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회장이 쓰는 글'인데 내용은 '회장이 읽는 글'인 건에 관하여
최근 브런치 글이나 SNS의 광고 등에서 'UX라이팅'이라는 키워드가 많이 보인다. UI/UX 디자인 분야가 거듭 성장하고 상위 평준화가 되면서 결국 콘텐츠의 본질인 글에 승부의 스파크가 튀는 게 아닌가 싶다. 나도 UX라이팅이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봤으나 배우기에는 자료가 별로 없다. 인터넷 글들은 깊이가 없고 책은 한 권뿐이다. 그건 저번에 읽었고(링크) 인터넷 유료 강의는 전혀 안 끌렸다. 내가 전에 쓴 글(링크)에 딱 해당되는 분야라 무조건 비싸다고 판단했다. 결국 좀 더 범주를 다양화해서 책을 찾기로 했다.
사놓고 먼지만 쌓이던 강원국 작가의 <회장님의 글쓰기>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이때다 싶어 읽어봤는데, 글쓰기라는 타이틀을 달고는 있지만 사실 '직장인 처세술'이란 범주에 더 가깝다. 작가도 책에서도 조언한다. 관계 못하면서 글 잘 쓰는 사람보다 관계 잘하면서 글 못쓰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똑같은 메신저 기본 이모티콘도 호감 있는 사람이 보내면 마냥 귀엽고, 싫어하는 사람이 보내면 마냥 얄밉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일이라는 게 결국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라 어쩔 수 없나 보다 싶었다.
1장에는 글쓰기의 기본적인 조언이 수록되어 있다. 동기부여부터 소재 찾기, 엮는 방법, 연습 방법, 이점 등이다. 여기까지는 신나게 읽었는데 2장부터는 회장님께 '부치지 못한 편지'와 '뒷담화' 사이 어딘가의 내용이 나온다. 상사 기분에 따라 내 기분이 결정되는 게 짜증 난다는 내용의 직장 만화를 본 적이 있는데, 기분뿐만 아니라 미쳐 느낄 틈도 없이 정말 많은 부분에서 조직원은 보스에 동화될 것이다. 나는 이를 군체의식이라고 비꼬는데 사실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한다. Corporation이라는 단어의 어원부터 '한 몸을 이루다'는 뜻이니 말이다.
많은 경력을 군체의식의 뿌리인 회장을 보필하며 보낸 작가의 통찰을 모은 장이다. 일반적인 직장인이 이를 잘 활용하면 분명 엄청난 이익을 볼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이게 수직적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의 특징이고, 우리 회사는 수평적인 회사라서 남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다. 3장은 이런 기업들에서 일어나는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다룬다. 이 파트에서는 정말 남 이야기라 설렁설렁 넘어갔다. 4장은 1, 2, 3장의 내용을 배합한 실전 예제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선택에 실패했지만 꼭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기분? 그래도 다음에 읽어볼 같은 작가의 <대통령의 글쓰기>는 목차부터 꼼꼼히 읽어보고 구매를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이야말로 대외적으로 비치는 콘텐츠가 중요한 사람들이니 이번에는 정말 주워 먹을게 풍족하지 않을까 행복회로를 돌리며 글을 마친다.
오늘의 꿀팁 : 책은 목차랑 미리 보기 정도는 보고 사는 게 통장과 정신건강, 책장 등골에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