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넘어 번창으로> 서평
최근에 읽은 실용서 한 권을 소개하려 한다.
스타트업 여정의 시작, 창업 단계부터
소위 “성공한 기업”이 되기 까지의 일련의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무엇을 기대하며, 어떤 것을 대비해야 하는지를
단계별로 상세히 기술한 책 <Survival to Thrival>.
(한국어 제목 <생존을 넘어 번창으로>)
더이상 실용서는 읽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선언했던게 불과 몇달 전이다.
나이 40줄에 “깊이 없는” 실용서 보단
다각도로 느끼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철학, 역사, 문학 등의 인문학 서적과 고전이 좋다고
오랜 친구들과 입을 모아 이야기 했었는데.
나의 호기로운 선언을 한순간에 뒤집어 엎어버릴 만큼
모처럼 만난 정말 배울게 많은 실용서였다.
오랜 기간 스타트업에 몸 담아왔기 때문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며 깊이 공감할 만한 포인트들이 아주 많았고,
일을 하며 스스로 명확하지 않았던 부분들도
상세히 짚어주며 납득이 가도록 설명해 주는 부분들이 곳곳에 있었다.
스타트업 창업부터
이익이 창출되며 무리없이 굴러가고 유지되는
성공기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 책은 아래와 같은 다섯 단계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1. 창업
2. 제품-시장 최적화
3. 시장진출 최적화
4. 영역 리더로 가속화
5. 지속가능한 업계 리더
그 중에서도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3번과 4번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생각되어지는데,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창업 아이디어와
그를 토대로 개발한 제품만 있으면
시장에서 저절로 날개돋힌 듯 팔리고
사업이 승승장구할 거라 믿지만
이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며,
실상은 아주 잘 만들어진 제품의 경우라도
시장진출을 위한 구체적이고도 전략적인 어프로치와
능동적인 시장 침투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피력한다.
특히나 B2B 스타트업의 경우, 제품 자체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사업 전개과정과 시장진출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맡고 있는 Business Development 롤이
시장진출 최적화와 가속화 (3, 4번)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들이 아주 격하게 공감 되었고,
시장진출 전략에 대한 상세한 기술과
이 단계를 잘 핸들하지 못하는 리더들의 결정적 실수에 대해 기술한 부분은
정말 속이 시원할 정도로 통쾌한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을 감히 나는 ‘스타트업 참고서’라 부르고 싶을 만큼
창업자, 예비 창업자, 스타트업 초기멤버들에게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줄 것이라 믿는다.
상위레벨의 추상적인 철학서가 아닌,
정말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잘~ 만들어진 참고서 같은 느낌.
하지만 동시에, 참고서이기 때문에
해당 과목을 수강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스타트업 관련 종사가 아닌 경우)
그 어떤 인문학적 밸류나 마음을 울리는 깊은 공감,
철학적 깨달음 같은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또 한가지 염두에 둘 만한 포인트는,
차별화된 제품과 전략으로 시장을 파괴하며 침투하는
스타트업들의 초기 단계를
이렇게 거의 공식화 시피 하며 잘 정리한 책을 보니
“차별화”와 “파괴”라는 내재적 DNA 를 가지고 움직이는
스타트업의 행동패턴이 이미 정형화 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어쩌면 곧 이 필드에도 특이점이 와서
어프로치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된다면, 많은 참고서들이 그렇듯, 이 책의 내용은
곧 outdated 된 내용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 패턴이 깨지기 전에, 얼른 읽어볼 것을 권한다.
하지만 입시사정이 바뀌고, 그에 맞춰 참고서가 바뀌더라도,
그 기저에는 반드시 불변하는 기본원리가 깔려있고,
따라서 언제나 배울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