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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리따 Mar 27. 2023

일상과 글쓰기_고민하며 쓴 글

곳곳에서 봄소식이 들려옵니다. 제가 속해있는 오픈카톡방이 있습니다. 수도권이나 부산 쪽에 거주하는 사람이 주를 이루지만 전국에 퍼져 있어요. 그들이 본 풍경이나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유난히 따뜻한 봄 날씨에 저도 언제 벚꽃이 피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남쪽, 특히 부산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활짝 피고 있었어요. 

제가 사는 동네는 강원도인 이유도 있지만 앙상한 나뭇가지만 보여요. 아마도 봄꽃 중 빨리 피는 나무는 아닌 거 같아요. 여름에 복숭아꽃 이후로 활짝 핀 꽃을 본 적이 없어 내심 기다리게 됩니다. 

지난주, 아파트에서 매화꽃을 발견했어요. 목련나무도 있고 벚꽃나무도 있는데요, 목련은 햇빛을 많이 못 받아요. 건물 뒤편에 심어져 있어서 늘 그늘져 있어요. 공동 현관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나무가 벚꽃이라서 늘 이 나무 아래에서만 서서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러다 발견한 매화꽃이라 더 반가웠습니다. 옆에 있는 아이를 부르며 매화꽃이 있다고 말해 주었어요. 

괜히 한 번 더 보게 됩니다. 봄소식을 알려준 매화꽃이 좋아서 그리고 저는 글 쓰는 작가이니까 관찰하고 싶었어요. 시간 관계상 5분도 채 못 있었지만 5장의 꽃잎, 하얀색 꽃잎, 중앙에는 연두색,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매화꽃이 신기했어요. 

작년에도 이 자리에 매화나무는 있었겠지요. 다만 작년 요맘때는 코로나에 확진되며 집에 있었고요, 관찰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때입니다. 피었어도 모르고 지나쳤을 거예요. 한 번 마음이 가니 또 궁금해졌어요. 

'꽃도 적정한 온도가 되었으니 꽃망울을 터뜨리는 거겠지?'

'꽃이 피려면 타이밍, 나오는 타이밍도 중요하겠다.'

'역시, 꽃이 피니 벌이 오는구나. 그런데 왜 한 마리만 있을까? 벌이 이 꽃 저 꽃 옮겨 다니며 수정도 시키고 그래야 열매를 맺을 텐데...'

'꽃이 필 때 벌이 꽃가루를 옮기지 않으면 열매도 달리지 않아 결국 사람에게까지 영향이 갈 텐데.'라는 생각까지 이어지게 되더군요. 

벌이 꽃과 꽃을 옮겨 다니며 열매를 맺게 해 준다면,

글은 나의 생각을 독자에게 전달해 줍니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 꽃이 피고 벌이 오는 적절한 시기가 있듯

독자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담은 글, 즉 시의성이 딱 맞는 글이 있습니다. 

저의 첫 책이 시간 관리에 관한 내용이었는데요 11월 말에 투고를 시작했습니다. 출간 계약을 할 때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시간 관리, 다이어리에 관한 책은 10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많이 나간다고. 이 책을 빨리 내도 1월 중순인데 그때는 살짝 늦은 건 있다고 하셨어요. 이처럼 특정 시기가 되면 잘 팔리는 책이 있습니다. 학년 초에 특히 초등 입학 전에 입학과 관련된 책을 서점 매대에서 많이 보게 되죠. 

블로그 포스팅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작년, 재작년의 사진을 뒤져서라도 봄에 가면 좋을 곳, 봄 제철 음식에 관한 글을 올려야지 가을, 겨울을 소재로 한 글은 사람들이 검색해 오지 않아요. 개인 소장용, 기록 용이 아니라 정보 전달의 목적이라면 발행에 적절한 시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4월 11일에 원주 벚꽃에 관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만개했을 때인데요, 누군가는 늦었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지역은 꽃이 벌써 다 떨어졌을 때이지만 원주는 이제 막 절정인 상태라서 저는 원주에 사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같은 주제라도 지역에 따라서 정보 제공하는 시기가 다르겠다는 생각을 한때였습니다. 

하지만 매번 알맞은 시기에 맞게 글을 쓰는 건 힘들어요. 첫째, 현재 유행에 민감해야 합니다. 책보다는 블로그 포스팅이 더 해당되겠네요. 포켓몬스터, 산리오, 벚꽃 등 대중적으로 좋아하는 것 또는 검색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해요. 둘째, 미래도 읽어내야 합니다. 5년 앞선 글을 쓰라는 게 아니에요. 출간했을 때 6개월 뒤의 미래 모습을 일부 예측하기만 해도 책에서는 성공이라고 봅니다. 책 출간하는 한 사이클을 다 겪고  6개월 뒤의 미래라면, 그 사람은 어떤 능력이 있는 걸까요? 셋째, 각 시기별로 유행하는 단어나 관심사를 알고 있어야 해요. 블로그 많이 하시는 분들은 확실히 이런 부분에서 강하더라고요. 월이나 시즌마다 키워드가 있어요. 10월은 핼러윈, 여름에는 워터파크,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등 그래서 그 시기가 되면 포스팅을 위해서 다니거나 경험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쓸 때마다 시의성이 있는 글, 책을 쓰는 건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독자들을 위해서 글을 쓰고 있지만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백 프로 조사해서 욕구에 맞게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제 경험에서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요. 어떤 글을 쓰든 누군가는 변화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백 명이냐 한 명이냐 그 차이는 있지만요. 독자의 입맛에 맞는 글을 쓰면 억지스럽더라고요. 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어떻게 구상할지, 표현할지 고민하며 쓴 글이 다음 날 자리에 앉아 글을 쓰게 합니다. 

다시 매화나무 앞에 섰습니다. 아이들이 없어서 더 자세히, 오랫동안 볼 수 있었습니다. 전날보다 더 활짝 피었어요. 매화나무를 보며 생각합니다. 오늘의 글쓰기가 어제의 그것보다 좀 더 궁리해서 적절한 방법으로 표현되면 좋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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