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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선 Mar 06. 2024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이 평화로울게요

평화교육진행자되기 데뷔 소감문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떠났던 영혼이 돌아왔다. 손바닥에 빼곡히 컨닝페이퍼를 적어둔채 진행한 평화교육 진행자 데뷔 3회차, 중학교 교육 진행 날 저녁의 풍경이다. 다늦은 11시, 이 밤에 글을 쓰겠다고 노트북을 켜고 앉은 것은, 서로배움이라는 피스모모 평화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모드세팅에 충실하기로 스스로 다짐했기 때문이다.


평화교육 진행은 대개 진행자의 자기소개와 피스모모의 소개, 배움을 위한 모드 세팅부터 시작한다. 모드세팅카드를 통한 여러 바리에이션이 있겠지만, 초보 진행자인데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맡았던 나는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운다"는 피스모모의 소개와 함께 "낯설어도 괜찮아", "달라도 괜찮아", "지금 여기만의 특별함" 이라는 모드 세팅을 반복해서 사용했다.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운다는 말을 하면서 꼭 덧붙였다. 원으로 둥그렇게 앉아있는 이 모양처럼 저도 참여자 여러분에게 배울 것이 많다고. 빈말이 아니라 나는 지난 3번의 진행자로서의 경험을 통해 정말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며 배우고 있는 중이다.


제일 먼저 하게 되는 고민은 역시 "평화교육"으로서 성찰을 제대로 유도하고 있는가에 대한 점이다. 첫번째 교육부터 꾸준히 하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몸활동을 할 때는 참여자들이 다 재미있게 참여를 하고, 느낀점에 대해 물어볼 때까지만 해도 분명히 활동에서 의도한 바대로 어느 정도 공감을 해 준다. 거기에서 비대칭적인 관계, 힘의 차이, 수직적, 권력적인 관계 등의 키워드를 찾아내야 하거나 그런 관계를 찾아내라고 하는 순간 부터 막히는 거다. 예시로 부모-자식 관계, 교사-학생, 선배-학생 등을 제가 제시해주기도 하고, 몇몇 학생들이 해당 관계를 찾아내거나 키워드를 찾아내어주기도 했다. 아예 성찰이 안되었다고 하기엔 어려웠지만 전체적으로 이런 이해가 공유되었다고 보기엔 대부분의 참여자들의 얼굴에 아리송한 표정이 떠올라 있는 것이 좀 씁쓸했다. 특히 오늘 진행된 교육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언어를 더 느리고 쉽게 바꿔야 겠다는 반성을 뼈저리게 하게 되었다.


두번째 고민은 이에 이어지는 고민이다. 더 쉽고, 더 명료한 언어의 사용에 대한 것이다. 조금 미숙한 진행자여도 성인 참여자와 고등학생 참여자들은 소통이 쉽다. 번복하고 새로운 요청을 드렸을 때 빠르게 이해하고, 서툴렀던 부분을 양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더어린 참여자들의 경우에는 해당 변화를 이해하거나 적응하는 대신 먼저 이해한 방식으로 해결을 보는 경우가 많다. 번복을 하지 않고 더 간단하고 명료하게 한번에 말하기 위해서 더 신중한 언어를 사용하기 위한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았다. 이 훈련이 잘 된다면 어린 참여자들을 대할 때 뿐만 아니라 나이가 많은 참여자들을 대할 때에도 물론 도움이 될 수 있겠지. 


마지막도 언어 사용에 대한 것이다. 이건 거의 반성문에 가까운 부분이다. 정신이 없었다곤 하지만 모모답지 않은 큰 실수를 두가지 하고 말아서, 이걸 쓰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을 것 같아 나를 노트북 앞에 앉혀 글을 쓰게 만든 요인들이다. 경쟁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과, 다름을 존중하지 않는 것 같은 발언을 내가 부지불식간에 꺼내놓았던 것이 떠올랐지 뭐인가. 세상에. 인터뷰를 하고나서 모둠별로 앉아 서로가 모은 친구들을 소개하라고만 하면 되었을 것을 가장 많이 모은 것 같은 친구가 누구인지 묻고 굉장히 많이 모았다고 말을 했던 것과 (도대체 왜 그랬을까), 마지막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1년간 조용히 지내고 싶다."는 친구에게 "조용히 지내는 것도 좋지만, 친구들과 즐거운 경험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을 해버린 것이다.  거의 꼰대 같은 발언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달라도 좋다고 모드를 열어놓고서는, 다르면 안된다고 내 기준을 들이대는 듯한 나의 발언에 참여자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나는 도저히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너무 부끄러운 기록이지만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는 하나다.

나는 이런 실수들을 반복하고 싶지않고, 곧 있을 2회의 평화교육에서는 조금 더 나은 성찰을 끌어내고 모모다운 언어로 다정하게 또 안전한 위치에서 소통하는 진행자로서 있고 싶다. 평화교육이 끝나고나면 진행자들끼리 이런 이야기들을 돌아보는 자리를 한번씩 갖는데, 오늘 병원진료 때문에 내가 급하게 마무리 하느라+ 당시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지나갔던 것들이 생각나서 급하게 글로 써서 마무리 지으며 다시한번 다짐한다. 내일의 나는 조금 더 평화로운 언어로 소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24년 5월 19일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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