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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스에겐 있고 아케에겐 없는 것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다. 경기 중에 일어나는 모든 과정이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득점과 실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실수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야 하고 상대가 예측하기 힘든 의외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작업도 필요하다. 전자의 경우는 팀의 전체적인 전술 역량을 통해 이끌어낼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선수 개인의 능력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즉, 상대가 예측하기 힘든 의외의 순간은 선수가 가진 능력치에 따라 발현 유무가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축구에서 위와 같은 의외성이 발현되는 순간은 꽤 희귀하다. 9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 치러지는 스포츠이기에 의외성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축구 경기 중 발생하는 가장 일반적인 의외의 순간은 무엇일까? 공격수의 돌파, 미드필더의 킬패스, 수비수의 전진 등이 떠오를 것이다. 이 중에서 수비수의 전진은 다른 의외의 순간보다 더욱 평범하지 않다.


한편, 16일 새벽(한국 시간) 수비수가 만들어내는 의외의 순간이 가장 절실한 팀이 있었다. 바로 21-22시즌 PL 개막전에서 무기력하게 패배한 맨시티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시즌 맨시티는 디아스-스톤스로 구성된 센터백 라인이 맹위를 떨쳤다. 수비적으로 탄탄했던 것은 물론 펩이 추구하는 후방 빌드업도 충실히 이행했다. 하지만 21-22시즌 초반에 펼쳐진 2경기는 유로 결승전을 치른 스톤스가 컨디션 회복 중에 있었기에 아케-디아스가 센터백 라인을 구성했다. 결과적으로 아케-디아스 조합은 디아스-스톤스 조합을 그립게 만드는 간절함이 되어 돌아왔다.

좌 - 20-21시즌 디아스 히트맵, 우 - 20-21시즌 스톤스 히트맵

위에 게시된 히트맵을 보라. 좌측은 디아스, 우측은 스톤스의 20-21시즌 히트맵을 나타낸다. 사실상 디아스가 센터 라인 전역을 커버하고 있고 스톤스는 중앙과 우측을 점유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스톤스의 활동 범위다. 스톤스의 히트맵은 후방 빌드업 라인을 넘어 미들 서드 그 이상에 진한 분포도를 그리고 있다. 스톤스가 온더볼 상황이든 오프더볼 상황이든 간헐적으로 상대 진영으로 침투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대의 미스 매치를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견고한 대형을 흩뜨려 트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하단에 스톤스의 전진이 창출하는 이점 글 참고).

좌 - 21-22시즌 커뮤니티실드 아케 히트맵, 우 - 21-22시즌 토트넘 전 아케 히트맵

이와 달리 커뮤니티실드와 토트넘 전에 출전한 아케는 이러한 의외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아케 히트맵 참고). 단지, 좌측 최후방 라인을 직접적으로 점유하면서 기초 빌드업 작업에 관여할 뿐이었다.

더 나아가 아케-디아스 조합은 아케가 좌측에 편중된 동선을 가져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디아스의 활동 범위가 제한되는 결과까지 초래했다. 이는 최후방의 에너지 레벨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으로 귀결됐다.

최근 왼발잡이 센터백이 가진 전술 효과가 각광을 받으면서 이들의 존재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펩이 아케를 영입한 이유도 라포르트와 더불어 팀에 왼발잡이 센터백 옵션을 추가하기 위함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견고한 수비력과 더불어 팀의 공격 작업에 보탬이 되는 의외성까지 보유한 스톤스를 대체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처럼 스톤스가 이따끔씩 발현하는 의외성은 상대의 실수를 유발할 수 있는 요긴한 공격 옵션이다. 맨시티가 커뮤니티실드와 토트넘 전에서 맥없이 무릎을 꿇은 이유 중에는 공격진의 퍼포먼스 저하도 있겠지만 스톤스의 부재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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