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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asureADD Jan 30. 2023

능력주의의 다음 정류장

시대 흐름상 가중 중요해진 능력

‘좋은 일자리’는 상대적 우위에 의해 성립되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으로 전체 인구 중 소수만 누릴 수 있는 한정적인 보상이다. 그렇다면 이 보상을 분배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자격과 정당성을 어떤 근거로 부여할 수 있을까? 고대에는 혈통에 근거한 족벌주의로 배분되었다. 물론 적지 않은 고대 귀족들이 ‘나는 좋은 핏줄을 타고났으니까 훌륭한 사람일 거야.’와 같은 되지도 않는 착각 속에 빠져 나랏일을 망치며 살았다. 족벌주의의 부작용에 의한 염증이 곪아갈 때 ‘능력주의’는 그 대안으로 떠오르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네러티브로 한 현상을 바라보면 흑백논리에 빠질 수 있다. 능력주의도 결국 다른 대안이었을 뿐 완전무결한 시스템은 아니다.


족벌주의에도 허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혈통을 타고난 사람은 유능함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고 확정 지을 수는 없지만, 후천적 요소로 그러한 형질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들은 집안에 넘치는 재물 덕분에 모자람 없는 환경에서 좋은 교육과 훈련을 받았다. 게다가 가문과 아버지의 이름에 먹칠도 하지 말아야 했다. 여러모로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야 할 이유가 평민들보다는 많았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은 자신이 유전자에 의해 좋은 사람이 될 것이라는(과학적으로 틀렸지만) 굳은 믿음에 의해 자기 충족적 예언으로 실현될 수 있었다. 이래도 혈통의 힘이 완벽한 허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심지어 능력주의 안에서도 세습은 충분히 가능하다. 집안에 넘치는 재물덕에 좋은 교육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현재에 낯선 이야기인가? 수능의 달인들이 넘치는 강남 8학군에 학부모들이 돈을 싸들고 모이는 이유가 그것이다. 능력주의란 좋은 일자리가 태어나는 순간 부여되던 것을 분배되는 순간을 늦춘 것일 뿐이다. 늦춰진 시간 동안 가진 자들은 더 열심히 분배시간을 준비한다. 족벌주의에서 생각보다 조금 움직인것 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변별력이라는 이름의 시험을 위한 시험을 낳는 문제이다. 실제 업무 적응에 요구되는 능력보다 아득히 까다롭고 업무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지식을 시험 보는 우리나라의 공무원 시험이 그 적나라한 예시이다. 기형적인 대기업 채용의 프로세스도 그렇다. 기업은 대졸자를 채용하면 평균적으로 성과가 높다는 점도 알았지만, 그보다는 빗발치는 이력서를 검토할 능력이 부족해 인재 검증의 과정을 대학에 아웃소싱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관계가 역전된다.


학벌 자체가 가진 실제적인 힘은 없다. 그러나 좋은 일자리라는 희소자원 분배 순위에 의해 우열이 부여되었고, 이때부터 실제적인 힘을 갖게 된다. 높은 학벌은 좋은 보상을 약속받는 우월한 것, 낮은 학벌은 적은 보상도 약속받을 수 없는 열등한 것으로 극명히 구분되었다. 이 힘은 학벌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당위성을 부여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수능은 본질적으로 한정적 자원을 배분하는 번호표 기계에 불과하다. 채용시장 전체의 관점에서는 번호표 기계의 번호표 뽑는 순서를 정하는 번호표 기계정도가 되었다. 넘치는 졸업장으로 인해 학벌의 신화는 막을 내렸다. 스펙의 인플레가 점점 심해졌고 이게 의미 없는 출혈전쟁이라는 점을 사회적으로 많은 동의를 얻고 있으며 채용 경향도 점점 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자녀의 사교육은 정말 가성비 안 나오는 투자처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 번호표 기계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반면에 학벌주의가 무너지는 이유는 학벌주의의 대안이 생겨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원자를 판단하는 강력한 근거는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종이 몇 페이지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꾸며내는 것은 쉽지만 누적된 기록을 꾸며내기는 어렵다. 업로드 시간이 찍혀있는 SNS에 된 누적된 기록은 특히 더 그렇다. 공책과 달리 발도 달려있어 타인에게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SNS에 게시한 내 콘텐츠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인식시키는 것을 퍼스널브랜딩이라고 한다. 퍼스널브랜딩은 능력주의 사회에서 더 정교한 검증을 가능케 하는 훌륭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말하고 글 쓰는 연습이 정말 중요해진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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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클럽 “로운”


inspired by

용찬우 <수능의 본질에 대하여>

스터디언 <'아는 만큼 보인다.' 이 내용을 알면 세상이 달라져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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