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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타샤 킴 May 24. 2022

인도, 버스 타다 1

인생은 절대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특히 그곳이 ‘인도'라면 더욱이

 

 22년 4월 30일, Nutshell의 홈스테이 Nishaba 아주머니집에서 케랄라식 코코넛떡과 병아리콩 커리로 이루어진 아침을 먹었다. 그러면서  동윤이와 나는 알리피로 갑작스레 향하기로 결정했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커플 알빗Arbit과 소나Sona의 영향을 받은게 크다. 사실 어제 비행기에서 재선이가 보내준 케랄라 가이드북을 보며 단번에 꽂힌것도 있다만, 앞에 커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알리피의 하우스보트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이번 여행의 테마가 ‘힐링'과 ‘쉼'인 만큼 하루종일 전통식 보트안에서 나만의 시간을 여유있게 보내는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바로 커플들에게서 받은 하우스보트 사장님의 번호를 통해 곧장 예약을 마쳤다. 가격은 싸지 않았지만, 이번 휴가에 있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데에 모든것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벌써부터 가지고 있던터라 좋은 호텔이나 쉼에 있어 큰 돈을 쓰는것에 아쉽단 생각이 전혀 들지않았다.


<하우스 보트 가격>
오후 5시 - 다음 날 오전 9시까지가 7천 루피 / 정오 12시 - 다음 날 오전 9시까지가 1만 루피 / 오후5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같은 시간, 2개의 침실 - 1만 루피(우리는 이것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뜨리반드럼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 반 이내에 신속하게 알리피에 도착해,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하우스보트 투어를 시작하는게 계획이었다. 그치만 3억 3천의 인도 신 중, 어떤 인도 신의 장난일까, 5시까지 도착해야했던 우리는 1시 반에 역에 도착해 기차표를 사려했지만 제일 빠른 출발 시간이 5시였다!


Nishaba아주머니가 이야기한것과는 아주아주 달랐다. 아주머니 이야기대로라면 11시부터 매 한시간마다 알리피를 향하는 버스가 있어야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불성설, 어쩐지 구글맵 경로로 검색해도 제대로 된 기차시간이 나오지않아 숙소를 체크아웃하자마자 역으로 향했더니 만일 동윤이의 첫 바램대로 ‘인디안 커피하우스'라도 갔더라면 우리의 알리피 하우스보트 계획은 그대로 모래바람처럼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인도에서 외국인으로 살아남는 법.

 지금 시간은 1시 30분, 알리피 계획을 이루기 위해 한가지 옵션이 더 있다면 그것은 ‘버스’를 타는것이었다.

아직까지 시외버스라곤 한 번 밖에 경험해 보지 못했고, 기차역에서 버스 터미널로 건너오면서 본, 말 그대로 ‘창문' 대신 ‘쇠창살'이 있는 버스들을 보면서 나는 새로운 두려움과 설레임을 한데 섞어 느꼈다. 이미 하우스보트 사장님과 한바탕 사정을 다 이야기하고 조금 늦게 도착 하더라도 계획을 그대로 감행하기로 한터라 버스에 AC가 있든 아니든 그것은 문제가 되지않았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할지 나빴다고 해야할지 버스역 직원은 10분뒤인 오후2시에 알레피를 가는 버스가 있다고 했고 그대로 버스표를 사러 갔으나 줄이 엉망이었으며 사람들은 서로 먼저 말을 하려고 아웅다웅하는 중이었고, 창구 안쪽에는 직원 셋이 하나의 고객에게 달라붙어 표판매를 관리하고 있었다.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그 때 갑자기 한가지 생각이 전구에 불켜지듯 떠올랐다. 나는 곧바로 창구 옆 유리문으로 달려가 직원에게 다이렉트로 물었다. 일명 ‘외국인 버프'를 사용한 것이다. 외국인인 우리를 알아본 직원은 곧바로 응대해주며 다른 직원의 안내에 따라 해당 버스까지 함께 동행해 주었다. 이 스킬은 어느 인도여행 에세이 책에서 본 스킬이었는데 정말 그것이 먹혀들어갔던것이다. 이 기회를 빌어, 그 스킬을 기술해 준 해당 작가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뽑기운에 잘못 걸리다.

그런데 사건이 터졌다. 운빨 뽑기게임에 지독히도 잘못 걸려버렸다.

정말 예상하지도 못했던 복병, 타고가던 시외버스에 문제가 계속 나타나면서 자꾸만 길에 멈추고 다시 시동을 켤때마다 삐-삐- 이상한 경고음이 나더니 완전히 길 한복판에 멈춰 서버렸다. 안그래도 5시까지 도착해서 곧장 하우스 보트 투어를 하기로 했는데, 그 상태 그대로 크게 누구에게 얻어맞은듯 아무생각이 없어져버렸다.


처음에는 - 괜찮을거야, 곧 다시 작동하겠지- 하며 기다렸다. 벌써 반년 이상 인도생활을 하며 우리는 인도인의 느긋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 어느정도 물들어 버린것이다. ‘All is well’(알 이즈 웰, 모든것이 다 괜찮다!)

길 한복판에서 멈춰버린 문제의 버스


 그렇게 10분, 20분, 30분이 흘러버렸고 결국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버스 밖으로 짐을 챙겨 홱 나가버리는 이들도 있었다.


“아니, 처음부터 버스가 잘 안가고 멈칫멈칫하더니, 애초에 문제가 있었으면 이 버스를 운행해선 안됐던거 아니야?” 라고 우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이 버스는 출발 전부터 꽤나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에어컨도 자꾸 깜빡깜빡 꺼지고 켜지고를 반복하며 털털털 소리를 내더니 약속된 출발시간 2시 정각을 넘겨 겨우 출발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문제가 있는 버스에 승객을 태워 운행을 감행한다'는 것이 알맞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달리는 시한폭탄을 고객과 함께 태우고 있는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인도, 버스 타다 2 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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