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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책장 Jul 06. 2023

테오의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한다.

Chapter 1. 이별을 준비하던 여섯 번의 밤

2023. 06. 12


테오의 정기 검진일, 병원에 다녀왔다. 

열여덟 살 나의 고양이 테오의 몸은 노화가 많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이의 양쪽 신장에 구멍이 많이 났다고 했다.

열여덟 살 아이를 지금까지 잘 기르신 거라고..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셨다.


선생님 앞에서 많이 울었다. 테오가 없는 일상을 상상할 수가 없다.

 

내 귀여운 털북숭이 고양이.

몇 번이나 더 울게 될진 모르겠지만 하나님이 허락하신 시간만큼 테오를 사랑하기로 다짐한다.

아니. 테오와의 사랑엔 다짐이 필요하지 않다. 처음 내게 온 순간부터 테오는 사랑이었다. 테오와의 삶 전체가 사랑이었다.


나의 견고한 세계가 무너진 날에 내게 온 테오.

테오 자체가 또 다른 사랑이 되었고 다른 행운으론 대체할 수 없다.

테오와 나의 한 세계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이 있는 거다.


내가 감당해야 할 슬픔도 사랑이다.

내가 선택한, 내게 온, 나와 테오만의 사랑이다.

매일매일 용기를 내어 테오의 남은 날들을 사랑할 거다.




그날의 일기를 다시 본다. 지금은 테오가 떠나고 내 옆에 없다. 나는 당시만 해도 테오가 그렇게 빨리 떠나게 될 줄 몰랐다. 적어도 2-3달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지금도 글을 쓰고 있는 책상에서 뒤를 돌아보면, 손을 뻗으면 몽글몽글 하얀 털북숭이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도 당장 이번주나 다음 주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아니길 바랐던 그날의 마음이 기억난다. 

그날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약속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나는 내내 울었다. 울면서도 테오가 없는 일상은 상상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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