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하면 무식하다! 자리 전쟁
::아래 글로부터 이어집니다 :)
역주행으로 앉아가면 머리가 아프다는 동윤이를 위해서라도 빠르게 정방향을 향하는 좌석을 선점하려 했다. 그러고 럭키!
빠르게 움직인 덕에 앞이 뻥 뚫려있는 뒷 칸의 쾌적한 정방향 좌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숨 돌리며 드디어 가나보다 싶었는데
왠 걸,
난데없이 두 명의 승객이 나타나더니, 우리가 앉아있는 자리가 온라인으로 끊은 본인들 자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며 어이가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경험해 아는 대로라면 티켓은 오프라인으로 구매하며 좌석은 지정석이 아니라 선착순이었기 때문이다.
이걸 따져 말아? 생각을 잠깐 하다가 실랑이하며 에너지 낭비할 바에는 마음 평안하게 비켜주자 하며 자리를 내주었다. (이미 인도에서의 실랑이에 우리 둘은 지쳐있었다.)
그러고 나니 눈에 보이는 남아 있는 자리가 몇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또다시 아까 역방향으로 앉아 온 사람 넷이 마주 보는 좌석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밑지고는 또 못 사는 성격이라, 사실을 확인하고자 앞 좌석에 앉은 젊은 현지인에게 물어보았다.
"궁금한 게 있어요, 이 버스 온라인으로도 예약이 가능해요? 좌석도 지정석으로 선택할 수가 있나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챈듯한 현지인분은
"네, 맞아요.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좌석 지정 선택이 가능합니다."
라고 대답해주었다.
아! 그렇다면 그네들이 주장한 것이 사실인가 보구나. 하며 머리를 탁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무지하면 무식하다더니. 그들의 티켓이 지정석인지 우리가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순간 얼굴이 화끈해지며 몰랐던 사실에 부끄러움이 살짝 낯을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조용히 현 상황에 순응하며 역방향 의자에 앉아 낯선 인도의 풍경을 감상하며 고된 여행길을 달랬다.
허리가 쑤시고 엉덩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한 배는 배고픔을 초월하여 무감각해져 버렸다. 해가 가장 높이 있을 때 분명히 버스를 탔는데, 어느새 어둑해지더니 창밖의 야자수들이 검게 그림자로 변해있었다.
“벌써 8시가 넘었어.”
우리는 죄 없는 시곗바늘만 재촉하였고, 다행히도 마음씨 좋은 하우스 보트 사장님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주며 나를 안심시켜주었다.
“걱정하지 마, 너희가 도착하는 데로 우리가 너희를 픽업해서 데려갈 거야. 저녁은 논베지(채식인이 아닌 사람) 괜찮아?”
“당연하죠, 완전! 배고파 죽겠어요, 어떤 음식이든 환영합니다, 케랄라식 저녁 기대 중이에요.”
"여기 새우랑 신선한 생선으로 케랄라식 해산물 요리를 맛있게 만들어줄게, 빨리 오기만 해."
친절한 하우스 보트 사장님 덕에 저녁식사 걱정은 해질녘너머 한 켠으로 접어둘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