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eontypist Jul 15. 2019

<Disintegration>

바이닐 컬렉션 003: The Cure, 1989


큐어의 여덟 번째 정규 앨범 <Disintegration>은 이 밴드가 몇 차례의 음악적 스타일 변화를 거친 끝에 다다른 정점이다. 80년대 초의 고딕 록 삼부작으로 밴드의 정체성을 결정짓는가 했지만, 마지막 앨범이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던 탓인지 다음 앨범인 <The Head on the Door>와 <Kiss Me, Kiss Me, Kiss Me>에서는 대중적인 팝 사운드를 선보이며 방향을 바꾸었다. 이 두 앨범은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리더 로버트 스미스(Robert Smith)는 팝 스타 이미지에 적응하지 못했고, 서른 살을 넘기기 전에 록 뮤지션으로서 명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조바심을 느끼다 결국 고딕 록으로 회귀한 본작을 내놓았다.



<Disintegration>은 LSD에 의존할 정도로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스미스의 당시 심경을 반영하고 있는데, 잔잔하게 내리는 신시사이저와 게으른 듯한 기타가 스미스의 내향적인 보컬과 함께 흐르며 형성하는 멜랑콜리하고 몽환적인 무드가 매우 매혹적이다. 이 앨범의 미덕 중 하나는 절반의 트랙이 6분이 넘는 대곡 지향임에도 연주에 있어서는 반복적이고 단순한 접근을 취함으로써 과도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록 뮤지션으로서의 야심을 드러내지만 밴드가 고유한 성격을 잃어버리는 범위까지 나아가지는 않도록 절제하고 있다.



이 앨범은 어두운 분위기가 전반을 관통하는 고딕 록 음반이지만 전작들에서 선보였던 팝적인 감각이 적재적소에 발휘되면서 이전 고딕 록 삼부작과 달리 특정 장르의 웰메이드 정도에 머무르지 않고 더 큰 존재감을 지니게 되었다. 음산한 자장가 “Lullaby”, 록적인 매력이 가장 뛰어난 “Fascination Street”, 처절한 “Disintegration” 등의 트랙이 두드러지고, 스미스가 약혼녀에게 선물한 “Lovesong”은 예외적인 톤이지만 앨범의 무드를 해치기보다는 앨범의 성격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데 기여한다. 개인적으로는 오프닝 트랙 “Plainsong”이 남긴 강한 첫 인상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곡은 단번에 이 앨범 특유의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이어질 곡들에 빠져들 준비를 하게 한다.


고딕 록 명반으로든 웰메이드 팝 앨범으로든 <Disintegration>은 80년대의 음악적 풍경에서 가장 인상적인 한 장면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바이닐 컬렉션 #003

뮤지션: 더 큐어 The Cure

타이틀: Disintegration

발매일: 1989.5.2

장르: 고딕 록

레이블: 픽션 레코즈 Fiction Records

제조국가: 유럽

버전 발매 연도: 2010

카탈로그 넘버: 532 456-3

바코드: 600753245637

기타: 디지털 리마스터 / 더블 바이닐 / 180 Gram


트랙 리스트
A1. Plainsong *

A2. Pictures of You 

A3. Closedown

B1. Lovesong *

B2. Last Dance

B3. Lullaby *

B4. Fascination Street *

C1. Prayers for Rain

C2. The Same Deep Water as You

D1. Disintegration *

D2. Homesick

D3. Untitled

*는 추천곡, 밑줄은 뮤직비디오 링크



매거진의 이전글 <Power, Corruption and Lie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