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인디아!
한 번 그렇게 멈춰 선 버스는 쉬이 제대로 가동될 생각을 하지 않았고 버스가 멈춘 지 30분이 지나
검표원에게
“언제 즘 다른 버스를 탈 수 있나요?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
“30분만 기다려요, 30분.”
그렇게 또 다른 30분이 지나고 재차 물었다.
“30분만 기다려요, 버스가 출발했다고 하니까.”
“아까도 30분 이라면서요, 이미 30분이 지났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황당하게도 똑같았다.
답답함이 치밀어 올랐지만,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속으로 받아들이진 않았다. 이전의 나였다면, 한국이었더라면, 이렇게 참고 앉아만 있진 않았을 것이다. 벌써 승객들이 난리가 나도 났고, 다른 버스를 빠르게 보내 주거나 해결책을 일사천리로 받았을 것이다.
‘어메이징 인디아! 인도에서는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에요.’라고 주변의 많은 인도인에게 수 없이 들어왔던 탓일까 그저 속으로 외쳤다.
어메이징 인디아!
기다림의 시간은 1시간, 1시간 30분이 지나며 결국 시곗바늘은 3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우린 아직도 뜨리반드럼 도시 한복판의 움직일 생각이 없는 버스 안에 갇혀있었다. 물을 마시지 못해 목이 타던 중 나는 망고 및 각종 과일을 팔고 있는 왈라 아저씨 둘을 발견했다. 아직 델리는 망고 시즌이 아닌데 이곳, 케랄라에는 노란 먹음직스러운 망고들이 왈라 아저씨의 판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야 동윤아, 우리 망고 먹을까?”
가격은 1kg에 50루피로 굉장히 저렴한 편이었다. 1kg을 구매하니 네 알의 망고가 나왔고 그 자리에서 손톱을 이용해 껍질을 까서 먹었다. 푹익은 말캉말캉한 망고는 칼이 따로 필요 없었고 결대로 쭉쭉 쉬이 껍질이 뜯겼다. 무엇보다 왈라아저씨의 칼 상태를 보니 차라리 내 손톱이 위생적 이리라! 생애 최고의 망고 맛은 아니었지만 목 타는 갈증과 제대로 된 점심도 못 먹은 우리의 배고픔을 어느 정도 달랠 수는 있었다.
시간은 이제 오후 4시를 향해가고 있었고. 우리의 알레피 하우스보트 시작 시간은 오후 5시.
절대적으로 제시간에 맞출 수 있는 플랜이 아니었다.
한숨이 푹푹 나왔고, 버스의 양 문이 다 열려있어 AC를 틀어놓는 것이 이 케랄라 남부지역의 더위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더 이상의 일정 꼬임은 사양하고 싶었다. 그러나 달리 제시간에 도착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고민 끝에 택시를 쉐어해서 가보자로 결정을 틀었다. 우버택시를 부르고 (버스가 인당 342루피인데 택시비는 3500루피 정도로 결코 저렴한 금액이 아니었고, 앞 좌석 라자흐스탄 자이푸르에서 온 아저씨와 택시를 쉐어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 우버를 취소당하고 다른 우버택시를 잡는 와중에 갑자기 버스안에 있던 사람들이 와르르 나가기 시작했다. 함께 우버를 보며 이야기하던 자이푸르 아저씨는 버스가 온 게 틀림없다며 잽싸게 나가버렸고 우리 또한 직감적으로 대차 버스가 왔음을 깨닫고 '좋은 자리 선점'을 위해 서둘러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