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화연대 Nov 08. 2023

빗자루 잠시 내려놓고 “언니들, 고양이 자세~!”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움직입니다.


움직여야 하는데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음에 가깝습니다.

대한민국 스포츠계의 여러 장면이 그렇습니다.

수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고 피해자들이 넘쳐나는데

여전히 바뀌지 않고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움직여 보려 합니다.


웹진 <움직>은


스포츠계에 만연한 영웅 서사와 승리 지상주의를 걷어내고

스포츠에서 소외되거나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모아 세상에 들려주고자 합니다.


금메달만 빛나고 그것을 향한 노력은 폄훼되는 세상.

강한 것, 이기는 자만이 박수받는 세상에서

스포츠의 새로운 가치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비뚤어진 것을 바로 세우는 일은 혼자 할 수 없습니다.

스포츠로 이어지는 연대를 통해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그리고자 합니다.


지금이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그 워밍-업을 시작합니다.


웹진 움직 전체 다운로드 : https://culturalaction.org/movement







우리들의 워밍-업

빗자루 잠시 내려놓고 “언니들, 고양이 자세~!”

웹진 움-직 편집부





체육관 청소하던 “여사님”들을 위한 ‘호호 체육관’ 1탄, 요가로 워밍-업



                    

“언니들, 함께 운동해요”




여성 스포츠에서도, 노동자의 여가활동에서도 소외되고 드러나지 않던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스포츠를 즐기고 나 자신을 위해 노동할 힘을 키우는 곳, ‘호호 체육관’이 문을 열었다. 스포츠를 즐기고 배우는 곳, 체육관. ‘운동’의 공간이지만 늘 쓸고 닦기만 했던 그곳에서 ‘여사님들’이 이제 고양이 자세를 배우고 공을 튕긴다.


‘호호 체육관’ 1기는 작년 11월부터 12월까지 총 열두 번의 수업을 진행했다. 허리와 팔을 늘이며 몸의 현실을 자각하고 몸을 잘 사용하는 법과 자기 돌봄의 기술을 익혔더니 어느새 계단 오르기는 너끈해졌다. 그러는 동안 ‘여사님’들로 뭉뚱그렸던 얼굴도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쉬는 시간 운동장을 돌며 지나쳤던 얼굴이 눈에 들어오고, 요가를 배운 날에는 휴게실에서 동료들에게 그날 배운 동작을 알려주며 함께 스트레칭을 했다.


퇴근 후의 생활도 달라졌다. 집안일을 하고 텔레비전을 보던 시간을 쪼개 유튜브를 보며 그날 배운 동작을 복습한다. 달라지는 몸과 함께 운동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 매일 느끼는 중이다. ‘호호 체육관’ 1기를 마치고 ‘방학’을 보내던 3월, 오랜만에 만난 열혈 수강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여사님’들은 ‘호호 체육관’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서로를 ‘언니’로 부르기로 했다.




            


호호 체육관 :  원래부터 운동을 하시던 분도 계시고 아예 안 하신 분도 계시던데, 호호 체육관에 신청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체육관에 근무할 때 제가 요가하는 데 담당이어서 학생들 하는 걸 늘 봤거든요. 그때 나도 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마침 기회가 돼서 이번에 해보니까 보는 거랑은 또 다르게 너무너무 좋더라고요.”


“주변에 요가 학원들이 많잖아요. 지나다니며 보면서 요가 배우고 싶다 생각만 하고 못 했는데 이번에 학교에서 한다니까 신청하게 됐어요.”


“저는 너무 좋았어요. 그러잖아도 항상 바라고 있었는데 누가 딱 요가를 한다니까, 와 진짜 ‘야호!’ 이럴 정도로. 나는 진짜 그랬어. 우리가 일하면서 요가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너무 행복하고. 우리가 따로 어떻게 할 수 없거든요. 일하랴 집에 가면 또 살림해야 하고 그러니까 운동은 생각지도 못하거든. 근데 일터에 나와서 누가 잠시나마 시간을 내서 우리를 이렇게 가르쳐 준다는 게 너무 감사했어요.”


“맞아. 그러니까 계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일이라는 건 좀 늦출 수도 있는 거니까. 근데 그 시간에 맞춰서 뭘 해야 하겠다는 게 없으니까, 피곤하다는 핑계로 씻고 그냥 뒹굴뒹굴하더라도 운동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호호 체육관이 이렇게 요가를 하는 계기가 되었던 거 같아요.”


(일동 “맞아. 맞아.”)







호호 체육관 : 원래부터 운동을 하시던 분도 계시고 아예 안 하신 분도 계시던데, 호호 체육관에 신청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체육관에 근무할 때 제가 요가하는 데 담당이어서 학생들 하는 걸 늘 봤거든요. 그때 나도 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마침 기회가 돼서 이번에 해보니까 보는 거랑은 또 다르게 너무너무 좋더라고요.”


“주변에 요가 학원들이 많잖아요. 지나다니며 보면서 요가 배우고 싶다 생각만 하고 못 했는데 이번에 학교에서 한다니까 신청하게 됐어요.”


“저는 너무 좋았어요. 그러잖아도 항상 바라고 있었는데 누가 딱 요가를 한다니까, 와 진짜 ‘야호!’ 이럴 정도로. 나는 진짜 그랬어. 우리가 일하면서 요가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너무 행복하고. 우리가 따로 어떻게 할 수 없거든요. 일하랴 집에 가면 또 살림해야 하고 그러니까 운동은 생각지도 못하거든. 근데 일터에 나와서 누가 잠시나마 시간을 내서 우리를 이렇게 가르쳐 준다는 게 너무 감사했어요.”


