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to One 을 읽고...
2014년에 첫 출간되어 당시 큰 화제를 일으켰던 Zero to One. 당시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 쯤으로 여겨졌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스타트업에서 동분서주 대부분의 시간을 출장을 다니던 나에게는 읽을 시간이 없었기에 허락되지 않는 사치였다. (핑계라고? 응 그래.)
그래서 그 책을 철 다 지나 2020년 12월에 읽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뭐니뭐니 해도 "독점"의 정의를 조금 색다르게 놓고 우리에게 사고의 전환을 해볼 기회를 준다는 점. 흔히 독점은 시장을 독식하고 건강한 경쟁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단어로 많이 쓰이는데, 저자 Peter Thiel 은 기업에게 무한경쟁은 이윤을 파괴하는 공멸의 지름길이라 하면서, 경쟁이 불가능할 정도의 혁신적 기술로 초기 시장의 독점을 차지하는 것이 진정한 진보라고 말한다 그렇게 우리가 독점과 경쟁, 기업운영에 대해 보는 시각을 흔들어 놓는다.
그거까지는 좋았는데... 근데 그것 이외에는... 음...
사실 이 책을 읽고 많이 공감하고 싶었는데 많은 부분에 있어서 조금 급하게 출판한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이 조금 허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개취겠지만, 설득조의 촘촘한 논리나 독자가 읽고 배울 수 있는 실현가능한 방법론이 기술된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이런 "옛다 여기 내 철학. 공감하든지 말든지" 식의 책은 몰입하는데 조금 어려웠다. 그냥 Peter Thiel 은 애초에 설득 하려고 하지 않았다는게 맞는 말일지도. 그저 당시 Peter Thiel 이 가지고 있는 경영철학, 투자철학 정도를 쓴 듯 하다.
물론 시간이 6년이나 흘렀고 그 사이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Peter Thiel 은 이제 경영자, 투자자의 이미지를 넘어서 정치뉴스에도 종종 등장하며 약간의 미디어 써커스를 즐기는 듯한 이미지의 사람이 되었고 이 책이 몰고왔던 돌풍들도 이제는 한 풀 꺾일만큼 스타트업계에도 지각변화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Peter Thiel 이 던졌던 화두에 내 질문을 버무려 묻고 싶다.
혹자는 Lean Startup 을 표방하며 시장의 흐름에 유연하고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장기목표 따위는 없는 스타트업을 내세우는 반면 Peter Thiel 은 이루지 못할 목표라도 확실하게 있는 것이 낫다고 역설한다. Lean Startup 은 제품개발 사이클을 짧게 가져가며 겸손한 자세로 제품의 필요성을 시장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에 맞게 제품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지향하지만, Peter Thiel 은 점진적 발전이 아닌 과감하게 획기적인 기술을 앞세운 혁신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과연 어떤것이 맞는 방법일까? 혁신적인 기술로 독점을 잡고 경쟁을 피하는 것이 이상적인 케이스 일 수도 있지만 모든 기업에게 그런 축복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랬을 때 현실적으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이 책은 전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Peter Thiel 의 공격적이고 과감한 경영철학, 투자철학, 인생철학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음에는 확실하다.
Peter Thiel 에 대해 조금더 알게된 느낌?
....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