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오월은 장미의 계절.
여느 때처럼 나는 계단을 지나 뒷동산을 오르는데
샤방샤방 나무들은 사방에서 잎을 흔들며 연초록으로 물이 들었네.
나무들이 양쪽으로 아치를 이룬 계단을 올라서자
광장 벤치에는 고개를 숙인 한 사람이 열심히 무언가를 읽는 중인데
며칠을 수도하는 신부님처럼 혼자 보낸 나는
꿈인 듯 생시인 듯 와락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나는 가만히 있는 그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용조용 비탈길로 들어서며
저 멀리 바람을 가르며 쨍하고 눈부신 햇살을 항하여 차양을 치듯 손을 들며 생각에 잠긴다.
누구나 한 번은 간다는 그 길을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죽음을 몇 번 맞이하며
이제는 초연해지려 하는데
오늘은 우울이 깃든 허탈한 마음에 생과사를 넘나 든다.
세상사 허망한 마음에 이리저리 전화기를 돌려보고
헝클어진 곳을 찾아 집안 여기저기 손을 보아도
하루살이처럼 바쁜 그들에게서 나는 어떤 해답도 얻지를 못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허한 마음도 채워지고
아무 일 없는 듯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테지만
항상 내 곁에 계신 주님이 오늘은 자리를 비운 듯
또르르하며 내눈에선 눈물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