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예뻐?'라고 더 말하시는 분도 계세요. 그러다 저를 보고는 '엄마랑 붕어빵', '처음 보는 사람도 딸인 거 알겠다.' 이런 말씀을 하세요. 어머니는 딸을 보면 김혜진이라고 부릅니다. 성을 바꾸지는 못하니 아이의 성에 제 이름을 붙였죠. 


눈만 닮은 건 아닙니다. 까만 피부도 저를 쏙 닮았어요. 백일, 돌 사진을 보면 압니다. 바깥에서 놀다가 탄 피부가 아니라는 것을요. 

식성도 비슷합니다.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에요. 처음 보는 음식도 먹여주거나 밥 위에 올려주면 입부터 벌립니다. 

어릴 때의 나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하는 행동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둘째인데요 자유분방했습니다. 엉뚱하기도 하고요. 딸을 보며 어린 시절의 나도 저러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우리 엄마, 차분한 오빠와 다른 나를 키우느라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또 나라도 이 아이를 이해해야겠다는 다짐(?)도 합니다. 여기서 '나라도'라고 표현한 건 남편과 아들은 딸아이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이건 좀 아닌데 싶을 때가 있어서입니다. 딸도 여자인데요,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해요. 잘 삐지기도 하고요. 아무리 누나가 넷이라 해도 남편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나와 비슷한 딸아이, 내가 받아줘야겠지요.


아들은요 의견이 좀 나뉩니다. 남편의 지인들은 남편과 쏙 빼닮았다고도 하고요, 간혹 외탁했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딸을 보면 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아들을 보면 남편이다는 느낌은 없어요. 굳이 따지자면 코까지는 남편을 닮았지만 턱은 저처럼 갸름해요. 저를 닮은 건지, 갸름해진 얼굴형을 따라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턱 때문에 '아들=남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취향은 남편과 비슷한 게 많아요.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것부터 닮았어요. 아들에게 연예인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엄마가 가장 예쁘다고 했습니다. 

전투기 이야기하면 눈 반짝이고 목소리 커지는 것도 비슷해요. 아들은 블랙이글스 에어쇼를 보고 난 후부터 전투기에 빠졌는데요, 책과 영상으로 기종을 배우고 있어요. 심심할 때는 전투기 그림을 그리거나 종이 접기를 하지요. 아니면 모형으로 이착륙하는 연습도 합니다. 남편 책상에 비행기나 전투기를 조정할 수 있는 여러 장치가 있어요. 프로그램 설치해서 아들과 같이 비행하고 미사일 쏘며 놉니다. 

축구에는 환장을 했어요. 작년부터 축구에 빠지기 시작했는데요, 남편은 알아서 축구화와 양말을 사줍니다. 쉬는 날에 집에서 가만히 쉬고 싶어도 아들이 축구하자고 하면 싫어하는 기색 없이 나갑니다.  

음식도 비슷한 점이 많아요. 두 남자 때문에 제가 힘들다는 공통점도 있고요. 둘 다 소시지, 햄, 라면 같은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좋아합니다. 저는 이런 재료로 요리하는 걸 안 좋아해요. 남편은 게나 생선, 백숙처럼 손이 가는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요, 아이는 채소를 일단 거부합니다. 물컹한 식감도 싫어해요. 그래서 반찬을, 요리를 할 때 제한이 있지요. 간을 맞추는 건 어렵습니다. 처음 요리할 때는 뭐 어떻게 할지 몰라 레시피를 보고 따라 해요. 남편은 맛 평가를 합니다. 이건 짜서 별로고, 저건 단 맛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지요. 아들은 맛이 있으면 먹고 아니면 손도 대지 않습니다. 두 사람 덕분에 요리에 흥미를 잃었고 주방 퇴직을 꿈꾸고 있어요. 그 날 저는 파티하려고요. 두 사람에게 감사 인사도 꼭 전할 겁니다. 

잠자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은 똑같아요. 누워서 최소 삼십 분은 있어야 잡니다. 아들과 저는 한 침대에서 자는데요 귀신, 괴물이 나타날까 봐 무서워서 안고 있자고 하는데 엄마가 먼저 잠들어서 아들의 불만이 큽니다. 남편은 딸과 같이 누워 있는데요, 빨리 잠드는 딸 덕분에 개인 시간 보내더라고요. 저는 아들 재우다 잠들고요. 


이렇게 닮은 일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나는 누구를 닮았을까?'가 궁금합니다. 제 외모는 엄마를 닮았어요. 새치가 많고 머리숱이 많은 점은 엄마 유전자 그대로 받았다 생각해요. 나이가 들면 엄마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외할머니와 엄마의 옆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요 보자마자 입이 턱 벌어졌어요. 저까지 끼고 딸도 옆에 선다면, 사람들이 놀랄 겁니다. 외할머니의 유전자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하시겠네요. 


글도 닮아가고 있어요. 읽은 책이나 쓰는 글을 따라갑니다. 독서할 때, 마음에 와닿은 문장이나 내용을 배우고 실천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책 한 권에 다섯여섯 개를 정해 삶에 적용했는데 오래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하나만 실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나를 위해서 읽은 글처럼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살아가는 모습을 글로 쓰는 요즘, 읽은 글이 곧 저이고 저의 행동을 글로 표현합니다. 


딸은 저를, 아들은 남편을 닮았다고 했습니다. 외모, 취향, 성향이 어떻든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배웁니다. 그중 아이들이 생각했을 때 좋은 점은 닮아가려고 하겠죠. 올바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책 읽고, 글 쓰는 나의 모습이 좋습니다. 오늘도 문장을 읽고 한 편의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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