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마케팅을 하다보면 중간중간 찾아오는 카피라이팅, 영상 컨텐츠 기획 업무를 위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연차가 있는 마케터분들은 어서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안녕하세요. 매스프레소에서 한국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Jin입니다. 구체적으로는 Lead Marketer가 세팅한 큰그림에 맞춰 한국 마케팅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하고 집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2019년 상반기 한국 마케팅팀의 목표는 콴다의 UA(User Acquisition)였습니다. 그래서 지난 6개월 동안 UA를 위한 마케팅 컨텐츠를 기획할 때 제가 거친 과정(시행착오)에 대해 쓰고자 합니다.
저는 10대가 아닙니다. ‘콴다’의 주사용층은 중고등학생입니다. 10년이 넘는 세월은 감히 극복할 수 있는 간격이 아닙니다. “나는 10대가 되겠어!”라는 패기보다는 말이 잘 통하는 형(삼촌)이 되어보자는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네가 쉴 때 경쟁자는 공부한다”는 식의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경쟁을 과열시키는 메시지는 컨텐츠에 절대로 담지 않았고 앞으로도 담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제 개인적인 원칙이기도 하지만 교육 평등을 위해 존재하는 콴다의 비전과도 맞지 않습니다. 브랜딩측면에서도 유익한 선택입니다. 저희 광고가 노출되는 플랫폼은 유튜브, 페이스북 등입니다. 학생 입장에서 쉴려고 유튜브에 들어왔는데 잔소리하는 광고를 보게 된다면 기분이 좋지 않겠죠. 이것이 반복되면 이런 불쾌한 광고를 내보내는 브랜드를 기억하게 될 테구요.
컨텐츠 기획의 맨 처음은 학생들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지름길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정성데이터, 정량데이터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학생들과 관련된 정보를 모읍니다. “이 사이트만 보면 웬만한 이슈는 다 파악할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마법같은 사이트는 없습니다(혹시 있다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복싱을 처음 배우면 줄넘기만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기초를 다지는 단계, 아이디어의 재료를 구비하는 단계입니다.
댓글도 유심히 보는 편입니다. 어느 배우가 사투리는 어떻게 배우냐는 질문에 그 지역 시장의 국밥집에 가서 국밥 한 그릇 시켜 놓고 옆에 녹음기를 켜둔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저한테 ‘국밥집'은 댓글창입니다. 작게는 유행어를 배우고 크게는 학생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버억'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처음엔 저도 ‘버억'이 요즘 유행하는구나 써먹어야지하고 생각했는데, 이런 댓글을 봤습니다. “남자애들 밥 먹을때마다 버억버억 거리는데 xx 싫어". 교육앱과 잘 맞지 않는 유행어라 고민하고 있었는데 콴다 컨텐츠에 사용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컨텐츠를 기획하면서 얻은 인사이트이자 제가 기획을 할 때 지키려고 노력하는 원칙입니다.
a. 공부하라 그러면 더 안 합니다.
당연한 얘기입니다. 3월 모의고사 성적이 발표되고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학생들을 타겟으로 만든 영상에 ‘좌절하지마! 콴다가 도와줄게'라는 카피를 썼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영상을 중간고사 시즌에 집행하면서 카피를 ‘공부 안 하냐! 콴다가 도와줄게'로 바꿨습니다. 결과가 어땠을까요?
b. 학생의 pain point에 공감하고 그 해결책으로 콴다를 제시합니다.
1번에 대한 해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컨텐츠 흐름을 짤 때, 공부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먼저 이야기해서 학생들의 공감을 일으킨 후, 콴다의 기능이 나오도록 합니다.
위 카피를 뜯어보겠습니다. ‘어려운 문제는 풀이도 어렵다'는 카피로 pain point에 공감합니다. 문제가 어려워서 해설지를 폈는데 수십줄이 되는 풀이를 보고 더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 다들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나서 콴다의 1대1 질문답변을 해결책으로 제시합니다.
c. 인싸는 되는데 아싸는 안 됩니다.
광고 소구 방법 중에 위기 의식을 심어줘서 제품/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싸/아싸 구도를 이용해 10대 학생들에게 마케팅을 할 때는 주의해야합니다.
학생들은 인싸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보다 아싸가 되기 싫은 마음이 더 큽니다. 자신이 아싸라고 생각이 들게끔하는 컨텐츠에 민감하게, 부정적으로 반응합니다. ‘우리 제품을 쓰면 인싸’는 괜찮습니다. 학생들은 호응하거나 무시할 것입니다. ‘우리 제품을 쓰지 않으면 아싸'라고 말하면 자려고 눈 감을때마다 생각나는 악플을 만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새 그로부터 3년의 세월이 지나있었다.
예상과는 달리 짧은 세월이었고, 예상했던 만큼이나 길고 지루한 세월이었다.
— 박민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저에게 10대 학생들의 마음은 예상과는 달리 단순했고, 예상했던 만큼이나 복잡했습니다. ‘10대 학생' 대신에 다른 타겟을 넣고 다시 읽어도 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단순하지만 복잡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애쓰는 마케터분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