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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박육아가 아니라 독일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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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메어블릭 Aug 01. 2019

방학이 두려운 부모들에게..

4주, 6주, 까짓 껏 같이 놀아주겠다!!

악!!!! 방학이 다가오고 있어....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는 때쯤, 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이든 전업주부 생활을 하던,

6월에 우리에게 다가오는 공포를 스멀스멀 느낀다.........

곧, 방학이 온다.......

이상한 느낌은 무엇이지?

그래.. 방학이 다가온다.

길다. 그것도 아주 길~~~~ 다. 방학은...

마음속으로는 "나는 좋은 엄마야, 나는 우리 아이들을 너무 사랑해... 이건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야.... 중얼중얼" 이렇게 스스로 세뇌시키지만 이 이상한 불안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다.

이 곳 독일은 1년에 12주의 방학이 주어진다. 고로 총 60일을 아이들과 아주 행복하게 오손도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독일의 보통 직장인들은 1년에 25-30일의 휴가가 주어진다.

그럼 두사람다 일을 하는 경우는 누가 애들을 보냐고?

나눠서!!

엄마가 반, 아빠가 반, 그리고 그래도 휴가가 남으면 함께 휴가를 보낸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둔 가정은 일 년에 함께하는 휴가가 극히 적다. 그래도 함께 휴가를 가려고 하는 가정들은 아이들을 승마캠프, 서커스 캠프 등등 1년 전에 미리 예약을 해 그렇게 시간을 짠다.

어떤 이들은 본인들에게 주어진 휴가가 휴가가 아니라고 한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된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지..)

그래 독일이나 한국이나 부모의 마음은 같다.

아이들의 방학은 두려운 존재이다!

탐구생활?

나는 어렸을 때 정말 이 방학의 의미를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방학 전 주어진 탐구생활을 일주일 내에 다 해버리고, 아니면 방학 말에 다 끝내 버리고, 일기 쓰는 것도 과제여서 한 20일 치 일기를 한꺼번에 썼던 것 그런 것들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어머니는 방학이 끝나기 전 세 남매의 과제들을 매의 눈으로 체크를 해주시고 해 놓지 않은 과제들은 우리와 함께 해 주셨다.

우리의 탐구생활이 아니라 "엄마의 탐구생활"이었다고 할까나?

나에게 방학은 아무렇지 않게 늦잠 자도 되는 기간 (그래도 아홉 시를 넘기면 많이 혼이 났다), 늦게까지 놀아도 되는 기간, 형제자매들과 원 없이 싸울 수 있는 기간들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 부모들은 그렇게 미리 스트레스받을까?

우리는 전쟁을 치른다고 한다. 뭔.. 전쟁?

식사와의 전쟁,

이미 방학 일주일 전부터 냉장고에 음식을 사두기 시작한다. 가뭄이 들어 식품을 못 구할 거 마냥, 냉장고를 꽉꽉 채워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요리한다.

처음에는 굉장히 잘 나오던 식사가 한 일주일이 지나고, 말이 되면 그냥 볶음밥 위주로 나온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걸.... 건강식과 보양식을 준비해야 한다고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말하면서 왜 난 만두, 치킨 위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인가?

엄마 음식이 맛있어, 맛없어를 반복하다 나중에는 뭐라고 하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는다.

빨래와의 전쟁,

빨아도 빨아도 이 더미들은 안 없어진다. 여름에는 옷이 적어 안 그럴 거 같은데 땀 흘려서, 밖에서 나가 놀아서, 기저귀 땐다고 오줌도 원 없이 싸주셔서 세탁기가 힘들어한다. 빨래 개는 내 손은 더 힘들어..

소음의 전쟁,

형제, 자매가 있는 경우, 한 5분 잘 놀다. 싸워 주신다. 네 거 내 것 하면서.. 아주 열심히.. 이렇게 인간관계를 만들어 간다고 하는데..

인간관계와 사회성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하물며, 그동안 잘 닦아놓은 내 평정심이 무너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함도 든다.

그리고 또 잘 논다. 나는 내 흥분한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몇 분이 걸리는데 이 아이들은 다시 언제 그랬냐듯 잘 논다.

프로그램과의 전쟁,

그냥 놀리기만 하면 부모인 내가 죄책감이 든다. 아이들 뇌를 활용해야 할 것 같다. 이때부터 아이들 프로그램을 찾고 예약을 한다. 방문도 한다. 그리고 제대로 안 하면 화난다. 찡찡거리고.. 그리고 화나는 실 가락처럼 얇은 인내에 난 또 슬퍼진다.

이렇게 아이들과의 방학은 반복되었었다.

