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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규동 Jun 23. 2020

인공지능 발명자, 특허청의 판단은?

[AI와 지식재산] 인공지능 발명자 특허출원에 대한 각국 특허청의 입장

다부스(DABUS)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시스템이 발명을 했고, 이 인공지능이 발명자로 되어 있는 특허 신청(출원)이 있었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특허 신청이후 주요 특허청에서 결과가 나왔다. 유럽, 영국, 미국 특허청에서 발명자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될 수 없으며 오직 사람만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refuse)되었다. 국가별로 대응방식이 약간식 차이가 나는데, 여기서는 이들 내용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전에 쓴 글: "인공지능이 발명을 한다?")



인공지능 다부스(DABUS)가 했다는 발명의 내용


첫번째 발명은 프랙탈 디자인을 이용한 음식용기(Food container)이다. 아래 그림과 같이 프랙탈 구조를 하고 있어 음식 용기끼리 잘 들어맞고, 로봇 팔이 음식용기를 쥐고 집어올리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인공지능 DABUS의  음식용기 특허출원 도면



두번째 발명주의를 끌 수 있는 깜빡이는 장치(Devices and Methods for Attracting Enhanced Attention)로서, 뉴런(neuron)의 행동 패턴을 모방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하며, 아래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DABUS의 깜빡이는 장치 도면


두가지 발명의 특허신청 출원인(applicant)은 스티븐 탈러(THALER, Stephen L.)로서, 인공지능 시스템인 다부스(DABUS)를 만들고 소유한 사람이다. 발명자(inventor)는 다부스(DABUS), 대리인(agent)은 라이언 애봇(ABBOTT, Ryan)인데, 이번 인공지능 발명자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물이다.


출원인과 대리인 및 발명자(?)의 주장

이번 인공지능 발명자 출원을 주도한 라이언 애봇은 특허의 발명자가 자연인으로만 한정되면 안되며 인공지능과 같은 기계도 발명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발명자로서의 권리만 주장할 뿐 발명의 소유권까지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즉, 기계 또는 인공지능이 한 발명의 소유권은 기계 또는 인공지능의 소유자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한계는 인정한다. 기계 또는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하는 것은 발명의 진정한 소유권자를 찾는데 필요한 시작점이며, 기계 또는 인공지능의 소유자는 기계가 한 발명의 발명자로 등록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발명하지 않고 발명자로 등록하는 것은 형사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을 알고 싶으면 이들이 만든 홈페이지인 인공지능 발명자 프로젝트("THE ARTIFICIAL INVENTOR PROJECT", http://artificialinventor.com/)를 참고하거나, 애봇 박사가 WIPO 매거진에 쓴 글(https://www.wipo.int/wipo_magazine/en/2019/06/article_0002.html)을 참고하기 바란다.




특허신청 결과 1. 유럽특허청(EPO)


유럽특허청(EPO, European Patent Office)은 해당 특허출원에 대해서 거절(refuse) 결정을 했다. 거절이유는 발명자가 사람(human being)이어야 한다는 유럽특허조약(EPC, European Patent Convention)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발명자는 사람(natural person)이어야 하며, 이는 유럽특허청만이 아닌 국제적인 표준(standard)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래에서 자세한 경과를 살펴보자.


유럽특허청에 대한 출원은 2018년 10월 17일에 있었으며, 영국 특허청을 통해서 출원되었다. 처음 출원될 때는 '발명자' 부분이 비어있는 상태(empty)로 출원되었으며, EPO는 발명자를 기재하라고 요구하였다. 출원인은 다부스(DABUS)라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발명자로 신청하면서, 해당 발명은 사람의 도움 없이 인공지능 다부스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부스가 발명자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출원인 스티븐 탈러(THALER, Stephen L.)는 다부스의 소유자로서 다부스가 가진 지식재산권의 양수자(assignee)라고 주장하였다.


유럽특허청은 2019년 11월 25일 구두변론(Oral proceeding)을 거쳐 거절(refuse)결정 하였다. 이 결정을 내린 부서는 접수담당부서(Receiving Section)이다.


유럽특허청은 2020년 1월 27일 거절이유를 명확히 밝힌 거절이유서(Grounds for the decision)를 발표하면서 해당 특허를 최종적으로 거절(refuse)결정 했다. (본 결정에 대해 2020년6월 현재 심판(appeal)이 진행 중이다.)

* 유럽특허청의 거절이유서: "EPO publishes grounds for its decision to refuse two patent applications naming a machine as inventor"

 https://www.epo.org/news-events/press/releases/archive/2020/20200128.html

* 특허심사경과 https://register.epo.org/application?number=EP18275174&lng=en&tab=doclist


이 과정에 출원인이 조기공개(early publication) 요청을 하였으며, 공개공보가 발행되었다. 발명자(Inventor) 항목에 발명자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The designation of the inventor has not yet been filed')고 표기되어 있고, 비고(Remarks)에 발명자 지정이 규정에 맞지 않는다('The designation of inventor does not meet the requirements')라고 되어 있다.

