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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womanB Jan 01. 2020

생각보다 너무 많은 집안일

집안일에도 계획표가 필요하다

 청소는 청소기가 해주고,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는데 집안일이 왜 힘들다는 거야? 그거 말고는 할 것도 별로 없잖아?


 이는 드라마 속 무심한 남편 혹은 까탈스러운 시어머니가 많이도 내뱉었던 대사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들의 핀잔에 많은 여성들이 함께 분노했던 이유는 도와줄 생각은 하지 않고 차가운 말을 내뱉는 남편이 꼴 보기 싫거나 본인도 같은 경험을 해놓고 공감해주지 않고 아들 편만 드는 시어머니가 야속해서가 아니라 집안일을 청소와 빨래가 전부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도 부모님 집에 살 때는 '엄마는 왜 아빠가 청소와 빨래를 해주는데도 맨날 집안일이 많아 힘들다고 할까. 솔직히 엄마는 아침만 차리는데 이 정도면 집안일을 안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최근 몇 달간 야근과 주말근무에 치여 집에서 잠만 자는 생활을 하면서 청소와 빨래는 집안일의 범주에도 끼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청소는 로봇청소기가 하고, 빨래는 세탁기가 돌려준 덕에 이 두 가지는 바쁜 와중에도 할 수 있었지만, 이 두 가지만 했더니 집이 점점 엉망이 되어갔기 때문이다. 


 청소와 빨래 외의 집안일은 다음과 같았다. 

무선청소기 필터 청소

로봇청소기 필터 청소

가습기 통 세척

공기청정기 필터 청소

세탁기 필터 청소

빨래 개기

수건 개기

책상(식탁) 정리

침대 정리

설거지

그릇 정리

싱크대 배수구 청소

화장실 청소

화장실 배수구 청소

화장실 거울 닦기

베란다 바닥 청소

각 베란다 유리창 닦기

현관 바닥 청소

현관 신발장 거울 닦기

옷장 내 외부 거울 닦기

분리수거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일반쓰레기 버리기


 도저히 주말 하루 이틀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양이었다. 처음에는 이 목록을 7가지로 분류해 매일매일 규칙적인 집안일을 해보려 했었다. 하지만 매일 새벽 6시 45분에 집을 나가야 하는 나로서는 밤 10시에 집에 들어와서 무언가를 할 마음을 먹기란 정말 어려웠다. 결국 요일지정은 무의미해졌고 더 이상 그대로 두면 안 되는 것들 위주의 집안일만 그때그때 처리하다  집들이를 하는 날에만 전체적으로 집을 정리하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분리수거도 아파트에서 지정한 분리수거일은 매주 수요일이었지만 2주, 3주에 한 번씩 더 이상 쓰레기가 쌓이면 감당이 되지 않겠다 싶을 때 분리수거를 하러 나갔다. 


 새로운 계획이 필요했다. 


 우선 지금까지(3개월 간) 자주 하는 것들어쩔 수 없이 주기적으로 하게 되는 것들 그리고 마음을 먹고 한 번이라도 한 것들과 한 번도 하지 않은 것들로 나누어보았다. 


■ 자주 하는 것들

 로봇청소기 필터 청소, 설거지


■ 어쩔 수 없이 주기적으로 하게 되는 것들

 무선청소기 필터 청소, 세탁기 필터 청소, 가습기 통 세척, 그릇 정리, 싱크대 배수구 청소, 화장실 청소, 화장실 배수구 청소, 화장실 거울 닦기, 분리수거,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일반쓰레기 버리기


■ 마음을 먹고 한 번이라도 한 것들

 빨래 개기, 수건 개기, 책상(식탁) 정리, 침대 정리, 베란다 바닥 청소, 현관 바닥 청소


■ 한 번도 하지 않은 것들

 공기청정기 필터 청소, 각 베란다 유리창 닦기, 현관 신발장 거울 닦기, 옷장 내 외부 거울 닦기


 사실 자주 하는 것들은 알아서 자주 하고 있으니 그대로 둬도 별 문제가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주기적으로 하게 되는 것들은 미루다가 하게 되는 것들이고 마음을 먹고 한 번이라도 한 것들과 한 번도 하지 않은 것들은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 것들이니 강제적이 지정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자주 하는 것들을 제외한 나머지들을 요일이 아닌 해야 하는 주기를 정하고 비정기적인 것들은 조건을 설정했다. 


■ 매일
 -책상(식탁) 정리: 자기 전
 -침대 정리: 일어난 직후


■ 1주일에 1번

 -가습기 통 세척

 -싱크대 배수구 청소

 -큰 화장실 청소 [화장실 청소, 화장실 배수구 청소, 화장실 거울 닦기]
 -분리수거


■ 1달에 1번
 -무선청소기 필터 청소

 -공기청정기 필터 청소
 -작은 화장실 청소 [화장실 청소
, 화장실 배수구 청소, 화장실 거울 닦기]


■ 2달에 1번
 -베란다 청소 [바닥 청소, 유리창 닦기]
 -현관 청소 [바닥 청소, 거울 닦기]


■ 4달에 1번
 -옷장 내 외부 거울 닦기


■ 비정기적
 -로봇청소기 필터 청소: 청소기 알람 울릴 때마다

 -세탁기 필터 청소: 세탁기 1사이클 (검은 옷 1번, 흰 옷 1번, 수건 1번) 돌린 후
 -빨래 개기, 수건 개기: 빨래 널은 후 마르면
 -그릇 정리: 설거지 후 마르면
 -음식물쓰레기, 일반쓰레기 버리기: 찰 때마다


 앞으로 위의 계획표대로 집안일을 하면서 달력에 해당 집안일을 표시하면서 집안일 달력을 만들어가고, 위에 나열한 항목들 중 미리 파란색 굵은 글씨로 표시한 것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 홀로 24평'에서 다룰 생각이다. 1년 동안, 각종 집안일이 규칙적으로 적혀있는 12달치의 달력을 인증하는 순간을 목표로 중간중간 관련 이야기들을 업로드하다 보면 1년 뒤, 2021년 1월에 쓸 '집안일에도 계획표가 필요하다-1년을 지내보니'(가제)를 긍정적인 결말로 끝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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