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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Apr 04. 2024

내편


낙엽이 한잎 두잎 우수수 떨어지는 시월의 어느 날,


아홉수에는 혼인을 하지 않는다는 어른들 말씀에 따라


스물일곱, 스물여덟 꽃다운 나이의 우리는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다.


가진 것은 많지 않았지만 마음을 합친다면   세상

두려울 것이 없었는데


결혼식 전날 남편은 얼굴에 얼마나 광을 냈는지

백지장같이 하얀 얼굴은 붉은빛이 감돌았다.


혼인하는 날에 사람들은 킥킥하며 웃음을 참았는데 


좌를 앞에 둔 왕처럼 남편은 연신 싱글벙글이었.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집들이를 하는 날에


시누이 되 형님이 도와주어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는데


저녁을 먹고 나서 과일을 깎아 접시에 담아놓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 틈에 앉아 나는 남편을 놓칠세라 두 팔로 허리를 감았다.


그것이 보기 좋았는지  남편 직장동료는 하루는 우리 집으로 전화를 하여


자연스러울 정도로 누구 눈치도 보지 않아 부러웠다며 그날 저녁에 남편손에 선물을 들려 보냈다.


후로도 자기야 자기야 하며 나는 남편을 볼 때마다 강아지 이름 부르듯 불렀는데


항상 당신이라 부르던 옆집 교수님 댁 언니도 자기야 하며 나를 흉내 내며 따라 불렀다.


신접살림을 차리고 나서 얼굴을 매만지며

화장대  거울에 비친 남편얼굴을 바라보노라면


내가 나이는 한 살 아래지만 어쩐지 남편이 한참 어린 꼬마신랑처럼 여겨지기도 하였는데


세월이 흘러 집안일과 아이들 교육 등 여러 가지 일들 우리는 티격태격 많이도 싸웠다.


그러나 뭐든 내색하지 않고  솔선수범하며 내가 먼저 앞장서서 그런지


이제 나이를 먹은 성격 급한 경상도 사나이는

고집을 한 겹 내려놓았는데


얼마 전에 친정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한 것을 두고


평소에 몸관리 잘하시라는 내 말을 듣지 않아 그렇다고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나보다 더 엄마를 생각하는 남편은 어서 장모님 러 가자 하였다.


부인이 예쁘면 처갓집 말뚝 보며 절을 한다는 말이 있듯이


팔이 불편한 나를 대신하여 집안일도 척척 돕는 남편은 이제 영원한 내편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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