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다큐멘터리 시사회 후기
타다가 베이직이 운행 종료되고 라이트와 대리(현재는 서비스 종료) 서비스가 론칭되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초기 사용자로서 타다 베이직이 있던 시절 타다 베이직만 타고 다녔고 현재도 타다 라이트와 프리미엄을 최우선 순위로 이용하는 사용자로서 시사회 초대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타다 금지법"때부터 공분했고 제가 다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이었기에 타다가 영화로 대중들에게 진상을 알리고자 하는구나 라고 짐작하고 주말에 일정을 비우고 시사회에 참석했습니다.
시사회가 시작되고 영화를 연출, 제작한 권명훈 감독의 덤덤하지만 단단한 소감을 들었습니다 오롯이 필름 메이커로써 타다의 요청이나 금전적 지원 없이 제작비 전액을 충당했고 영화로써 봐주시길 바란다는 이야기(저에게는 중의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와 함께 제작 전부터 음악은 재즈다라고 정하고 신경을 많이 썼다는 이야기로 시사회를 시작했습니다. (다큐에 잘 어울릴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화를 보며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타다 베이직에 쓰인 11인승 카니발이 중고로 팔리고 서로 다른 목적으로 서울 시내를 누비는 장면으로 시작(카니발 공식 광고보다 더 광고 같은 10여분...)을 하고 영상을 거꾸로 돌려 문제의 "타다 금지법"의 시점으로 돌아가 타다가 어떻게 라이드셰어링으로 모빌리티의 혁신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합니다.
처음 타다라는 이름을 접했을 때는 몰랐으나 영화에서는 브랜드가 주는 힘을 느끼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은 기업이 있고 제품이 나오는 것이 아닌 제품이 곧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이기 때문에 브랜드의 이름만 가지고 이 서비스가 무엇을 할 것인지 떠오른다면 그보다 효과적인 마케팅은 없을 것입니다 타다는 여객운수사업법의 시행령의 일부인 11~15인승 승합차를 이용 시 운전자를 함께 알선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 삼아 국토부 관계자에게 검토까지 받은 후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기획하게 되며 사용자 인터뷰를 통해 얻은 요구사항을 종합해 보고 의외로 사용자가 원하는 것들은 기본에 가깝다는 인사이트를 얻어 기본에 충실하기로 하고 메인 서비스 이름을 타다 BASIC(기본)으로 정하게 됩니다
타다 이동의 기본의 수칙
- 안전운전
- 명확한 경로로의 운행
- 불필요한 잡담하지 않기
- 승차거부 (승객 골라 태우기) 하지 않기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들이지만 이를 반증으로 기존에 있던 모빌리티에서의 경험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에너지를 쓰고 살고 이 에너지는 사람마다 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동을 하면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긍정적인 모빌리티의 경험이라고 생각되며 타다가 이동의 기본을 제시하는 것은 변화를 시작하는 시발점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동의 기준을 제시함과 동시에 사용자에게 이동 중 독립된 공간을 제공하는 건 많은 사람들이 타다를 타며 느낀 심리적 안정감을 서비스로 만들어낸 멋진 일이라 생각하며 리텐션+신규 유입의 높은 기울기는 사용자들이 이 경험에 만족했음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상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서비스의 본질을 정의하고 브랜드 라이팅에서 모든 맥락들이 잘 엮여 있다고 생각되었을 때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알고는 있었지만 서비스의 본질을 정의하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브랜딩은 당연히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습니다.
사용자의 측면 말고 드라이버의 측면에서도 타다는 기존의 문제점을 훌륭히 해결합니다 사납금이라는 제도는 그 시절의 기술로 태업을 판단할 수 없어 있을 수밖에 없는 제도였음을 파악하고 정보기술로 이를 해결해 나갑니다 운행 현황을 모니터링해 사납금 없이 일관적인 급여를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함과 동시에 사납금에 의해 이루어지는 보상 행위(승차거부)도 자연스럽게 해결합니다 또 한 배차를 받고 승객을 태운 이후 공개되는 목적지로 승차거부를 원척적으로 차단하며 이동의 기본을 할 수 있는 근본적인 토대를 잘 닦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이동의 경험을 제공하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단기간 성장을 하는 일은 그 당시 모빌리티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정확히 끄집어내 해결했다고 생각되며 이는 스타트업의 핵심인 문제를 해결하는 관점에서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배움이 되는 시퀀스였습니다.