“맞아. 그러니까 계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일이라는 건 좀 늦출 수도 있는 거니까. 근데 그 시간에 맞춰서 뭘 해야 하겠다는 게 없으니까, 피곤하다는 핑계로 씻고 그냥 뒹굴뒹굴하더라도 운동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호호 체육관이 이렇게 요가를 하는 계기가 되었던 거 같아요.”


(일동 “맞아. 맞아.”)






                    

호호 체육관 : 배웠던 자세 중에 기억에 남거나 좋았던 것이 있을까요?





“다리찢기가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다 좋아요 다.”


“저는 균형 잡기. 나이가 들고 그러면 균형 잡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런데 발 들고 균형 잡던 게 굉장히 도움이 됐던 거 같아요.”


“저도 그랬어요.”


“팔목이 많이 아파요. 일을 너무 오래 하다 보니까. 


그때 교수님께서 팔목 스트레칭을 가르쳐 주시더라고요. 


제가 그건 날마다 빼놓지 않고 하거든요. 그랬더니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아 스트레칭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 새삼 느꼈어요.”

            



“저는 너무 좋았어요. 와 진짜 ‘야호!’ 이럴 정도로. 일하면서 요가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너무 행복하고.”

        

            


호호 체육관 : 호호 체육관에서 요가를 하고 나서 몸이나 생활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제가 머리가 좀 무거웠거든요. 근데 복식(호흡)을 하니까 머리가 좀 맑아지는 느낌이 있어요. 그걸 한 날은 머리가 맑아요. 그리고 저는 초짜라서 안 쓰던 근육을 쓰니까 어깨가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쉬는 시간마다 혼자 스트레칭을 했는데, 이제는 요가를 배워서 어느 정도는 제가 혼자서도 확 풀 수 있으니까 좋아요.”


“저는 허리가 안 좋았거든요. 엉치 쪽이 안 좋았어요. 그런데 요가도 요가고, 요가 배운 후에 우리 쉬는 곳이 10층이거든요, 엘리베이터를 안 타고 걸어서 올라가다 보니까 아픈 게 없어졌어요. 그래서 운동이라는 게 참 좋은 거구나 하고 느껴요. 물론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도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근데 요가를 하면서 나한테 도움이 되는 걸 느끼니까 하게 되더라고요.”


“안 쓰는 근육을 쓰니까 진짜 몸이 가벼워지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브도 틀어봤어요. 그랬더니 요가도 있고, 폼롤러? 그걸 여기서 개근상으로 주셨잖아요. 그래서 유튜브를 보고 따라 하니까 처음에는 너무 아프더라고요? 안 하던 데를 하니까. 근데 하다 보니까 안 아프더라고요. 그러니까 안 좋았던 데가 자연스럽게 풀렸어요.”


“요가를 해 보니까 너무 좋아요. 땅만 보면서 일하다가 팔도 제대로 다 펴고. 미리 준비운동도 하지만 가서 배우는 거랑 제가 혼자 하는 건 또 다르잖아요.”


“요가를 하고 난 후에는 구부정하게 앉으려다가도 반듯이 앉아야지 하면서 신경을 써서 앉게 되더라고요. 맨날 숙여서 그런가, 몸이 앞으로 쏠리는데, 될 수 있으면 항상 머리에 생각하고 바르게 앉게 됐어요.”


“초짜라서 안 쓰던 근육을 쓰니까 어깨가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쉬는 시간마다 혼자 스트레칭을 했는데, 이제는 요가를 배워서 혼자서도 확 풀 수 있으니까 좋아요.”



            






호호 체육관 : 호호 체육관에 아쉬운 점이나 바라는 점은 없으세요?





“시간이 좀 부족한 거 같아요. 한 시간 정도로 해야 할 것 같아요.”


“30분은 너무 짧은 것 같아요. 할 만하면 끝나(웃음).”


“인원수가 많으니까 조금만 더 나눠서 하면 좋겠더라고요. 신청할 사람은 많으니까,”


“라인댄스나 배드민턴도 해보고 싶어요.”





                    

호호 체육관 :  호호 체육관에 올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에게 추천하신다면?





“정말 감사했어요. 내가 일하면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니까요!.


“우리가 청소를 하니까 마포를 한쪽으로 쓰잖아요. 어떤 사람은 오른쪽, 어떤 사람은 왼쪽. 그런데 한쪽으로 쓰다 보면 몸이 한쪽으로 돌아가요. 이걸 반대 방향으로 써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거든요. 요가를 하면 균형이 잡히잖아요. 그래서 모든 여사님들이 함께하면 좋을 것 같아요.”








4월부터 ‘호호 체육관’ 2기의 문을 열었다. 


이미 입소문을 탄 요가 클래스는 금세 자리가 꽉 찼고, 이번에는 배구 클래스도 새로 문을 열었다. “땅만 보면서 일하던” 언니들이 공을 튕기는 동안 허리도 펴고 하늘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언니들’의 열띤 요청으로 라인댄스 특강도 예정되어 있다. 


스포츠를 하는 삶이 주는 행복을 경험하고, 스포츠 하는 삶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조건을 스스로 깨달음으로써 스포츠 인권과 스포츠 정책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임을 알아차리는 것. 이것이 스포츠 시민운동의 시작이다.


지금, 여기 체육관에서 언니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스포츠 시민운동이 시작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숫자로 보는 움직] 여사님 요가 하실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