우리 부모님들도 미리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라고 나는 종종 나에게 묻는다. 자녀수도 훨씬 많았을 거고, 우리처럼 소비를 했던 시대도 아니었고, 직장 근무 시간도 훨씬 길었는데 말이다.

우리는 종종 어린 마음에 방학 동안 사고를 몇 건씩 쳤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언니와 나는 부산에서 경북 예천에 사시는 이모를 방문한 적이 있다. 내 나이 아홉 살, 언니 나이 열한 살... 그때는 티켓을 창구에서 쉽게 구 할 수 있었다.

어머니께 미리 말한 것도 아니고, 그때 핸드폰이 있던 시기도 아니었고 말이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신 부모님들은 난리가 났었다. 우리 자매는 그저 우리 둘이 하는 기차여행이 신기하고 신나기만 했었다.

어머니는 전날 우리가 장난 삼아한 말을 기억하고 예천에 사시는 이모께 번개처럼 전화를 드려 역으로 마중 나가 달라고 말씀을 드렸나 보다. 역에 도착한 우리는 이모가 역에 마중 와 계신 게 정말 신기했으니 말이다.

이모는 그냥 웃으시면서 '' 아이고, 겁도 없이 잘 도착했네!! ''라고 반겨주시고 그 주 주말에 어머니가 우리를 찾으러 오셨을 때도 천둥번개가 내린 것도 아니라 "참, 잘 도착해서, 다행이다"라고 말해주셨던 것이 기억이 남는다.(머리끄덩이가 잡혔어야 하는데...? )

방학은 아이들이 하고싶어하는 것,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하는 것을 실행시키기 가장 적절한 시기이다. 시간에 대한 제한도 없고말이다.

우리 자매는 그렇게 기차여행을 혼자 하고 싶어했었는데 실행을 했고, (다행히 잘 도착했고) 이런 어드벤쳐도 부모가 동반해 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이다.

천성이 Relax?

나의 어머니는 그 고단한 직장생활에도 주말에 항상 뭔가를 계획하셨다. 점토도 사서 우리들과 화병도 만드시고, 조그만 땅도 구입하셔서 온갖 채소를 심어서 우리들은 주말마다 일을 시키시고..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유명한 유적지, 관광지는 다 찾아다니셨으니.. 그러고도 피곤하단 말씀 한 마디 안 하셨으니....짐을 싸느라 스트레스 받으시는것도 못봤고, 다녀와서 청소하고 빨래 하시느라 스트레스 받으시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 여행때마다 어머니는 어린 아이처럼 너무 행복해 하셨다.

지금 곰곰이 생각하면 굉장히 우리를 잘 굴러먹으셨다.

빨래를 하셔도 우리와 같이 하셨다. 이불빨래도 욕조에 받아두시고, 원 없이 밟으라고 하셨고, 채소나 과일잼을 만들 때도 우리가 따게 하고, 직접 만드는 걸 시키신걸 말이다. 이것저것 많이 하면 지쳐서 밤에 기절하듯 잠이 드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는 알고 계셨던 것 같다.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 말이다. 그래서 그것을 즐기셔야 한다는 것 말이다.

가끔씩 어머니께서는 말이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그때는 너무나 심신이 지쳤었다고, 그러나 지금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 예전에 시끌벅쩍하던 집이 조용하고 반기는 건 남편과 강아지 밖에 없다고..

그걸 우리는 기억을 해야한다고.

언제가는 다 지나갈 시간들이기 때문에 매순간 감사해야 한다고....

말은 씨가 되고, 머리에서 자란다.

나도 작년까지는 이 어린이집 방학이 두려웠다.

어린이집 방학은 독일은 일 년에 30일로 주어진다. 쪼꼬맣고 혼자 잘 못 노는 아이들이 방학 내내 나에게 엉겨있는 게 미리 걱정이 되었다. 친구 엄마들과 약속을 하고, 프로그램을 뒤지고, 공작놀이 재료들을 사고 (사러 갔다 아이들과 전쟁을 하고 ) 말이다.

그런데 올해 첫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거치면서, 그 작던 아이가 점점 독립적이 되어 간다는 것을 느꼈다.

수영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친구들과 약속을 하고, 혼자 할 거리를 찾고 말이다. 벌써부터.....

그리고 내 손을 거쳐야 할 것들이 점점 작아진다는 것도 말이다. 난 그게 너무 아쉬웠다. 그렇게 하루 종일 있는 것을 힘들어했는데 이제 그 시간과 여유가 생기니 그게 아쉽다니... 참 사람 마음이란 게..

그래서 올해 방학은 틀리다.

올여름방학 전에는 난 굉장히 여유로웠다. 뭐 까짓 껏이라는 생각이었다.

