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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룸은귀여워 Jul 28. 2020

[음악추천]
로드트립 떠나기 좋은 날씨로구나

느긋한 로드트립을 선사할 15곡 추천!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꽤 오랫동안 강제로 집에만 있어야 했고, 따사로운 햇살 역시 창안에서만 즐길 수 있었다. 연초보다 상황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바깥 외출은 아무래도 사치일 뿐이다. 이제 따뜻한 날씨는 지나가고 후끈한 여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 내가 작년 이맘때 뭘 했더라?' 기억하는가? 우리는 매년 여름이 다가올 때면 휴가를 계획하느라 설렜고, 이미 어디론가 떠나 자연을 즐기곤 했다. 요즘 같은 시국엔 괜히 떠났다가 눈치만 잔뜩 보고 오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이 환상을 포기할 수 없다.


호주에 살고 있는 나는 지난 여름 그러니까 작년 11월 말 첫 로드트립을 떠났다. 한국과 달리 여유로움이 묻어있는 자연 속 동네가 많아 중간중간 내가 원하는 만큼 멈춰 초여름의 밝은 햇살을 만끽했다. 그때부터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신나는 음악만 듣던 내가 제대로 된 로드트립을 즐기기 위해 '한가로움'을 증폭시켜 줄 음악을 찾기 시작했다.


* 아래 소개한 3곡을 포함해 총 15곡의 플레이리스트를 하단에 첨부했다. 느긋한 여행을 상상하며 기분이라도 내보자.


1. Michael Kiwanuka, Tom Misch - Money

https://youtu.be/EJjn03K0JsQ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휴가를 떠나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최대한 싸게! 최대한!’을 실천하기 위해 휴식 중에도 우리 스스로를 피곤하게 한다. 이런 마음가짐을 느긋함으로 이끌어줄 곡, 플레이리스트의 첫번째 곡으로 “Money”를 골라봤다. 이 곡은 ‘마이클 키와누카(Michael Kiwanuka)’의 두터운 보컬와 ‘톰 미쉬(Tom Misch)’의 얇은 보컬이 잘 어우러진 트랙으로, 곡 전반에 걸쳐진 디스코 리듬이 한가로움에서 오는 지루함을 달래준다.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 음악평론가들의 칭송을 받는 마이클 키와누카와 홈 리코딩으로 시작해 코첼라 공연까지 선 25세의 젊은 뮤지션 톰 미쉬가 함께 작업한 곡이다. BBC 방송국이 뽑는 주목할만한 신예 'Sound of 2012'에 선정되기도 한 마이클은 어린 시절 우간다에서 영국으로 이주했다. 총 3개의 정규앨범을 낸 그의 음악은 진중하고 어딘지 어둡기까지 하다. 여기까지 듣고 나면 다소 어려운 음악은 아닐까 싶겠지만, 그의 소울풀한 보컬이 이끄는 멜로디는 예술적인 가치와 대중적인 인기까지 모두 담아냈다. 같이 작업한 톰 역시 감미로운 보컬에 여러 장르를 새롭게 녹여낸 곡들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2018년 내한 이후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며 '베드룸 아티스트(집에서 곡 작업을 하는 초보 아티스트)'의 가장 모범적인 성장기를 보여주고 있다.


2. Sticky Fingers - Australia Street

https://youtu.be/TETVNH3k8Ag

호주 출신의 밴드 '스티키 핑거스(Sticky Fingers)'는 호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자유로운 방랑자'에 딱 들어맞는 밴드다. 2008년 인디밴드로 시작해 4개의 정규앨범과 3개의 EP를 발매하고 미국, 영국, 멕시코, 독일 등 세계 투어까지 진행한 호주의 영향력 있는 밴드이다. 싸이키델릭 록밴드인 이들은 레게 영향도 받아 특유의 나른하고 꿈속을 걷는 듯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이 곡 "Australia Street"은 로드 트립 동안 꽤 자주 들었던 곡이다. 뮤직비디오는 도심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대양을 마주하고 있는 작은 마을 절벽 어귀에서 거센 파도를 구경했다. 비틀비틀 걷게 만드는 드럼 비트로 가벼운 기분을 유지하며 가사처럼 밝은 날을 즐길 수 있었다. 로드트립의 꿈꾸는 듯한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나른함이 매력적인 스티키 핑거스가 가장 좋은 선곡일 것이다.


3. Koffee - Toast

https://youtu.be/p8HoEvDh70Y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독특한 장르 ‘레게.’ 불규칙하지만 중독성있는 비트 덕분에 근원지인 자메이카에게 ‘흥 많은 나라’ 이미지를 선사했다. 이 곡 “Toast”는 레게계의 뉴페이스이자 미래로 점쳐지고 있는 2000년생 아티스트 '커피(Koffee)'가 불렀다. '최초' 타이틀 전문이기도 한 그녀는 올해 최연소 그래미 레게 앨범 수상자, 최초 여성 그래미 레게 앨범 수상자가 되었다. 제2의 '밥 말리(Bob Marley)'라 불리는 '부주 반톤(Buju Banton)'을 비롯 '프로토제(Protoje)', '크로닉스(Chronixx)'와 같은 레게 거장들의 인정을 받으며 콜라보까지 진행했다. 이렇듯 누가 봐도 커피는 레게의 미래지만, 아쉽게도 레게가 큰 사랑을 받지 못하는 한국에서는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댄스홀과 결합된 커피표 음악은 레게 초보자들도 큰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산뜻한 음악이다. 특히 이 곡은 곡 전반에 걸친 독특한 보컬이 특징이며, 자신의 삶에 감사하하고, 축복하며, 건배(Toast)한다는 가사처럼 긍정적이고 밝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나는 '열심히만 사는 삶'은 좋아하지 않는다. 비록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참아야 한대도 그 정도가 크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 휴가를 가며 그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며 현재를 살아간다. 호주에서의 첫 로드트립은 '여유', '한가로움', '진정한 휴식'이 무엇인지 가르쳐줬다. 전 세계가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를 하며 작년과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연초보다 상황이 조금은 나아지기는 했지만 이 와중에 멀리 휴가를 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떠날 수 없는 것을.


이런 맘을 달래도록 오늘은 로드트립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집 앞 공원에서라도 햇볕을 좀 쬐어야겠다.  


[Youtube 플레이리스트] 느긋한 로드트립을 위해

[Melon 플레이리스트] 느긋한 로드트립을 위해 (*Sticky Fingers - Australia Street 미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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