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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Apr 12. 2023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하루하루

를 모아 뜻대로 되는 삶을 만들기 위해.

직자의 하루는 길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길어지고 무언가를 하면 짧아진다. 그래서 최근 10개월간 내 하루하루는 길기도 하고 짧기도 했다. 길었던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생존을 위한 ‘먹고 자고 숨쉬기’로만 정의한다면 정말로 아무것도 안 했던 날은 드물 거다. 하지만 무직자, 다른 말로 취준생의 입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란 취업 준비를 하지 않는 것, 직장을 구하고 돈을 모으고 다른 모두와 비슷한 미래를 꾸리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인 예시로는 스펙을 갖추기 위한 자격증 따기, 희망 직무와 관련된 경력이나 경험 쌓기, 공무원 시험공부, 건강 유지나 증진을 위한 운동 등등이 있겠다. 이렇게 정의하고 돌아봐도 역시 내 지난 10개월은 하루가 너무 길었던 날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뭔가를 하기는 했다. 외국어 과외도 했고, 비정기적이지만 글도 써서 팔았고, 꾸준히 헬스장에 다녔고, 내년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공무원 시험공부도 했다. 참, 막내동생 공부도 봐줬다. 그런데도 매일이 너무나 길고 하루하루가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유를 찾기보다 뭐든 새로운 걸 실천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계발서보다 인문학을 좋아하는 나는 늘 행동하기 위해서는 이유와 동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해보려고 한다. 왜 삶이 불만족스러운지 이유를 찾아내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좋겠지만 지난 10개월은 어쩌면 이유만 질리도록 고찰하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날들의 집합이었으니까.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기에 여전히 하루가 긴 오늘,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기를 다짐한다. 지금까지 살던 방식대로, 다시 말해 행동보다는 이유를 찾는 인문학의 방식대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렇다면 이제 자기계발서의 방식을 따라봐야 할 때가 아닐까?


그래서 내가 시작할 것은 ‘루틴 만들기’다. 루틴(routine)의 중요성은 온갖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으니 그게 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지난 10개월 꾸준히 쓴 일기에 ‘이번 달에는 꼭 루틴을 만들자’가 10번 쓰여있는 걸 보고, 이렇게 많이 실패한 걸 성공하면 내 하루하루를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길게 말할 필요도 없이, 오늘부터 다음 주 금요일까지 할 일은 이거다.


1. 밤 12시 반 전에 불 끄고 눈 감기

: 자명종을 들이고 스마트폰을 거실에 방출할 거다. 자기 전에 보면 수면을 엄청 방해한다.

2.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모닝 페이지 쓰기(일기든 소설이든 뭐든 써라)

: 눈 뜨자마자 차 마시기, 독서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해봤는데 차는 다 마시면 다시 자버리고 독서도 졸 때가 많아서 이번에는 여러 책의 추천대로 창조적인 활동을 해보기로.

3. 하루 1천자 글쓰기

: 감사하게도 돈을 벌 글쓰기 기회가 계속 있다. 그런데 하루 날을 잡고 몰아서 쓰거나, 앉은 자리에서 바로 결과물을 완성해 피드백을 받으려는 습관이 있어서 이걸 고치고 싶다. 피드백이 없어도 온전히 글쓰기를 즐기며, 도자기를 빚거나 뜨개질을 하듯 천천히 글을 완성해나가고 싶다. 그러려면 매일 꾸준히 쓰는 시도부터 해봐야겠지.


일단 이거 세 개부터 주말을 제외한 7일 동안 해보고, 실천하면서 느낀 점을 다음 주 주말에 브런치에 올려 보겠다. 이렇게 세 가지는 무조건 하고 나머지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은 평소처럼 종이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걸로.


이 글의 목적은 루틴 만들기, 혹은 매일 꾸준히 무언가를 하려는 시도 자체가 내 하루하루를 얼마나 다르게 만들어주는지 실험하고 그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이다. 기껏 작가 승인을 받은 브런치를 가만히 두는 게 아깝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라도 이용하면 기록을 위해서라도 브런치에 글을 남길 테니까 잘하면 일석이조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하루하루는 이제 보내주고 싶다. 그러니까 ‘루틴’이라는 이름의 뜻부터 세워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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