해당 내용은 한국 특허청의 특허검색시스템인 키프리스(KIPRIS, http://www.kipris.or.kr/) 또는 유럽특허청의 특허검색시스템(https://worldwide.espacenet.com/)에서도 검색 가능하다.


유럽특허청 공보. 발명자가 제대로 지정되지 않았음을 발명자(Inventor)와 비고(Remarks)에서 표시하고 있다.


해당 공보의 끝에는 아래와 같은 유럽특허청에서 조사한 선행기술조사 보고서가 붙어 있다. 아래를 보면 위 장치의 특허 청구항 1~15항 모두 특허성(신규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카테고리(Category) 항목에 'X'라는 표시가 되어 있고 관련 청구항(Relevant to claim)이 '1-15'로 되어있는데, 이는 1~15항 모두 신규성(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즉, 선행기술 조사 결과로는 특허성이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특허심사관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


유럽특허청의 선행기술조사 보고서. 해당 특허출원의 특허성(신규성)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아래는 음식 용기(Food container) 특허 공보이다.



선행기술조사 보고서를 보면 이 특허출원 역시 특허성(신규성)이 없다고 표시되어 있다.


특허신청 결과 2. 미국특허청


미국특허청(USPTO, United States Patent and Trademark Office)은 발명자는 오직 자연인(natural person)만 될 수 있다고 하면서 발명자에 인공지능을 기재한 특허신청(출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특허청에 대한 특허출원은 2019년 7월 29일에 제출되었다. 발명자의 이름(given name)란에는 다부스(DABUS)로 기재되었고, 성(姓, family name)란에는 인공지능에 의한 발명(Invention generated by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출원인은 양수자(assignee) 스티븐 탈러(Stephen L. Thaler)가 기재되어 있다.


미국특허청은 해당 특허출원이 발명자의 법적 이름(legal name)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출원인에게 수정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출원인은 미국특허청의 수정 요구가 부당하다면서 해당 요구를 취소해달라는 청원(petition)을 제기하였다.


미국특허청은 해당 청원을 거절(refuse)했으며, 이에 대해 출원인이 재차 재기한 청원(petition)에 대해서도 2020년 4월 22일에 최종 거부(deny) 판단을 내렸다. 거부 이유는 마찬가지로 발명자는 자연인에 한정된다(Inventorship limited to natural persons)는 것이었다. 이 결정은 청원 담당부서(Office of Petitions)에서 담당하였다.


* 최종 결정에 대한 공지: https://www.uspto.gov/about-us/news-updates/petition-decision-inventorship-limited-natural-persons

* 최종판단: https://www.uspto.gov/learning-and-resources/ip-policy/foia-reading-room/final-decisions-other-commissioner-patents 중 16524350_22apr2020



특허신청 결과 3. 영국특허청


영국특허청(UKIPO, United Kingdom Intellectual Property Office)도 인공지능 발명자를 인정하지는 않았는데, 세가지 관점에서 검토하였다. 첫째로 인간이 아닌 발명자가 가능한가? 둘째, 단순히 인공지능의 주인이라고 해서 출원인으로서의 권리가 있는가? 셋째, 위 두가지 질문에 대해 하나라도 '아니오'라면 즉시 출원을 취하(withdraw)해야 하는가? 자세한 경과를 살펴보자.


영국특허청에 대한 특허출원은 2018년 10월 17일과 11월 7일에 각각 제출되었고, 함께 제출된 심사청구서에서 해당 출원의 출원인(applicant)이 발명자(inventor)가 아니라고 기재하였다. 2019년 7월 23일, 출원인은 발명자가 다부스(DABUS)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기계이며, 출원인은 다부스의 소유자로서 출원인의 지위를 획득하였다는 문서를 제출하였다.


영국특허청은 2019년 8월 8일, 발명자가 사람(person)이어야 한다는 규정에 맞지 않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냈다. 동시에 출원인(Stephen L Thaler)이 어떻게 발명자(DABUS)의 권리를 양도받았는지 질문하면서 여기에 대한 답변을 하지 못할 경우 출원이 취하(withdraw)될 수 있음을 통지하였다. 이에 출원인은 청문(hearing)을 신청했다.


2019년 12월 4일 청문(hearing) 결과 출원인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첫째, 인공지능 다부스(DABUS)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출원인이 될 수 없다. 둘째, 발명자에서 출원인으로의 적절한 권리이양이 설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다부스(DABUS)의 소유자라는 이유만으로 출원인이 될 수는 없다. 셋째, 해당 출원은 16개월 만료 시점에 취하되어야 한다. 해당 결정은 청문 담당자(Hearing officer) 명의로 작성되었다.

