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 에세이
현대미술이 ‘모데라토(보통 빠르기)’라면 고미술은 ‘몰토 아다지오(아주 느리게)’쯤 된다고 할 수 있다.
미술문화가 자본과 경제력으로 양육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p.38
“명확한 증거도 없이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호들갑을 떨며 불법인 양 몰아붙이고 소송을 제기한다든가 국가 간 문제로 부각시켜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그럴수록 물건은 지하로 숨어버리고 시장을 통한 환수 기회마저 원천적으로 잃어버리게 된다. 목적이 환수에 있다면 그 목적 달성을 위해 국가기관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민간의 힘과 지혜를 빌려 그들이 알아서 경매에서 낙찰받거나 사오게 하면 되는 것이다.”
p.37
“맹목적인 애국심과 단기 실적주의에 매몰되면 부작용이 커지고 국외에 소재하는 문화유산은 점점 더 지하로 숨어들게 된다. 시장에서 사올 수 있는 기회마저 잃어버린다는 말이다.”
p.191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즐겨 모으거나 한 분야에 몰입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마니아라고 부른다. 수집 마니아를 ‘수집광’으로 부르듯, 그 말에는 부정적인 의미보다 오히려 순수하고 긍정적인 의미의 ‘병적이거나’ ‘미치광이’라는 뉘앙스가 담겨있다.”
p.113
다양한 상상력이 스토리텔링에 더해질 때 차가운 유물은 온기가 돌고 살아있는 생명체로 거듭나게 되는 법이다.