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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노라 Jul 09. 2024

쉬어가는 하루 ^^

한국 화가 김현정 작가님의 작품으로 쉬어갑니다.


  날씨가 흐리네요. 몸도 밝지 않습니다. 전 대상포진으로 또 병원 나들이하고 있습니다. 바람 잘 날 없어서 인지 '평안하다'는 말이 새삼 고맙게 다가옵니다. 샘들~ 오늘 하루 평안하세요. 함께 기운 내자는 의미에서 가볍게 제가 좋아하는 그림 몇 장 올립니다. 김현정이라는 젊은 작가인데 보면 웃음 나옵니다. 마음이 싱그러워지지요. 좀 신나는 분위기였으면 싶어 톡톡 튀는 그림 찾아 아침에 올립니다. 제가 장맛비 맞은 빨래처럼 축 늘어져서요. 곧 새 글도 올리겠습니다.


김현정 <환상의 떡볶이, 2016>


  위 메뉴 중 제가 좋아하는 건 어묵입니다. 제 엄만 길거리에서 주전부리하는 걸 아주 싫어하셨어요. 무지무지 깔끔하신 분이었거든요. 그래서 여고 시절까지 한 번도 이렇게 당당하고 재미있게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릴 때도 혹시 교복에 묻을까 조심하느라 먹는 재미가 줄더라고요.


이제 전 육십을 바라보게 되었고 엄마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으니 예전처럼 야단치시거나 감시할 수 없는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할까요. 이제라도 이렇게 친구랑 주전부리하며 뻔뻔히(?) 거릴 쏘다니고 싶습니다. 뭐, 옷에 좀 묻으면 어떻습니까? 빨면 되지!


김현정 <내숭-애국자>



  삼겹살, 안심, 북어채, 호박, 오이, 감자, 고추, 간장, 세제, 비누 등이 담긴 건 아줌마 카트입니다. 아가씨 카트는 땅콩, 참치, 치즈크래커, 감자칩, 롤 초콜릿 등이 실리지요. 아무리 높은 곳에 꼭꼭 숨겨놓은 통조림도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매의 눈으로 득템!!! ㅎㅎ

김현정 <이동식 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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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트에서 장보기 할 때, 시식 코너는 필수지요. 물론 질겁하시는 분도 계십니다만 체력 소모 많은 장보기 틈새에 노릿노릿 구워 놓은 시식대의 만두는 제게 홍삼과도 같습니다. 마치 500원 넣고 이 만원 짜리 인형을 뽑은 것 같지요. 일상의 깨알 재미입니다.


  제가 가르쳤던 학생의 어머님을 만두 시식대 코너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사장님 사모님이셨고, 너그럽고 고운 분이셨어요. 아이도 똑똑하고 착했지요. 순간 당황했지만 인사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다가가니 절 알아보시고 웃으시더라고요. 어머님이 혹여 민망하실까 봐 아버님에 대해, 아이에 대해 묻지 못했는데 어머님이 먼저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이 학원비라도 보탤까 하고 나왔는데 벌써 십 년이 되었고 아버님의 사업도 조금 회복이 되었노라고. 그리고 아이가 이번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노라고. 전 그날 어머님이 주시는 만두를 세 개나 먹었답니다.


김현정 <완벽한 밥상>



  제가 배고픈가요? 눈에 띄는 그림마다 먹거리네요. 택배 함 위에 얹어 놓고 먹는 자장면은 당장 중국집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듭니다. 자장면은 근사한 식탁보다 왠지 허름한 박스 위나 신문지 깔고 먹을 때 더 맛난 것 같습니다. 서로 친구의 입 근처에 자장이 묻은 모습을 보며 단무지 집어 먹던 그리운 추억이 있지요.


또 자장면 하면 졸업식이 생각나는 건 저만이 아니겠지요? 졸업식날엔 학교 근처 중국집에 줄을 서 기다렸으니까요. 이제는 문화가 바꿔 졸업식 날  중국집보다 피자 집을 간다고 하더라고요. 다시금 신문 깔고 퍼져 앉아 자장면 먹고 싶습니다.


김현정 <삼겹살 한 잔 하고 싶은 밤>



  이왕 먹는 얘기 하는 김에...


  전 술 좋아하는데 마음만큼 먹지는 못합니다. 캔 맥주 하나 반 정도면 세상이 아름다워 지니 인생을 사는데 이만한 가성비도 없지요. 저녁 술자리는 술만이 아니라 친구의 입담과 반전이 있는 삶의 드라마를 들을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서른 넘긴 아들 취직 걱정에 한숨 쉬던 친구가 전한 아들의 공무원 합격 소식이라든지, 휘청거리는 남편 사업으로 화장품 가게에서 일하던 친구가 드디어 남편이 생활비를 갖다 주었다며 한 잔 쏘는 날은 술을 마시는 건지, 눈물을 마시는 건지 싶기도 합니다. 아줌마의 잔에는 '애환'이 담기고 아가씨의 잔에는 '낭만'이 담겨서 일까요? 아가씨가 마시는 소주, 참 맛있어 보입니다.



김현정 <내숭:투혼, 2013>



  햄버거와 감자칩, 콜라를 잔뜩 올려놓았네요. 작정하고 앉아 양껏 먹기 시작합니다. 아마 밖에서 남자친구를 만났을 땐, 내숭 떠느라 젓가락으로 밥알을 세고 들어왔을 거예요.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햄버거 가게에 들러 오는 게지요. 이제야 허기가 지니까요.


  아가씨 때는 병아리 모이만큼 먹던 그녀가 결혼 후 양푼 바닥을 긁고 있다는 남편들의 푸념은 진실(^^)입니다. 실은 먹고 싶은데 왠지 부끄러워서 먹어지지 않거든요. 아님... 남자친구 얼굴을 보면 안 먹어도 배불렀었나요?


김현정 <썸마(馬) 타임>



  나의 생명을 위해 다른 것의 살을 취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다만 전 진심으로 인간애가 있는 사람은 동물을 학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든 아니든 지구에 깃든 모든 생명이 갖는 기쁨과 고통은 동일하다고 느끼니까요. 나는 넘어지는 것만으로도 아픈데, 타인을 말 못 하는 동물을 어찌 채찍질할 수 있겠어요.


  하루하루 보이지 않는 노동이 쌓여 삶이 일궈집니다. 남편도 아내도 아이도 쉬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요. 다 제 역할을 담당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게 대다수의 우리들입니다. 이렇게 선풍기를 앞에 놓고 우리 가족에게도, 힘든 당나귀에게도, 눈치 보고 있는 댕댕이에게도 시원한 수박 한 입 나눠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PS : 현재 활동하고 있는 김현정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상업용도로 쓰는 것이 아니라 사용했지만 저작권 관련 문제가 있다면 바로 내리겠습니다. ^^  더운 날 시원하시라고 제가 좋아하는 Over the rainbow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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