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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듭스 Sep 13. 2023

친구

건강&행복

내 친구 현아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2학년이었나… 3학년이었나… 아니, 2번 모두 같은 반이었나?… (나이가 드니 이런 게 헷갈린다;) 우리는 그림 좀 그린다는 애들이 모인 여고 ‘미술반’이었다. 당시 미술 선생님이 좀 괴짜였고, 아이들은 상당히 착했던 걸로 기억한다. 남들 얘기 들어보면 ’고등학교 미술반‘이 불량한 애들 집합소인 곳도 있다던데… 우리 학교 미술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성적인 내가 같이 어울렸을 정도니…


현아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 10손가락, 아니, 5손가락 안에 드는 ‘미녀’이기도 하다. (순전히 내 기준이지만, 객관적으로도 미녀가 확실하다!) 나는 현아를 처음 보았을 때 훤칠한 키, 짙은 눈썹, 온화한 표정과 우아한 몸짓( 팔다리가 길쭉길쭉해서 인 듯..)에 거리감이 좀 들었다.( 개인적으로 미남, 미녀를 좀 어색해함;;;) 하지만 그녀는 그런 외모와는 상충되는 털털한 성격과 낮은 목소리(나도 톤이 낮은데.. 우린 서로 너 남자 목소리라며 놀리기도 ㅎ), 밝은 미소와 호탕한 웃음소리, 개그맨이 울고 갈 유머 감각의 소유자였다. 내가 남자였다면 고백을 해버렸을지도… >..<


하지만 가장 놀랍고 인상적이었던 건, 그녀의 ‘손’이었다. 작고 짧은 내 손에 비하면 그녀의 손은 그야말로 ‘섬섬옥수 纖纖玉手’ 실사판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녀를 떠올릴 때면 가느다랗고 하얗고 기다란 손가락이 먼저 떠오른다.


그녀는 키가 컸고 나는 작았기 때문에 대부분 나는 맨 앞줄에 그녀는 맨 뒷줄에  자리가 배정되었다. 그래서 학급 내에서는 그녀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다른 친구도 포함)는 미술반 활동을 핑계로 보충수업을 빼먹고 남영동, 삼각지에 있는 화방에 가서 미술용품을 사기도 하고 학교축제 때 출품할 그림의 액자를 맞추러 다니기도 했다. 키가 작은 나는, 그녀랑 같이 다니면 왠지 나도 키가 커진 느낌? 미모의 친구를 우러러보며 무척이나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ㅎㅎㅎ


고등학교 2학년 때 축제에 출품했던 그림, 이 액자가 보충수업 빼먹고 삼각지에서 구입한 액자다.




우리는 각자 다른 미대로 진학했고, 패기 넘치는 젊은 작가로 활동을 하였다. 나는 대학원을 마치고 결혼 후, 사과 과수원이 있는 시부모님의 시골집에 가서 한참을 살았다. 그녀는 대학 졸업 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석사 박사를 마친 후, 2013년인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우린 그때쯤 젊은 작가라고 하기엔 좀 늙은 나이가 되어 다시 만났다. 이후로도 서로의 전시 소식을 전하고 응원도 하며 안부도 물었지만 자주 보지는 못했다. 그러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것이다.


카톡이 오가고,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오랜만에 수다를 떨었다. 각자 먹고 사느라 바빴다며, 시간이 너무 빠르다며.. 마치 보충수업 빼먹고 신이 난 여고생으로 돌아간 것 마냥, 조잘조잘 울다 웃다 꽤 오래 수다를 떨었다.


50년 넘게 살아보니, 건강하고 행복한 게 최고라며 서로의 건강을 챙겼다. 맞다. 건강을 잃게 되면 모든 게 올스톱이 된다. 하지만, 그게 뭐 맘대로 되는 일인가… 지금 당장, 오늘 하루를 기쁜 마음으로 사는 게 최고라며. 진심으로 맞장구쳤다.


전화를 끊고, 그녀의 카톡에 올려져 있는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 여전히 그녀는 우아했다. 현아가 작업실로 날 초대하기로 했는데 그때 이 그림을 선물로 가져갈 것이다.

나의 여고동창 섬섬옥수 홍현아!!




“현아야! 전화 끊고, 35년 전의 아리따운 네모습을 떠 올려 봤다. 지금, 내가 반백발에 퉁퉁한 중년 아줌마가 되어 있으니, 너도 이전보단 좀 늙었겠지? 그 곱던 손가락도 늙었을라나? 이번에 만나면 진하게 수다 떨자!  다시 만날 때까지, 우리 모두 건강하자~”


이 글에는 다 쓰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우리 환갑 때 하기로 한 ‘여고동창 전’때 풀 것이다.


박형진 作 <친구>,  2023

Tmi

글을 다 쓰고, 방금 생각난 건데…

그녀는 구레나룻 (귀옆 잔머리 라고 해야 하나?)와 입술 주변에 부슬부슬 콧수염도 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미녀라더니, 콧수염으로 마무리 ㅋㅋㅋ

미안하다! 친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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