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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쟁이 Aug 12. 2024

방콕만 해봤지, 방콕은 처음이라

방콕여행 1일 차, 근데 여기 마포구 아니냐고.

평소에 딱히 가고 싶었던 여행지는 아니었다. 화려한 야경과 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시는 나처럼 자연에 미친 사람에게 적합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도심 속 화려한 불교 사원들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고, 왓 아룬을 바라보며 짜오프라야 강변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 좋을 것 같았다. 시장에서 원피스를 하나 사 입고, 그곳의 지하철을 타보고 싶었다. 그래서 떠났다. 6월의 무더운 방콕으로.



여행은 역시, 밤비행기로 떠나는 게 제맛.


현지 시간으로 밤 12시쯤 도착했다. 몽롱한 기분으로 구겨져있던 몸을 폈고, 바로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그랩존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랩은 처음이라 약간은 긴장했지만, 다년간 카카오택시로 길들여진 우리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금방 우릴 찾아 온 그랩 택시에 캐리어를 싣고 뒷좌석 문을 여니, 차 안을 물들인 새빨간 레드 라이트와 클럽 영상 사운드의 강렬함이 우릴 맞았다. '역시 유흥의 나라, 택시까지도 이래버려..?'라는 편견 어린 생각과 함께 택시에 올라탔다.


범상치 않은 차 내부 천장과 빵빵한 클럽 사운드는 잠을 번쩍 깨게 만들었다.


창 밖으로 스쳐가는 방콕에 대한 첫인상은, '여긴... 올림픽대로...? 어... 마포구...?'였다. 뭐가 자음이고 모음인지, 어디까지가 단어이고 문장인지 모를 문자들이 곳곳에 적혀있다는 것 외에는 괜히 익숙했다.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고, 언젠가 와 본 적 있는 것만 같은 그런 친숙한 느낌. 이국의 낯섦에서 오는 도파민은 좀 덜했지만, 어쩐지 마음이 편안했다. 그렇게 도착한 첫 숙소는 '더 수코솔' 호텔. 잠깐 잠만 자면 되는 숙소였기에 가성비 적당한 시내 호텔로 예약했다. 예약사이트에서 사진으로 봤던 외관의 본관이 아닌, 비교적 세월이 느껴지는 옆 건물로 안내하는 것이 어쩐지 불안하다 했더니, 역시나 객실 안으로 들어서자 확 풍겨오는 쿰쿰한 냄새. 그래도 뭐든 다 좋아야만 하는 여행 첫 시작이니 별 수 없다. 흥민적 사고로 간다. "객실이 안 좋잖아? 좋다고 생각하면 돼"





이번 방콕 여행의 나의 목표 모먼트는 두 가지였다.


1. 왓아룬 보며 강변 카페에서 커피 마시기

2. 현지 시장에서 원피스 쇼핑하기


'목표 모먼트'라는 건 실패 없는 여행을 위한 나만의 방법인데, 다른 일정이 다 망해도, 혹은 아무것도 못하더라도 이 순간만은 꼭 겪고 오겠다는 여행의 목표다. ('목표 모먼트'라는 다소 T스러운 이름은 방금 붙였다. 보통 변수의 영향이 적은, 아주 쉽고 당연히 겪게 될만한 그런 한두 가지 정도의 순간을 정한다.보통 내가 여행지를 정하는 계기이자 충동의 시작점이고, 내 여행이 망하지 않는 이유다. 떠나기 전부터 기대하던 그 순간을 실제로 겪을 때의 성취감과 해방감이 나를 여행하게 한다. '목표 모먼트'였던 순간이 좋았다면 성공한 여행이고, 예상치 못했지만 그보다 더 좋고 인상 깊은 순간을 겪었다면 성공한 여행이 된다.


과연 방콕여행은 성공? 대성공? 




내일은 목표 모먼트 중 하나를 이룰 수 있는 날이다. 마침 주말이어서, 주말에만 열린다는 방콕 최대 규모의 시장인 '짜뚜짝 시장'에 가기로 했다. 살 만한 원피스가 있었으면, 많이 덥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방콕에서의 첫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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