문제 해결을 잘하는 팀과 그 팀이 만들어낸 훌륭한 서비스는 어찌 보면 예견되었던 암초를 만나게 됩니다 개인택시조합과의 마찰은 정치적인 영역까지 확대되게 됩니다 이미 대한민국은 우버, 리프트 등 해외 유니콘 기업들도 실패한 모빌리티 혁신의 불모지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행령에 근거한 서비스로 제1심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게 되지만 모두가 공분하는 포인트인 시행령 개정을 통한 유죄판결(타다 금지법)로 타다는 서비스를 종료할 수밖에 없게 되며 이는 타다뿐만 아닌 어떠한 집단을 위해 나라가 법을 바꾸는 관점에서 모든 스타트업들에게 불신을 심어준 심각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듯 리더를 뽑는 이유는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해결해 달라고 뽑는 것임에도 어려운 문제는 외면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는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긴 호흡으로 충분한 대화를 통해 풀 수 있었던 사례임에도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에게 왜 그렇게 급하게 가결해야 했었어야 하는 법이었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은 확실하며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변화에 무지성으로 대응하는 일부 여론들도 함께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타다 금지법이 시행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자본력을 가진 회사들은 이 기회를 틈 타 손쉽게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문제해결 없는 영역 확대만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VCNC는 500억이라는 부채와 함께 절반이 안 되는 인원으로 다시 생존에 내몰렸지만 짧은 기간 안에 타다 라이트와 대리를 출시하며 다시 한번 모빌리티를 변화시키고자 하고 있습니다 타다 뿐만 아니라 타다와 함께 또는 타다에서 가능성을 보고 출발한 다른 모빌리티 스타트업들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현실을 알고 다시 론칭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박재욱 대표님의 말이 전부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많이 공감이 가며 슬픈 포인트였고 스타트업 구성원으로서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는 마지막 시퀀스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사회 시작 전 연출자가 이야기한 재즈 선택은 탁월했다고 생각되며 연출자의 말대로 혁신적이고 유연하게 움직야야 하는 스타트업의 다큐멘터리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영화음악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에 영화음악이 그렇게나?라고 생각했었는데 다큐멘터리 장르의 무거움을 덜어냄과 동시에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힘을 더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으며 영상 또한 서울 시내 도로를 중심으로 타다 서비스를 잘 나타냈다고 생각됩니다 원래 다큐멘터리 장르를 좋아하지만 90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공감하며 어떤 순간에는 다시 화가 나기도 하며 재밌게 시사회를 즐겼습니다.
저는 아직도 타다 앱을 사용하지만 타다 베이직의 서비스 종료로 모빌리티 서비스의 질은 하향 평준화되었으며 모기업의 자본력을 동원한 무분별한 오프라인 시장 점유로 타다 대리는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앞으로 타다가 VCNC팀이 어떻게 할지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스러운 것은 저도 한 스타트업의 구성원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중 이철희 전 국회의원의 말대로 변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을 깊게 공감하며 사회 전반적으로 이슈가 되는 자동화에 의한 인력 감축 등은 피할 수 없는 변화이며 이는 긴 호흡으로 논의되어야 하고 국가가 기존 인원과 혁신 기업 사이에서 보증을 서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또 다른 타다 금지법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지성의 여론 형성에 동참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졸속 법안 통과에 근거가 되며 결국에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오는 우리가 자초한 일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봐 달라라고 하고 싶습니다 스타트업이 이렇다는 것을 봐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변화와 혁신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 같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스타트업의 구성원이 아니라고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다고 해서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인간(人間)은 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그 관계에 있는 누군가는 변화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