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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May 08. 2024

어린 시절 친구 이야기

 나에겐 초등학교 시절 동네에서 친하게 지낸 친구 A와 B가 있었다. 시골 작은 마을에서 동갑 여자아이가 3명이라 자연스레 친하게 지냈다. 난 원래 B와 친했다. 초등 저학년 시절 난 B의 집 대문에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B야~ 놀자~"

 그렇게 나는 B집에 가는 걸 좋아했다. 그녀의 집은 우리 집과 다르게 매우 깨끗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게 마루건 방이건 먼지 한 톨 없었다. 집이 매우 지저분해서 어린 내가 창피하다고 느낄 정도였던 우리 집과는 대조된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난 그 아이 집에 가는 걸 더욱 좋아했다. 드센 성격을 타고난 나는 어릴 때부터 언니, 동생을 괴롭히고, 창문도 발로 차서 여러 번 깼으며, 거울, 요강, 그릇 등 안 깨는 게 없을 정도로 개구쟁이였다. 다행히 좋은 부모를 만나 크게 혼난 적은 없었다. 그런 내가 B의 집에 가서 딸기잼을 그 깨끗한 마룻바닥에 발라 놓았다. 화가 난 B의 엄마는 나를 끌고 우리 집으로 왔다. 그리고 우리 엄마에게 다시는 나를 자기 집에 보내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우리 집은 당시 매우 가난했고 상대적으로 B의 집은 나름 괜찮게 살았다. 순하디 순한 우리 엄마는 한마디도 못하고 속상해서 나를 잡고 울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상처를 받았던 나는 그 이후로 B와 놀지 않았다.

 이후 초등 저학년 때 A가 전학을 왔다. A는 엄마가 없었고 아빠와 할머니와 살았다. 소문으로는 엄마가 집을 나갔다고 했다. 나이차 많은 언니가 있다는데 언니는 집에서 같이 살지 않았다. A 아빠는 폭력적이라 술을 마신 날이면 A를 때렸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고 판단력이 커지면서 A의 말 대부분이 거짓임을 알게 됐다. 그녀를 만나면 항상 난 마음이 힘들었다. 아빠에게 폭행당한 이야기, 중학생이 돼서는 남자친구 이야기, 성 이야기 등. 중학생이던 A는 담배를 어른처럼 한숨을 쉬며 폈다. 난 그런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고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었다. 어느 날 밤은 그녀가 언니와 소리 지르며 싸우는 소리가 동네에 쩌렁쩌렁 울렸다. 목소리만 들어도 A임을 알 수 있었다. 얼굴이 예뻤던 A는 어린 시절부터 주변에 남자가 많았다. A는 20대 초반에 나이 많은 경찰과 결혼을 했다. 아빠의 폭행을 피해 만나던 사람이었다. 결혼 후 만난 어느 날 A는 남편한테 맞고 산다고 했다. 그녀의 삶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난 A를 만나면 너무 마음이 힘들었다. 항상 그녀의 불행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거짓말을 많이 했던지라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잘 구분이 안되기도 했다.

 난 대학을 가고 A는 결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남이 줄었다. 그래도 때가 되면 A한테 연락이 와서 만났다. 그러던 어느 날, 사실 난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A한테 무슨 사건으로 화가 많이 났다. 아마도 그녀의 거짓말 때문일 거라 추측한다. 그로 인해 난 그녀와 절교를 했다. 어떻게 보면 일방적인 나 혼자만의 절교였다. A는 그 사건 이후로 나에게 연락했지만 난 철저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내가 너무 단호하게 거절하니 그녀도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몇 년마다 그녀는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하지만 내 마음은 굳게 닫힌 철문 같았다.

 몇 년 전, 친정에 가니 여동생이 말했다.

"언니. A 언니 왔었어. 언니 만나고 싶대. 전화번호 남기고 갔어."

 이 소식을 들으니 또 마음이 힘들었다.

"만나고 싶지 않아."

 지금도 A를 만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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