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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책장 May 01. 2023

당당하게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김중미 작가, <느티나무 수호대>

전 세계가 사랑했던(물론 나 역시 사랑하지) BTS의 <Answer: Love Myself>에는 까만 밤하늘의 별빛처럼 반짝이는 가사가 등장한다.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왜 자꾸만 감추려고만 해. 니 가면 속으로. 내 실수로 생긴 흉터까지 다 내 별 자린데.'

"내 자신의 흉터도 나의 별자리.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포기하지 않고 오늘의 걸음을 걸어가는 것"

작고 연약한 나를 안아 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을 안아 줄 준비가 된다. 

따뜻한 연대를 이야기하는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김중이 작가의 신작 <느티나무 수호대> 속에는 보호와 사랑이 필요했던 아이들이 등장한다. 내 실수로 생긴 흉터까지 다 내 별자리라지만, 내 실수가 아닌 환경 속에 놓여서 움츠러들고 위축되는 천사들도 있다. 바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다. 자신을 지지하고 오늘을 걸어가는 법을 혼자 배울 수 없어서 느티샘이 필요했던 아이들은 어느새 자신들의 소중한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힘을 모으는 의젓한 느티나무 수호대로 성장한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이 사는 마을 대포읍에는 5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있다. 수백 년 전부터 마을을 지켜온 느티나무는 마을을 지켜온 정령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다. 아이들은 이 정령을 '느티샘'이라고 부른다. 이 나무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열리는데 아이들은 나무 안의 세계에서 돌봄을 받는다. 느티샘이 차려준 식사를 하고 서로가 서로를 돌본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향한 혐오와 차별의 시선과 무심코 뱉은 말들,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한국어는 또래 사회에서 아이들을 자꾸 위축시키지만 느티나무 안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언어를 통역 없이 알아듣고 편견 없이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 김중미 작가가 탄생시킨 각각의 아이들을 통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배경과 시선을 섬세하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들은 느티나무가 있는 곳이 재개발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아이들은 느티샘과 느티나무를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친다. 이 느티나무 수호대의 전략은 이렇다. '청소년 댄스 대회에 나가자 > 결승에 오르면 유튜브로 중계된다 > 그때 느티나무 이야길 하자. 지구와 환경의 중요성, 느티나무의 사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우리와 뜻을 같이 해 줄 거다.' 재개발을 막기 위해 댄스대회에 나간다고? 아이들이 보고 들은 바가 있어서 나온 전략이다. 스웨덴의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열다섯 살에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SNS를 통해 알리며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것처럼,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BTS의 'Love Myself' 캠페인이 우리 아이들에게 용기가 되어준 것처럼. 아이들은 BTS의 Not Today를 연습하며 인터넷에 자신들의 연습 과정을 브이로그로 올리기 시작한다. 과연 우리의 느티나무 수호대는 느티나무를 지킬 수 있을까?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배경과 시선을 잘 드러내는 <느티나무 수호대>는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여정을 보여주며 읽는 이의 마음을 단단하고 따뜻하게 한다. 서로에 대한 연대와 돌봄의 중요성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소설 속의 느티샘은 인간이자 나무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사람이다. 무해하고 단단하고 넓은 마음과 태도로 아이들에게 깊은 안정감과 신뢰를 준다. 소설 속에서 느티나무는 아이들을 돌보고 먹이는 역할이다. 보살핌의 주최였던 그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이제는 아이들이 느티샘을 지키기 위해 뭉친다. 돌봄을 받던 아이들이 느티샘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고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김중미 작가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돌보는 사회의 역할에 대해,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환경과 숲을 지켜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마음이 단단하고 따뜻해졌다. 태어나보니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어서, 중국에서 이민을 왔는데 우환 폐렴이 전 세계에 퍼져서, 한국에서 태어났는데도 외모가 아프리카 사람이어서 자꾸만 소극적이 되는 아이들이 당당하게 BTS의 Not Today의 가사를 외친다. "날아갈 수 없음 뛰어. 뛰어갈 수 없음 걸어. 걸어갈 수 없음 기어. 기어서라도 gear up."_BTS, <Not Today> 

아무리 절망적이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부지게 노래하는 그 마음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뿌리내려져 느티나무 수호대 친구들은 지금도 씩씩하게 나아가고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사람들만큼 슬기롭고 이타적인 존재는 드물다. 내게는 그것만이 희망이다. 나는 내 자신과 이웃들을 위해 숲을 되살릴 날을 꿈꾼다. 다행히 내게는 슬기로운 친구들이 있다. 나는 그들과 손을 잡았다."p.180


<느티나무 수호대>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 보살핌, 연대와 성장이 담긴 뿌리 깊은 나무이다.


느티나무 수호대, 김중이, 돌베개,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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