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닐 컬렉션 002: New Order, 1983
일렉트로니카 장르에 거대한 영향을 미친 영국의 신스팝 밴드 뉴 오더의 두 번째 앨범으로, 과도기적이었던 전작 <Movement>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신시사이저의 비중을 키우고 잘게 쪼갠 드럼 비트를 활용하는 등 확연히 밝아진 사운드를 선보이며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이라는 과거와 단절한, 정립된 뉴 오더 스타일의 음악을 제시했다. 포스트 펑크 록에 멜로딕한 댄스 뮤직이 결합한 이들의 하이브리드 음악은 당대에 구현된 가장 세련된 사운드인 동시에, 대중적으로도 쉽게 어필할 여지를 지닌, 비평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성공적인 결과물이었다.
<Power, Corruption & Lies>는 이들이 80년대에 발표한 다섯 장의 걸작들 중에서도 최고작으로 꼽히는데, 이 앨범에 몇 달 앞서 발매된 이들의 최고 히트 싱글 “Blue Monday”와 더불어 뉴 오더를 전성기로 이끈 작품이다. (유감스럽게도 “Blue Monday”는 미국 발매반 외에는 이 앨범에 수록되지 않았다. 뉴 오더가 싱글을 앨범의 부분이 아닌 별도의 존재감을 갖는 활동으로 간주했기 때문인데, 덕분에 이들의 싱글 모음집은 정규 앨범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앨범의 제목 “권력과 부패, 거짓말”은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가 한 개념미술 전시의 오프닝에서 갤러리 외벽에 스프레이로 썼던 문구를 버나드 섬너(Bernard Sumner)가 따온 것이다. 커버와 패키지는 조이 디비전 시절부터 이들의 디자인을 맡아 온 피터 새빌(Peter Saville)의 작품인데, 그는 이 제목의 테마를 반영하는 이미지로 프랑스 화가 앙리 팡탱 라투르(Henri Fantin-Latour)의 회화 “장미 한 바구니”를 재활용했다. 매혹적인 장미 이미지로 그 이면에 숨은 어두움을 암시하는 동시에, 고전적이고 묘사적인 아름다운 이미지가 사각형 색면들의 차가운 그래픽 요소와 효과적인 대비를 이루게 하려는 선택이었다.
새빌의 디자인은 매우 과감하게도, 앨범 커버에 제목과 뮤지션을 알려주는 텍스트가 없이 회화 이미지에 기하학적 그래픽만 덧붙여져 있다. 경쾌한 색상의 이 사각형들은 일종의 암호인데, 그 해독을 위한 가이드는 커버 뒷편에 실려 있다. <Movement>에서 구사한 차용 문법을 색상 기반의 암호 아이디어와 결합한 새빌의 이 디자인은 고유하게 창작된 이미지와 타이포그래피를 결합시키는 음반 디자인의 전형에서 벗어나 세련된 신비감을 풍긴다. 덕분에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그래픽 디자인 클래식 중 하나로서 21세기에는 로얄 메일의 기념 우표, 슈프림 같은 패션 브랜드의 디자인 모티프에 등장하기도 했다. (새빌의 디자인은 이번에도 뮤지션과 제목보다 팩토리 레코즈의 75번째 음반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앞 표지 상단의 내용은 “FACT 75”이며, 표지 측면에도 “FACT SEVENTY FIVE”라고만 쓰여 있다.)
일렉트로닉 음악의 클래식이자 음반 디자인의 클래식인 이 앨범은 굳이 물리적 성격이 극대화된 바이닐이라는 형식으로 음반을 수집하는 이들에게 한정판이나 희귀품을 소장하는 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즐거움을 준다.
바이닐 컬렉션 #002
뮤지션: 뉴 오더 New Order
타이틀: Power, Corruption & Lies
발매일: 1983.5.2
장르: 포스트 펑크 / 뉴 웨이브 / 신스 팝 / 신스 록 / 댄스 록
레이블: 팩토리 Factory / 바이닐 컬렉터 Vinyl Collector
제조국가: 영국 & 유럽
버전 발매 연도: 2015
카탈로그 넘버: 2564-68880-5
바코드: 825646888054
기타: 180 Gram
트랙 리스트
A1. Age of Consent *
A2. We All Stand
A3. The Village *
A4. 5-8-6 *
B1. Your Silent Face
B2. Ultraviolence
B3. Ecstasy *
B4. Leave Me Alone
*는 추천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