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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룸은귀여워 Oct 24. 2019

이 세상 힙이 아니다!
몽골의 메탈밴드 The HU

더 후, 익숙한 색다름을 선사하다

'퓨전' 유행을 타고 한 동안 전통악기와 현대 악기를 믹스한 음악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색다른 사운드와 애국심 덕분에 근래에도 쉽게 들어볼 수는 있지만 아쉽게도 대중음악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퓨전이라는 요소 하나로 패스트뮤직 시대에 접어들기 시작한 대중의 취향을 흔들기에는 무리였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소개하려는 밴드는 전통 악기, 전통 창법이 주된 특징인 특이한 밴드다. 유투브를 통해 얻은 엄청난 인기로 현재 북미투어를 거쳐 유럽 투어까지 진행 중인 잘 나가는 밴드, '더 후(The HU)'가 바로 그들이다.   

     

몽골 출신 메탈 밴드 '더 후(The HU)' - 출처: E7 Music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결성된 이들은 2016년부터 꾸준히 활동해오다 작년 유투브에 올린 뮤직비디오 2개로 4천 4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몽골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스타일링과 화려한 장식의 악기이다. 사실 외형만 봐서는 흔한 퓨전 음악을 하는 밴드로 생각하고 지나치기 쉽지만, 첫 곡을 듣는 순간 전체 앨범을 듣고 있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눈이 확 트이는 몽골의 전경과 귀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음악부터 감상해보자.


1. The HU - Yuve Yuve Yu

마이너 나라, 마이너 스타일, 마이너 언어로 부른 곡임에도 가장 메이져 음악 차트인 빌보드의 '하드락 디지털 송 세일즈(Hard Rock Digital Song Sales)'와 '힛시커스 앨범(Heatseekers Albums)'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장르로 구분하자면 헤비메탈 밴드인 더 후는 자신들의 음악을 '후느락(Hunnu Rock)'이라 소개한다. 'Hunnu'는 몽골 민족의 조상격인 흉노족의 영어표기로 이들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지금까지 접해온 음악과는 판이하게 다른 데도 전세계를 사로잡은 이유가 뭘까? 이들의 시크릿 키는 '익숙한 색다름'이다. 락, 메탈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음악으로 익숙함을 주고, 몽골 전통 악기와 창법을 보여주며 색다름을 함께 선사하고 있다.


먼저 몽골 전통 창법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흐미(Khoomei)'를 살펴보자. 흐미를 쉽게 설명하자면 한 사람의 목에서 두 소리를 내는 창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하림'이 "연어의 노래"에서 시도한 적이 있다. 성대에서 나오는 베이스음에 따라 배음도 함께 내는 방식인 흐미창법은 안타깝게도 몽골에서도 점차 들어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럴만도 한 것이 다른 음정을 한 목에서 내다 보니 적절한 소리를 내기까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장시간 부르기가 여간 쉽지 않다고 한다. 더 후는 네명의 멤버 중 무려 세명이 이 창법을 소화할 줄 알아 전 곡에서 흐미를 감상할 수 있다. 오토툰이라도 입힌 듯 갈라지는 소리가 신비롭기까지 한데 여기에 몽골 전통 악기까지 전면에 내세웠다. 


멤버들의 악기 : 왼쪽부터 마두금(Morin Khuur), 쵸르(Tsuur), 마두금, 톱쇼르(Tovshuur) - 출처: 더 후 공식 페이스북

공식 뮤직비디오나 사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들의 악기는 대부분 현악기로 메탈 특유의 날카로움과 긴장감을 잘 표현했다. 대중음악에 전통 악기를 도입하면 다소 튀는 경우가 있는 데, 더 후는 전통악기를 메인으로 두며 현대 악기가 후느락에 가미되도록 다듬었다. 모링호르라고도 불리는 마두금은 말머리 모양으로 악기 끝을 장식한 현악기다. 낮고 부드러운 소리가 나 첼로와 비교되기도 하며 유네스코가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톱쇼르는 기타와 같은 외형을 가진 현악기지만 줄이 3개로 역시 몽골을 대표하는 악기다. 쵸르와 주즈하프(Jaw harp)는 입을 사용해야 하는 악기라 라이브 공연에서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사진과 뮤직비디오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한다.


2. The HU - The Great Chinggis Khaan

* 2:26에 주즈하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는 라이브 공연에서도 여실히 발휘된다. 안정적인 라이브, 그것도 그냥 라이브가 아닌 장시간 부르기 어렵다는 흐미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밴드의 악기실력까지 뒷받침되어 입이 떡 벌어지게 한다. 이들을 가장 빠르게 캐치한 미국의 한 레이블은 올해 9월 13일 더 후의 데뷔앨범 [The Gereg]을 발매하고 투어까지 진행하고 있다. 유투브를 통해 유명해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투어의 규모, 지역, 기간이 어마어마하다. 올해 6월 독일을 시작으로, 유럽, 미국, 캐나다 공연을 펼치고 있으며 내년 1월부터 다시 유럽투어 재개, 그리고 4월초까지 남미 투어가 예정되어 있다. 언어가 다름에도 관객들의 함성과 응원이 어마무시한데, 특히 후렴구에서 함께 '후! 후!'를 외치는 모습이 '음악은 만국공통어'라는 말을 입증하고 있다.


3. The HU - Wolf Totem @Sama'Rock Festival

더 후는 자신들의 정체성 '전통 몽골'을 전면에 내세웠다. 패스트뮤직 시대에 전통이라니. 그렇기에 이들의 음악이 나에게는 충격이고 반가움으로 다가왔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전통 음악 속의 신비로움과 색다름을 뽑아내 현대음악의 익숙함과 버무렸고, 초고화질 뮤직비디오(4K 2160p)에 담은 몽골 전경, 의상 등은 유투브와 바이럴 마케팅으로 홍보했다. 더 후 자체가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콘텐츠인 것이다.


출처: Billboard.com

이들의 데뷔앨범 이름이기도 한 'Gereg'은 칭기즈칸 시대에 여권을 뜻했다고 한다. 이 여권으로 더 후는 몽골인 중 처음 빌보드차트에 이름을 올렸으며, 데뷔앨범 발매 주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World Album)' 1위도 거머쥐었다. 해당 차트는 빌보드의 메인 차트는 아니지만(BTS, SUPER M도 1위 한 바 있다)영어권 팝음악이 전세계 음악시장을 이끄는 와중에, 전통성을 강조한 아시안 밴드의 1위는 더욱 특별해보인다.


한 인터뷰에서 리더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Hunnu Rock'을 우리가 처음 만든 것은 맞지만, 마지막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미 유투브에는 리액션비디오, 비슷한 밴드, 다른 전통음악을 믹스한 현대음악 등이 올라오며 더 후는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전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고리타분하다, 지루하다라는 인상을 받곤한다. 하지만 더 후가 보여준 것 처럼 전통음악을 '익숙한 색다름'으로 재해석한다면 퓨전음악에서 그치지 않고 새 장르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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