(영국법에 따르면, 출원인 적격(適格) 여부를 지정된 기간(16개월) 내에 제출하지 못하면 해당 출원은 취하(taken to be withdrawn)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는 현 시점에서 취하할 수도 있으나 다른 정당한 발명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으므로 16개월 만료시점에 취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I have found that DABUS is not a person as envisaged by sections 7 and 13 of the Act and so cannot be considered an inventor. However, even if I am wrong on this point, the applicant is still not entitled to apply for a patent simply by virtue of ownership of DABUS, because a satisfactory derivation of right has not been provided. The applications shall be taken to be withdrawn at the expiry of the sixteen-month period specified by rule 10(3).

* 청문 결과: https://www.ipo.gov.uk/p-challenge-decision-results/p-challenge-decision-results-bl?BL_Number=O/741/19


출원인이 조기 공개(accelerated publication)를 신청했기에 아래와 같이 공보가 발행되었다. 발명자(Inventor) 항목에 아직 결정되지 않음('Not Yet Decided')이라 표기되어 있다.


영국특허청에서 발행한 공보. 발명자(Inventor) 항목이 '아직 결정되지 않음(Not Yet Decided)'로 표기되어 있다.


특허신청 결과 4. WIPO PCT 출원


WIPO를 통한 PCT 출원은 본 출원에 대해서 특별한 입장을 내지는 않고 해당 내용에 대한 공보만 발행하였다. 아마 PCT(Patent Cooperation Treaty, 특허협력조약)라는 것이 실체적인 내용보다는 전 세계 특허 출원을 도와주는 절차적인 제도이기 때문이 아닐까? 출원 절차에서는 문제 없으니, 실체적인 내용은 각 국가에서 판단하라는 뜻이라 생각된다.

WIPO를 통한 PCT 출원은 하나의 출원에 음식용기(food container)와 깜빡이는 장치(Device for attracting)를 함께 출원했다. 다만, 특이한 점은 발명자(inventor)에 "DABUS, The invention was autonomously generated by an artificial intelligence"라고 명확하게 표기를 했다는 점이다.(인공지능 발명자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이를 자랑하고 있다.)

WIPO PCT 공보. 발명자(Inventor) 항목에 인공지능 다부스(DABUS)가 기재되어 있다.


발명의 청구범위는 1~9항이 음식용기에 대한 청구항이고, 10~20이 깜빡이는 장치에 대한 청구항이다. WIPO 공보에 포함된 국제조사보고서에서는 음식용기에 대항 청구항인 1~9항에 대해서만 신규성이 없다(X)는 표시를 하고 있다.

WIPO 선행기술조사보고서. 특허성(신규성)이 없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는 깜빡이는 장치가 특허성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WIPO의 국제조사보고서가 1~9항에 대해서만 선행기술을 찾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특허출원에 두개 이상의 발명이 있을 때는 조사료를 더 내야하는데 출원인이 조사료를 더 내지 않았기 때문에 두개의 발명군(1~9, 10~20) 중에서 첫번째 발명군(1~9)에 대해서만 조사를 하고 나머지는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조사보고서에도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WIPO 선행기술조사보고서. 두개의 발명이 하나의 출원에 기재되어 있고, 수수료를 내지 않아 1~9항만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기타 국가의 출원 현황

독일 특허출원에 대해 아래와 같이 공보가 발행되었다.


독일 특허출원 공보

이스라엘에서도 아래와 같이 특허출원이 진행중임을 알 수 있다.(아래에서 IL은 이스라엘( Israel)의 국가코드이다.)

이스라엘(IL)에서 진행중인 특허출원 정보.

독일과 이스라엘의 특허 출원 현황자료는 유럽특허청(EPO)의 패밀리특허 정보(https://register.epo.org/application?number=EP18275174&lng=en&tab=family)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공지능 발명자 프로젝트 홈페이지(http://artificialinventor.com/patent-applications/)에는 전세계 출원 현황을 아래와 같이 표시하고 있다.(2020년 6월 기준)

이중에서 이미 판단을 내린 미국(USA), 유럽(EPO), 영국(UKIPO) 및 이스라엘(Israel)과 독일(Germany)은 출원 현황이 조회되나, '진행중(Pending)'이라고 표시된 나머지 국가, 대만(Taiwan), 중국(China), 일본(Japan), 인도(India), 한국(South Korea)에 대한 자료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해당 사이트(http://artificialinventor.com/about-the-team/)에는 팀원(ABOUT THE TEAM)에 대한 자료가 있는데, 이중에는 한국을 담당하는 직원도 있다.


* 참고자료는 본문 각 부분에 기재하였으므로 별도 기재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과 지식재산 시리즈]

인공지능이 발명을 한다? | AI는 발명자가 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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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발명자, 드디어 특허 획득? | 호주/남아공에서 '인공지능 발명자' 세계최초 인정?


[인공지능 이야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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