아이들도 유치원도 많이 땡땡이 시키고, 같이 오전에 브런치도 데리고 가고, 같이 시내에 나가 쇼핑도 하고, 같이 책도 사러 가고 말이다. 어차피 방학인데 왜 미리 하냐고? 한 명씩 데리고 데이트하는 것과 둘 데리고 데이트하는 것, 아빠 데리고 아이들과 데이트하는 것은 질 자체가 틀리다.

징징 거리는 사람이 한 사람 옆에 있는 것과 셋이 있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할까?

마음을 그렇게 먹으니 행동하는 것도 틀려진다고 해야 하나? 이 시간이 다시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분 자체가 틀려졌다.

아침, 점심, 저녁 심플하게 먹자!

늦게 잠이 드니 늦게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찍 일어난다..... 참 신기한 아이들이다.

낮잠도 안 자고 말이다.

역시 나의 아이들이다. 기운이 넘쳐나니.

아침엔 간단하게 오트밀과 우유 과일, 야채로 끝!! 점심은 대부분 Wok이나 Pasta. 저녁은 날씨가 좋으니 무조건 그릴이다. 한국식은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에게 차려주는 음식에 대한 죄책감은 버리기로 했다. 영양소 골고루 섭취하는 게 중점이지, 한식이든 중식이든 독일식이던 맛 나고 알차면 된다는 생각? 그리고 아이들에게 몇 가지 업무를 나누어주었다.

오이 껍질 자르기, 내가 기르는 채소밭에서 야채 가지고 오기? (보통 막내가 하면, 뿌리째 뽑아오지만... 뭐..)

밥하기? 피자 반죽하기 등등..

물론 집은 요리 후 난장판이 된다. 그것도 눈 딱 감으면 된다.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 청소도 빨리된다.

집이야 난장판이든 눈, 질끔 감자!

우리 집을 방문한 아이들 부모들은

"뭔 애들 키우는 집이 이렇게 깨끗해?"라고 말을 한다.

그럼 나는

"애들 방에 가보고 그 소리 하셔~"라고 대답한다.

아이들 방에는 이불을 침대 사이에 끼워 텐트를 만들고, 플레이모빌들과 레고로 기지를 세우고, 브리오로 만들 기찻길이 온 방을 돌고 있다.

우리 집 아이들은 본인들 방에선 열심히 뭔 짓을 하든 놀아도 된다.

그게 규칙이다. 그 대신 우리 방과 거실 부엌은 놀이터가 아니다. 그것만 지키면 된다.

지키지 않는다면 그 장난감들은 사나흘 보지 못하게 된다.

가끔씩 애들 방안을 들여다보면 "오, 마이 갓.."이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그러나 참자. 막판에 같이 치우면 돼.....

아이들이 걸리고 넘어지면 아이들에게 치우라고 시키면 된다.

물론 아이들은 제대로 못 치운다. 도와주면서 말이다. 우리는 습관은 동물이다. 아이들도 이런 습관을 통해 배우게 된다고 난 나름 생각을 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필요가 없으면 치워야 하고, 치우지 않으면 걸리적거린다는 것? 그리고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것?

습관은 정말 중요하다. 이 습관을 키우는 것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아이들도 부모들도... 수십 번 수백 번 연습시키기에 방학처럼 좋은 때가 없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고? 그래 끝이 없다. 그러니 차라리 지금 애들에게 연습시키자.

열심히~~ 아주 열심히 밖에서 놀리기

내가 어렸을 때는 하루 종일 고무줄놀이, 숨바꼭질 이런 것을 했었는데, 지금은 이런 것이 불가능한 시기가 되어버렸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말이다. 소음도 소음이고, 아이들이 눈앞에서 보여야 안심이 되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운동을 하는 아이들은 행복하다. 밖에서 열심히 논 아이들은 정말 행복하게 지쳐서 잠이 든다. 운동은 뇌의 활동을 돕는다. 이런 것들을 경험하는 것은 방학이 제격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어린이집을 하면서 하는 것은 거의 우리가 직장을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운동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아이들도 풀타임으로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하원을 하고 집으로 왔는데 또 운동이라니.. 힘들지 당연히.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자전거를, 수영교실이 있다면 미리 등록해서 어린이 수영교실을, 축구나, 어린이 체조 교실을 찾아서 등록을 하자.

올여름에는 만 3세인 딸이 자전거를 배워서 정말 재밌다. 아이 둘을 공원에 데리고 가 함께 자전거를 타면 아이들도 즐거워하고 말이다. 물론 이 과정까지는 우리의 인내가 필요하다. 자전거를 잘 타기까지, 수영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시간을 드린 만큼 그 노력의 열매가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