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에게 도움될 이야기 vol.1
취업을 준비할 때 가장 신경 썼던 부분 중 하나가 '자기소개'였다. 이력서에 들어가는 성장배경 같은 자기소개가 아니라 면접에서 직접 말할 때 하는 자기소개.
아나운서는 다른 직업과 다르게 입사 전형에 꼭 카메라테스트 겸 실무테스트가 들어있다. 또 이러한 실기 테스트를 위해 사설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많이 받는다. 대부분 이전까지 본인의 휴대전화 카메라로만 사진 혹은 동영상을 찍다가 커다란 카메라 앵글 앞에서는 무척 당황한다. 나 역시 어릴 적부터 발표도 좋아하고 남들 앞에서 말하는 걸 좋아했음에도 빨간 불이 들어오는 카메라 앞에선 쭈뼛쭈뼛 머뭇거리기 일쑤였고 훈련을 거듭했다. 경직된 표정, 어려운 말도 아닌데 꼬이는 발음, 모든 것들이 부자연스럽던 준비생 때의 나는 서서히 반복된 연습을 통해 자연스러워졌다. 이 과정에서 자기소개 연습 또한 수 도 없이 했다.
보통 1차 카메라테스트 혹은 첫 번째 면접에서 30초 내지 1분 자기소개를 하는데 어떤 말을 해야 할까.
" 저는 화목한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나~~ 고등학생 때 학생회장을 지냈고~~". 이렇게 면접장에서 말하는 사람이 합격한 경우는 보지 못했다. 일단 재미가 없다. 평가자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나운서 시험은 적게는 수 백대 일, 수 천대 일의 확률로 합격한다. 빤한 대답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특이하게만 할 것인가. 튄다고 또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정답은 없다. 나의 경험으로는 어떤 별명을 사물에 비유하면서 시작하거나 사소한 경험이더라도 확실히 나의 특징적인 부분을 내세울 수 있는 것들을 풀어냈다. 가령 초등학생 담임선생님이 나를 늘 '날다람쥐'라고 부르셨는데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여기저기 쏘다니며 동네 방송을 하고 다녀서 부쳐진 별명이 있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한마디지만 이를 연결 지어 1분 자기소개를 만든 적도 있다. 유의할 점은 내가 얼마나 어린 나이에 대단한 일들을 해왔어요. 를 말하는 게 아닌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이런 부분들이 아나운서라는 직업과 잘 어울릴 수 있습니다. 를 어필하는가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딱 하나의 자기소개로 국한하지 않고 A, B, C 버전의 자기소개를 만들었었다. 현장 분위기에 따라서 어떤 카드를 꺼내는 가는 그 날 면접장의 분위기, 혹은 내 주관적인 판단에서 먹힐 것 같은(?) 버전을 꺼냈었다. 다행히 대부분이 고차 면접까지 갔던 과거를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믿고 있다.
자기소개를 만들 때 유념할 점은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나는 학창 시절 회장을 맡았던 것도 말하고 싶고~~ 대외활동 상 탄 것도 얘기하고 싶은데~~ 그게 청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호기심을 일으킬 내용이 아닐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할 법한 말들은 이미 지겹도록 들었던 것들일 테니 말이다. 따지고 보면 매 년 전국 초중고 학생회장은 1만 명 가까이 탄생하고 있고 그게 그렇게 특별한 장점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같은 학생회장이더라도 내가 그 역할을 수행하면서 했던 일과 성과를 모두 다르니 특별하게 만들 수는 있겠다. 같은 그릇이더라도 담긴 음식이 다르듯이 내가 했던 일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도 본인의 몫이다. 때문에 구체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늘 취업을 준비하면서 마음에 새겼던 한 마디였다. 거창한 미사여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떳떳할 만큼 노력한다면 어떤 좁은 문도 언젠가는 반드시 열릴 것이라 굳게 믿고 버텼다. 그리고 같은 일을 꿈꾸고 지금도 준비하는 친구들이 혹시나 글을 본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노력하는 과정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최종에서 여러 번 불합격을 받았음에도 겸허히 수용했던 것은 내가 준비하면서 후회 없이 노력했었고,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빛날 한 순간을 계속해서 꿈꿨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반짝하지 않아도 내 차례는 올 테니까. 다만, 너무 늦지 않게 오기를.,," 그렇게 털어냈었다.
'오늘' 이 순간을 사는 모두가 자신만의 이야기로 자기소개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